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을 노래하고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 전진희. 그가 선물한 포근한 선율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짧고도 아쉬운 여정에 동행한다.

여린 빛을 닮은 플레이리스트

Scott Street 피비 브리저스
천천히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긴 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따뜻한 목소리와 기타 선율에 귀 기울이다 드럼과 베이스를 비롯한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더해지는 구간을 만나요. 기차가 푸른 들판을 달리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지죠.

Pastorale 프레드 허쉬
여행길에 오를 때마다 챙겨 듣는 노래예요. 전원곡이라는 뜻의 제목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죠. 봄빛처럼 따뜻하기도 하고, 겨울바람처럼 서늘하기도 한 연주에서 계절감이 느껴져요. 여행의 감상에 푹 빠져들기 좋은 곡이죠.

Who Knows 대니얼 시저
요즘 대니얼 시저의 새 앨범을 닳도록 애청하고 있어요. 힘을 뺀 소리 속에서 마음껏 유영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사랑이 불러온 불안함을 진심 어린 사랑으로 극복하겠다는 다짐이 담긴 이 노래는 제 마음 한편에 자리한 불안을 잠재워요.

Death with Dignity 수프얀 스티븐스
제 삶에 배경음악을 틀어 놓는다면 주저 없이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을 선택할 거예요. 첫 번째 트랙에 실린 곡이고, 손끝으로 연주하는 기타의 고요한 아르페지오로 시작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가사가 위안이 돼요.

5月 정원영
한 해를 정리하는 시기에 꼭 들어요. 무심한 듯 사려 깊은 피아노 연주에 정원영 선생님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요. 중간에 등장하는 피아노의 인터루드 부분은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저를 데려가죠.

여린 빛 전진희
2025년을 돌아보니 뜨겁게 달려왔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雨後 uuhu> 앨범에 수록된 ‘여린 빛’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어요. 가난한 마음을 사랑이 깃든 빛으로 이겨 내고 싶어 만들었으니, 여러분 곁에도 따스한 빛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전진희
호흡과 여백을 사랑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노 연주가. 2017년 정규 앨범 <피아노와 목소리>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 뒤 2019년 정규 2집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를 발매하고 2020년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음악감독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이후 피아노 즉흥 프로젝트 앨범 과 클래식 크로스오버 정규 앨범 <雨後 uuhu> 등 사계절을 세심히 그려 낸 음악을 차례로 공개했다. 대표곡으로 ‘여름밤에 우리’ ‘Breathing in September’ 등이 있다.
ⓒ 전진희, 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