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경유지로 지나치곤 했던 천안아산역을 목적지 삼아 기차가 출발한다. 호두과자의 동네에서 또 다른 매력을 찾는 여정이었다.

취향을 찾아 가는 여정
라뷔공방


전문 조향사와 함께 취향을 알아 가는 체험 공간 라뷔공방에는 스스로를 탐색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향수, 방향제, 룸 스프레이, 핸드크림 등 원하는 종류를 선택하고, 향기 키워드를 적는 동안 자신이 그동안 끌렸던 향의 느낌을 떠올려 본다. 그다음 테이블에 놓인 약 서른 가지의 향료를 차례대로 맡으며 가장 마음에 드는 몇 가지를 정한다. 최종적으로 고른 향을 배합하는 샘플링은 3차까지 이어지는데, 이는 각자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해 집에 가져가서도 자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인지 향수를 다 쓴 뒤에 같은 제품을 다시 만들기 위해 재방문하는 손님이 많다. 체험 프로그램은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며, 한 번에 24명까지 수용 가능해 단체 예약도 반긴다. 인상적인 점은 천안아산역을 만남의 장소로 정해 동창들끼리 방문하기도 한다는 것. 친구나 연인과 동행하면 상대에게 어울리는 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더욱 친밀해질 수 있다.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조향사를 지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화 과정 수업도 진행한다.
주소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16길 30 
문의 @la_vie_2021
아인슈페너와 치즈의 만남
카페그레코


이탈리아 여행에서 로마의 3대 카페인 카페그레코를 방문한 오현석 대표는 웅장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에 반했다. 천안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아늑한 카페를 운영해 보고 싶어 카페 이름도 카페그레코로 지었다. 이곳의 시그너처 음료는 그레코슈페너와 그레코치즈슈페너. 오 대표는 전국 곳곳의 슈페너 맛집을 찾아다니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만족스러운 당도의 크림을 완성했다. 그레코슈페너에는 카카오 파우더로 카페 로고를 장식하는데, 두 잔 이상 주문할 때는 눈꽃, 하트, 클로버 등 날씨나 분위기에 따라 모양을 바꿔 준다. 카르보나라에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갈아 넣는 장면을 보고 만든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그레코치즈슈페너는 크림 먼저 떠먹어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두 메뉴 모두 디카페인이나 오트 음료로 변경 가능하다.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 달콤한 여유를 만끽해 보자.
주소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15길 18 
문의 0507-1363-2389
천안에서 즐기는 특별한 점심
프란조


이탈리아어로 점심시간을 뜻하는 프란조는 식사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이지우 대표가 이끄는 양식집이다. 메인 메뉴 하나만 주문해도 식전 빵, 샐러드, 후식을 함께 제공해 만족도가 높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파스타 면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탈리아 브랜드 루스티켈라 제품인데, 표면이 거칠어 셰프의 정성이 들어간 수제 소스가 잘 스며든다. 프란조에서는 파스타를 비롯해 이 대표가 공들여 준비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파슬리와 딜을 섞은 빵가루를 뿌린 알리오 올리오 링귀네, 향과 식감이 제각각인 느타리·표고·새송이 버섯을 볶아 올린 수경 재배 샐러드, 토마토의 산미와 부라타 치즈의 고소함이 조화를 이루는 포모도로 리소토까지. 애호박, 파프리카, 가지, 새우 등을 더해 식감과 색감 모두 챙긴 먹물 리소토도 인기가 많다. 각각 6명과 10명까지 수용 가능한 룸을 갖추었으며 와인 코키지도 가능해 모임 장소로 제격이다.
주소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16길 32 
문의 041-564-9597
달콤함은 계절을 타지 않는다
투카인즈오브커피


옛 불당동 문화카페거리에 자리한 통유리 구조의 개방감 좋은 카페. 대표 메뉴는 탱글탱글한 수제 커스터드푸딩을 올린 빙수로, 일일 한정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커스터드 크림은 기본으로 제공하고 추가로 사용할 소스는 두 가지 중 고르면 된다. 달콤함을 더하고 싶다면 캐러멜 소스를, 상큼한 맛이 좋다면 딸기 퓌레를 추천한다. 고소하고 달콤한 팥과 부드러운 우유가 어우러진 팥라테도 매력적이다. 팥라테를 얼려 곱게 간 것에 국내산 팥소를 얹은 팥빙수 또한 이곳의 대표 메뉴. 호두과자의 도시 천안에서 팥을 다르게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괜찮은 선택이다. 빙수는 한때 여름철 별미였지만 베이스와 토핑의 종류가 늘면서 이제는 사계절 즐기는 디저트가 됐다. 기분을 끌어올릴 달콤한 맛이 필요한 날엔 투카인즈오브커피를 찾아가자. 카페의 마스코트인 대형견 봉자도 느긋한 표정으로 손님을 반겨 준다.
주소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16길 26 
문의 0507-1332-1013
노란 다리에서 만나
장재천 호수공원


약속 시간보다 빨리 도착했을 때 시간 보낼 곳을 찾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피해 실내를,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녹여 줄 공간을 물색하겠지만 가을은 밖에서 기다려도 충분히 좋은 계절이다. 천안아산역 광장과 이어지는 장재천 호수공원의 노란 다리가 보인다면 주저 없이 걸음을 옮기자. 장재천 호수공원은 평범한 공원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거리가 적지 않다.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내는 분수, 다리 위를 지나가는 기차, 물장구치는 청둥오리, 그리고 줄지어 달리거나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일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는 동안 금세 시간이 지나간다. 건너편에는 천안시와 아산시가 함께 설립하고 운영하는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 도서관이 있으니 책을 읽으며 기다려도 좋다. 만나기로 한 이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오면 이렇게 답장을 보내자. “노란 다리에서 만나.”
주소 충남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 2061
참치 회에 위스키 한잔
참치블루스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손길로 독특한 식당이 탄생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안병복 대표가 15년간 수집한 7000여 장의 국내외 희귀 LP 음반이 한쪽에 꽂혀 있고, 테이블마다 참치 회가 놓인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참치 회와 음악 모두 천천히 음미해야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해 이렇게 공간을 꾸몄다. 혼자 오는 손님을 배려해 ‘블루스’의 첫 글자를 딴 1인 메뉴도 마련했다. 블 코스는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새치와 특수 부위로 구성했고, 루 코스는 참다랑어가 참다랑어 뱃살로 업그레이드되며, 스 코스에는 참다랑어 배꼽살이 추가된다. 모든 코스에는 담백한 죽, 감칠맛 도는 소라 숙회 무침, 바삭한 튀김 등이 포함돼 배를 든든히 채운다. 여기에 피트 위스키를 곁들여도 괜찮다. 안 대표는 최상의 음질을 위해 발매 당시의 오리지널 초반만 모았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울리는 음악을 튼다. 캐넌볼 애덜리의 ‘Autumn Leaves’, 톰 웨이츠의 ‘Time’, 유열의 ‘가을비’, 이정선의 ‘외로운 사람들’ 등 가을 정취 물씬한 음악을 이 계절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꼭 들려준다.
주소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11로 15-1 
문의 0507-1311-4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