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전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기록된 창의적 걸작. 울산 울주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탁월한 관찰력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옛 사람들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한반도 암각화, 베일을 벗고 세계유산이 되다
울산 울주군 ‘반구천의 암각화’가 지난 7월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르는 단일 유산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린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 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선사시대부터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 발전을 집약하여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우리 땅에 살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과 염원, 상상력과 예술성이 녹아든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는 들여다볼수록 경이롭다.
암각화는 문자 출현 이전, 선사시대 사람들이 바위에 새긴 그림을 말한다. 암각화가 새겨진 곳은 주로 커다란 자연 바위로, 각종 의례를 거행하는 성스러운 장소였다. 암각화는 고인돌이나 선돌 같은 거석(巨石) 유구나 제단 시설에서도 발견된다. 한국에서 암각화가 처음으로 학계에 알려진 것은 1970년이다. 인근 주민들에 의해 암각화의 존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졌으나, 그 전까지는 선사시대 유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1970년 12월 24일, 울주 지역에서 불교 유적 조사를 하던 동국대학교박물관 조사단이 반구대를 방문했고, 이때 마을 주민 최경환의 안내로 천전리 암각화를 발견했다.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비로소 암각화의 존재가 학계에 알려졌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 울주군 태화강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위치한다. 높이 약 4.5미터, 너비 약 8미터의 암각화가 새겨진 중심 바위 면과 주변 바위 면에 300여 점의 그림이 발견되었다. 제작 연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는데, 관련 유물·유적과 비교해 볼 때 신석기시대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암각화에는 고래, 거북, 물개, 물새, 상어, 물고기, 사슴, 멧돼지, 호랑이, 표범, 여우, 늑대 등 20여 종의 동물이 새겨져 있다.
그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고래. 등에 새끼를 올려놓은 귀신고래, 앞뒤 색이 다른 범고래, 몸집이 유별나게 크고 세로 줄무늬가 많은 혹등고래, 입과 머리가 뭉툭한 향유고래 등 50여 점의 고래 그림이 확인된다. 무려 6000년 전, 울산 바다에 고래가 출몰했고, 선사인들이 고래잡이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울산 태화강과 울산만 주변에 뛰어난 해양 어로 문화를 가진 포경 집단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
암각화에는 배와 작살, 그물 등으로 고래를 잡는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작살을 맞은 고래를 잡기 위해 해양으로 나가는 배는 물론, 긴 나무배에 탄 10여 명이 고래에게 작살을 던지고, 잡은 고래를 끌고 가서 살을 발라 내는 모습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학계에서는 이를 통해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에 포경 교육을 목적으로 암각화를 그린 것이라고 추정한다. 고래잡이 단계를 자세히 묘사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동아시아 한반도 사람들의 예술성을 잘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서 약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엔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가 있다. 자동차로는 10여 분,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1시간 남짓 걸린다. 공룡 발자국이 찍힌 암반 근처에 높이 2.7미터, 너비 9.8미터의 거대한 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마름모와 동심원 등 기하학적 문양 600여 개를 비롯해 수많은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다. 왼편에는 신석기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그림과 사람이 활을 들고 사슴을 사냥하는 그림이, 위쪽에는 청동기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마름모, 원형 등의 추상적인 문양이 배치되어 있다.
또 바위 면에서는 끝이 뾰족한 금속 도구로 신라 시대에 새긴 문자가 총 127점 확인된다. 문자는 중국의 표의문자인 한자이며, 한 글자로 이루어진 짧은 문자에서 10행이 넘는 장문의 문자까지 다양하다. 문자는 언제, 누가, 왜 이곳에 왔는지 등으로 구성되는데, 525년 법흥왕 동생인 사부지갈문왕과 누이가 이곳을 찾아와 ‘서석곡(書石谷)’이라 이름 짓고, ‘원명(原銘)’이라 새긴 것이 확인된다. 14년 후인 539년에는 사부지갈문왕의 아내인 지몰시혜비와 아들(훗날의 진흥왕)이 갈문왕의 자취를 찾아와 바위 면에 ‘추명(追銘)’이라고 새겨 넣었다. 이 밖에도 귀족과 승려, 화랑이 이곳을 찾아와 명문과 그림을 남겼다.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의 중심 암면은 상단이 25도가량 앞으로 기울어진 덕분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바위 그늘이 비바람으로부터 암각화를 보호하고 있다.

한 걸음 더
울산암각화박물관 2008년 개관한 대한민국 유일의 암각화 전문 박물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서 불과 1킬로미터 거리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선사미술과 바위 그림에 대한 설명은 기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모형도 전시되어 있어 실물을 보는 듯 자세히 관찰하며 공부할 수 있다. 배와 그물, 동물 뼈 등을 통해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고래잡이를 했는지 상상하는 것도 흥미롭다. 반구천의 암각화를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탐험할 수 있도록 한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주소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반구대안길 254
문의 052-229-4797
홈페이지 ulsan.go.kr/s/bangudae
울주 가을 축제
영남알프스를 무대로 한 산악 영화제와 트레일 러닝 대회, 한우 불고기 축제까지,
올가을 울주에 가야 할 이유가 세 가지나 된다.

제10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올가을에도 화려한 막을 올린다. 총 43개국이 참여하며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작품 110편을 상영한다. 올해 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71개국에서 996편이 접수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국제 경쟁 부문과 아시아 경쟁 부문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영화제 기간에 상영한다. 국제 경쟁 부문 선정작 중 2024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 및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화제작 <샴발라>를 국내 최초로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공개한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다큐멘터리 <걸 클라이머>.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골든게이트 코스를 24시간 자유 등반으로 완주한 에밀리 해링턴의 생존 스토리를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폐막작은 레바논 다큐멘터리 <세상 끝까지, 470킬로미터>로 딸에게 의지와 결단력만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달리는 60세 아버지의 이야기가 감동을 전한다. 영화제 기간 중 9월 27일에는 주한 네팔 대사와 네팔 감독 및 영화배우가 참석하는 ‘히말라야 네팔의 밤’ 행사가 열린다. 네팔 영화를 상영하고 네팔 전통악기 공연과 함께 네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음료 부스도 마련한다.
기간 9월 26일~30일
장소 울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일원, 울주시네마

2025 울주 봉계 한우불고기축제
울주에서 2년마다 개최하는 한우 불고기 축제가 올가을 한우 마니아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봉계 다목적행사장에서 2025 울주 봉계 한우불고기축제가 열리는 것. 품질 좋기로 유명한 봉계 한우를 실컷 맛보는 특별 시식 코너가 마련되고, 한우 직거래 장터가 열려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는 봉계 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1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형 행사장에서 열리는 한우 불고기 파티. 봉계 한우 불고기 특구의 한우 전문점 30여 곳이 참여해 뛰어난 불고기 맛을 자랑한다. 축제 기간에는 불고기 만들기 체험은 물론, 지역 예술 공연과 농특산물 전시·판매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진행한다.
기간 10월 24일~26일
장소 울산 봉계 다목적행사장

2025 울주 트레일 나인피크(UTNP)
울주 트레일 나인피크(Ulju Trail Nine Peaks, UTNP)는 국내 최고 난도의 트레일 러닝 대회다. 올해는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울주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대회 종목은 총 6개로 거리와 고도차에 따라 나뉜다. 울주 9피크 코스는 약 122킬로미터, 고도차는 9000미터에 달하며, 울주 지역 주요 봉우리 9개를 모두 연결하는 하이퍼 트레일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키즈 트레일은 약 9킬로미터, 고도차는 700미터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출발해 가을 억새밭과 단풍이 어우러진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달린다. 코스 곳곳에 영남 지역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코너도 마련된다. 참가 접수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가능하며, 인기 종목은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기간 10월 24일~26일
장소 울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