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혼자 여행의 첫걸음, 공주

2026년 01월 01일

  • EDITOR 김수아
  • PHOTOGRAPHER 봉재석
  • ILLUSTRATOR 조성흠

충남 공주의 제민천 거리를 거닐며 복잡한 생각을 날려 버린다. 공주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훑으며 역사도 돌아보는 충만한 시간이었다.

유관순 열사의 예배당
공주기독교박물관

1902년에 설립된 공주제일교회는 미국 북감리교의 선교 기지로 활용됐다. 선교사들은 이곳에 상주하며 충청 지역 최초의 사립학교인 영명여학교와 영명남학교를 세우는 등 근대 교육 발전에 힘쓰고 독립운동을 주도하는 청년들을 지원했다. 현재 공주기독교박물관이 된 건물은 1931년에 지은 것으로, 한국전쟁 당시 상당 부분 파손되었지만 이후 건물을 보수하며 벽체와 굴뚝 등을 그대로 재건해 2011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스테인드글라스는 한국 스테인드글라스의 개척자인 이남규의 초기 작품으로, 건물과 함께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외에도 3·1 만세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유관순 열사,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쓴 시인 이상화 등 공주제일교회가 배출한 독립운동가의 유품과 사진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예배당이었던 건물 안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받으며 독립이라는 한 줄기 빛을 향해 애썼을 사람들을 떠올린다.
주소 충남 공주시 제민1길 18
문의 041-853-7008

옛 하숙집을 재현한 게스트 하우스
공주하숙마을

1960~1970년대 공주 원도심에는 하숙집에서 생활하는 학생이 많았다. 한일당약국과 주변 가옥을 리모델링한 게스트 하우스 공주하숙마을은 당시 풍경을 재현한 숙박 시설이다. 원도심 활성화를 목표로 제민천을 따라 흐르는 문화 골목 만들기 사업과 하숙촌 골목길 조성 사업을 연계해 2017년에 문을 열었다. 마당채, 사랑채, 안채, 별채에 면적이 조금씩 다른 열 개의 방이 있고, 투숙객용 공용 공간인 담소방과 일과 여행을 병행할 때 유용한 공유 오피스도 마련했다. 마당에는 물 펌프를 설치해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건물 외벽에 적힌 공주 대표 시인 나태주의 ‘풀꽃’ 시구절이 방문객을 따뜻하게 반기고, 맞은편의 벽화는 하숙집이 많던 시절에 교복을 입고 이곳을 지나다니던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각종 문화 예술 공연과 전시가 열리는 공주문학사랑방,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쉬어 갈 수 있는 제민천여행자쉼터가 바로 옆에 자리해 편의성을 더한다.
주소 충남 공주시 당간지주길 21
문의 041-852-4747

한옥에서 맛보는 밤 아이스크림
바므

밤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한 한옥 카페. 시그너처 메뉴인 밤 아이스크림은 공주에서 생산한 밤의 겉껍질만 제거해 만든 퓌레를 활용한 것으로, 재료 고유의 맛이 느껴진다. 보늬밤 조림 시럽과 밤잼을 올려 풍미를 더했는데, 이보다 달콤하게 먹고 싶다면 수제 보늬밤과 머랭을 추가한다. 고소한 플랫 화이트에 달콤한 밤 아이스크림과 바삭한 크럼블이 어우러지는 바므 플롯라테도 인기 메뉴다. 보늬밤 퓌레 반죽에 보늬밤 조각을 토핑한 피낭시에까지 곁들이면 공주의 특색이 묻어나는 디저트 한 상이 완성된다. 아이스크림은 보랭 포장이 가능하고, 모든 커피 메뉴는 디카페인이나 오트 밀크로 변경할 수 있다. 박정한·박홍식 대표는 언제 방문해도 안락하고 정겨운 카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테리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목조건축물의 편안한 분위기가 부각되도록 곳곳에 조명을 설치하고, 이와 대비되는 차가운 질감의 자재와 가구로 현대적 느낌을 살렸다.
주소 충남 공주시 제민2길 3-2
문의 041-852-1587

제민천이 내려다보이는 소품 가게
단편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저마다의 이야기가 깃든 인테리어 소품이 눈앞에 펼쳐진다. 진예은 대표가 실용성까지 고려해 선별한 아이템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밤 모양 키링, 접시, 인센스 홀더가 관광객에게 특히 반응이 좋고, 자투리 천과 나무 조각으로 제작한 걱정인형은 지역민에게도 인기가 높다. 또 제민천 풍경이 담긴 필름 사진엽서나 제민천 일대의 가게를 표현한 일러스트 지도는 여행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기 좋은 제품이다. 동물의 다채로운 표정을 포착한 랜덤 조각 스티커에서 본인 또는 친구의 반려동물과 닮은 제품을 찾아보는 일도 재미있다. 형태와 질감이 다른 노트, 패턴이 제각각인 북 커버 재킷, 완독한 책을 하나씩 적어 책장을 채우는 독서 기록 책갈피도 판매해 독서와 기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테다. 실로 종이를 엮어 수제 노트를 만드는 워크숍은 예약제로 운영하니, 워크숍 참여를 원하는 이는 방문 전에 일정을 확인하자.
주소 충남 공주시 웅진로 119-1
문의 0507-1364-6239

칵테일 한잔이 건네는 위안
바틀샵혼돈

한국 술의 매력을 알릴 방법을 모색하던 김영우 대표는 제12회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이후 이전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당시 막걸리를 개발하던 임소희 대표와 주류 판매소를 열기로 한 이유다. 술 한잔이 저마다의 불안을 잠재우길 바라며 임 대표가 출시한 탁주 ‘혼돈’의 이름을 빌려 상호명을 정했다. 전통주 칵테일을 개발할 때도 감정에 빗대어 만든다는 점이 독특하다. ‘감정의 칵테일’을 콘셉트로 선보인 ‘사랑’에 해당하는 ‘Cue Sign’은 밤 증류주와 달걀흰자를 사용해 연애 중반기의 안정감을 표현했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고소하면서도 끝에 은은하게 단 향이 남는다. ‘그런듯해 Young’은 권태기에 해당하는 칵테일로, 블루 큐라소로 우울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담아내고, 레몬즙 비율을 높여 유통기한이 지난 관계에서 느끼는 시큼한 기분을 나타냈다. 왕율주를 활용한 밤 하이볼은 공주에 놀러 온 손님들이 자주 찾는 인기 메뉴다. 지난달 감영길로 이전한 바틀샵혼돈은 양조 설비를 갖춘 뒤 보다 확장된 브루 펍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다.
주소 충남 공주시 감영길 20
문의 0507-1362-4048

사람과 자연을 잇는 독립 서점
틈싹

공주에 정착한 이보영 대표는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고 새로운 독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독립 서점을 열었다. 사람들의 일상에 비건 문화가 천천히 스며들도록 주말에는 채식 요리도 준비한다. 계절마다 바뀌는 ‘틈싹 스페셜’은 책, 음악, 영화 등 인상 깊었던 콘텐츠에서 영감받아 친환경으로 재배한 제철 채소로 구성한다. ‘곰과 호랑이 허브’에서 나온 계절 블렌딩 허브티, 요리에 담긴 이야기를 엮은 틈싹 편지를 함께 낸다. 이번 겨울에는 고 김민기의 ‘봉우리’라는 노래와 어울리는 따뜻하고 깊은 맛을 내는 국물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기후 위기 시대에 필요한 윤리와 지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틈싹 스페셜의 영감이 된 콘텐츠를 같이 감상하고 대화하는 모임 또한 지속된다.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하면 추천 책 세 권을 자리로 가져다 주고, 틈틈이 환기를 도와주는 허브 오일을 책상에 비치하는 등 이용자 시선에서 고민한 흔적과 다정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 있다. 이 대표는 각각의 계절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새로운 연결을 기다린다.
주소 충남 공주시 웅진로 153
문의 0507-1389-3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