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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실루엣

2025년 05월 26일

  • EDITOR 최현주
  • PHOTOGRAPHER 안홍범

사물 그 자체보다 물에 담긴 실루엣이 실체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존재의 존재함을 일깨우는 초여름의 명징한 장면들.

이른 저녁, 호숫가에 햇살이 드리우면 투명했던 물이
돌연 푸른색을 띤다. 색을 갖지 않았기에 어떤 색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유연성. 실크처럼 찰랑이는 여름날의 풍경.
2025년 5월, 충북 제천 의림지

연중 낮 시간이 가장 긴 하지가 되면 꽃말도 어여쁜 치자 꽃이 핀다.
샛노란 열매 품은 새하얀 여섯 잎.
황금색 태양 담긴 꽃들의 풀장, 그 한없는 즐거움.
2024년 6월, 경북 청도 운문면 계곡

봄의 끝, 여름의 입구에서 꽃을 잃고 헐벗은 벚나무는 다시금 초록빛으로
차오른다. 호수에 담긴, 흐드러지게 형형했던 벚꽃의 시절.
2024년 5월, 강원도 속초 영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