기차가 전북 남원에 가까워지자 차창 밖으로 수려한 지리산과 드넓은 평야, 섬진강이 펼쳐진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추어탕은 오래전부터 삶의 일부였다. 논과 개울에서 얻은 추어로 정성껏 끓인 추어탕 한 그릇은 지친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북돋아 주며 남원 사람들에게 친근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랜 시간 남원의 맛을 책임져 온 추어탕이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의 식탁을 찾고 있다. 남원추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비전을 살펴본다.

가을이 빚어낸 한 그릇, 남원 추어탕
추어탕의 주재료인 추어(鰍魚)는 미꾸릿과의 민물고기인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모두 일컫는다. 추어에 가을 추(秋) 자가 들어간 것이 흥미로운데,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살이 오른 미꾸리와 미꾸라지로 탕을 끓여 먹은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논과 개울에서 얻은 재료로 정성껏 끓인 추어탕 한 그릇은 고된 농사일로 지친 몸을 추스르고 다음 날 거뜬히 일터로 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추어탕을 끓이는 방법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남원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체에 거른 뒤 시래기와 된장을 넣고 들깨와 제피(초피)로 마무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수하고 걸쭉한 국물에 알싸한 향이 더해져 속이 뜨끈하고, 먹고 난 후 입이 개운하다. 남원 땅에서 자란 건강한 식재료를 한 그릇에 담아내니 그야말로 보양식이 따로 없다.
광한루원 인근 추어탕 거리는 이른 아침부터 식당마다 커다란 솥을 걸고 추어탕을 끓이느라 구수한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운다. 같은 추어를 쓰더라도 집집마다 된장과 시래기가 다르고 들깨 비율도 제각각이라 서로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원 추어탕이 음식을 넘어 이 도시를 기억하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뚝배기 밖으로 나온 남원추어의 대활약
기력 회복과 뼈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한국의 전통 보양식, 추어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 출범한 것이 남원추어식품클러스터사업단이다. 남원의 대표 음식인 추어탕을 전 국민의 일상적 음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사업단은 지역 농가와 제조업체, 외식업체를 서로 연결해 추어 식품을 개발하고, 남원추어가 새롭게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이를 통해 탄생한 브랜드가 남원추어 대표 브랜드 ‘미꾸야’다. 남원 추어탕의 정체성은 그대로 지키면서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먹는 방법과 제품 형태를 다각화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미꾸야의 베스트셀러 ‘남원추어 한우곱창전골’이다. 사업단이 자체 개발한 추어 페이스트로 만든 특제 소스에 한우 곱창과 채소를 더해, 곱창전골 특유의 진한 맛과 추어 고유의 깊은 풍미를 오롯이 담아냈다.
이러한 움직임은 추어 제품군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데우기만 하면 되는 남원추어 해장국과 육개장은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고, 바삭하게 구운 납작만두와 가볍게 집어 먹는 미꾸야 꾸이랑은 간식이나 안줏거리로 제격이다. 국물 요리에서 만두, 스낵으로 이어진 추어 요리의 대변신이 흥미롭다. 뚝배기로만 맛보던 추어를 일상에서 자주, 더 친근하게 접하게 된 것이다.

가공식품부터 외식 사업까지, 더 큰 무대로 나아가다
남원추어식품클러스터사업단은 추어를 보다 안정적이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남원에 남원추어 거점가공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추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추어 페이스트와 추어 페이스트를 이용한 소스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손질과 조리가 까다로운 추어를 활용하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면 추어탕뿐 아니라 전골과 국, 면 요리 등 다양한 메뉴로 확장 가능해진다. 미꾸야의 베스트셀러인 남원추어 한우곱창전골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표 사례다. 사업단은 원료와 소스 가공에 멈추지 않고 남원추어 거점가공센터를 발판 삼아 외식 사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남원추어를 활용한 신메뉴 개발로 외식을 할 때도 추어를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향후에는 원료 생산부터 가공, 제품 개발과 외식까지 이어지는 기반을 갖출 예정이다. 추어를 가을 한 철 특정 세대가 즐기는 음식이 아닌 누구나 일상에서 손쉽게 접하는 식재료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남원추어를 한 지역의 대표 음식에서 지속 가능한 식품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사업단이 그리는 미래다. 식당 가마솥에서 보글보글 끓던 추어가 더 큰 무대로 향하고 있다. 남원추어 미꾸야와 남원추어식품클러스터사업단의 활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