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의 구도심에는 아프리카 원두를 볶는 카페부터 지속 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는 제로 웨이스트 편집숍까지 저마다 취향과 철학이 분명한 공간이 포진해 있다.

시선과 취향이 머무는 감각의 서재
살롱드마고

2020년에 문을 연 살롱드마고는 협동조합마고에서 운영하는 서점이자 페미니즘 문화 공간이다. 방문객의 목적에 맞춰 공간을 세밀하게 꾸몄는데, 필사와 독서에 집중하는 ‘플레이 라운지’, 음악 감상과 관련 큐레이팅 도서를 즐기는 ‘뮤직 바’가 대표적이다. 1인석인 ‘아티스트 테이블’에는 매달 지정 작가의 책과 자체 제작한 뉴스레터를 올려 둔다. 서가는 페미니즘 서적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어린이, 환경, 전쟁 등의 주제도 두루 다룬다. 인간의 신체와 감각에 초점을 맞춰 책을 구성한 ‘감각 서가’의 큐레이션도 돋보인다. 서점 한편에서는 물에 젖지 않는 미네랄 페이퍼 수첩, 한지 표지에 남원 옻칠 기법을 접목한 노트 등 살롱드마고의 자체 제작 문구류가 진열돼 있다. 영업을 쉬는 날에는 페미니즘 독서 모임, 시 쓰기 워크숍, 타로 워크숍 등 다채로운 모임 장소로 탈바꿈한다.
주소 전북 남원시 시청북로 17
문의 070-7797-3800
정성껏 차린 든든한 한 끼
집밥, 담다

하정동 한적한 골목에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문을 연 음식점이다. 메인 메뉴는 단호박 매콤 흑돼지갈비찜. 빨갛게 양념한 돼지갈비로 속을 채운 단호박이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데, 보는 순간 군침이 돌 정도로 먹음직스럽다. 돼지고기는 뼈에서 쉽게 분리될 만큼 연하고, 고춧가루와 과일로 맛을 낸 양념은 중독성 있게 매워 자꾸만 손이 간다. 담백한 고기와 어우러진 달큼한 단호박은 입안의 매운 기운을 부드럽게 감싸 준다. 한마디로 찰떡궁합. 상에 오르는 모든 반찬을 안주인이 직접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제철 채소로 정성껏 차린 밥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진다. 해마다 직접 재배한 배추 500여 포기로 담그는 김치도 일품이다. 워낙 인기가 많아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주소 전북 남원시 하정1길 28
문의 063-625-4580
아프리카 커피를 볶는 공간
은달래


아프리카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로스터리 카페. ‘신의 이름으로’란 뜻의 상호는 하강주 대표의 아들이 에티오피아에서 3년간 커피를 공부할 때 얻은 별명이다. 하 대표도 강릉에서 동명의 매장을 운영하는 아들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커피를 배운 뒤 귀농 학교 수료 후 15년째 이곳을 운영 중이다. 아프리카를 기반으로 커피를 공부한 만큼 은달래에서는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산 원두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시그너처 메뉴는 아프리카 원두를 배합한 ‘아프리카노’. 대표가 매일 원두를 로스팅하고 핸드 드립으로 추출해 가장 신선한 상태의 커피를 선보인다. 커피 한 잔을 내릴 때 넉넉히 원두 30그램을 사용해 텁텁한 뒷맛은 덜어 내고 깔끔한 맛만 잡아 낸다. 이렇게 내린 커피는 입안에 침이 고이는 기분 좋은 산미로 시작해 고구마나 설탕 같은 은은한 단맛으로 마무리된다. 매장에서 볶은 원두는 남원 시내의 로봇 커피 매장 두 곳에 납품하기도 한다.
주소 전북 남원시 향단로 3
문의 063-636-7730
연못과 누각이 빚은 한 폭의 풍경
광한루원

요천 변에 자리한 광한루원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우주의 이치를 본떠 조성한 정원이다. 황희 정승이 건립한 광통루에서 출발해 오랜 세월을 거치며 오늘의 형태가 됐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국보로 지정된 광한루와 물 위에 우뚝 선 완월정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앞으로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내려앉은 오작교가 길게 이어진다. 반원형 교각이 드리워진 돌다리를 천천히 건너다 보면 연못 위로 수백 년 세월을 견딘 왕버들과 고건축의 그림자가 비치고 붉은 비단잉어 떼가 느릿하게 헤엄치는 풍경이 한 폭의 진경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오후 6시 이후에는 무료 개방해 시민들의 야간 산책로로도 사랑받는다. 어둠이 내리고 청사초롱의 불을 밝히면 물결 위로 은은한 빛이 물들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소 전북 남원시 요천로 1447
문의 063-620-8907
남원 제로 웨이스트 편집숍
굿바이스토어

환경을 해치는 제품과 이별(good-bye)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good-buy)를 실천하자는 메시지를 건네는 제로 웨이스트 편집숍이다. 환경 기관에서 근무했던 조태현 대표가 2023년 동충동 골목에 문을 열었다. 매장 안은 식물성 수세미처럼 쉽게 자연 분해되는 생활용품과 재치 있는 업사이클링 소품, 과테말라 걱정인형과 가나 수제 바구니 같은 공정무역 제품으로 아기자기하게 채웠다. 빈 용기를 가져와 죽염이나 밀크티 베이스 등을 필요한 만큼 덜어 가는 소분 시스템도 갖췄다. 비건 음료를 선보이며 일회용 컵 대신 대여용 텀블러나 생분해 컵을 건네는 섬세함도 인상적이다. 공간 운영을 넘어 자체 제작 워크북을 활용한 ESG 환경 교육도 꾸준히 이어 가며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주소 전북 남원시 용성로 71
문의 0507-1394-9585
부부의 정성이 담긴 건강한 빵
잡학다식

2021년 하정동 골목에 둥지를 튼 베이커리. 부부가 함께 개업 준비에만 꼬박 2년을 들였다.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잡학다식이 자신 있게 선보인 메뉴는 천연 효모로 저온 발효한 빵. 아내가 독자적인 레시피를 개발했고, 남편은 아내의 제빵 공정을 엑셀 시트로 연동해 체계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는 기본이며 빵의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구매 시 빵을 썰어 주지 않는 것도 이곳의 철칙이다. 덕분에 언제나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을 맛볼 수 있다. 시그너처 메뉴는 올리브 치아바타, 무화과 크림치즈 빵, 토마토 바질 포카치아. 속재료를 푸짐히 넣어 식사 대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오전 10시부터 온기 가득한 빵이 나오지만 하루 생산량이 정해져 있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주소 전북 남원시 하정2길 7
문의 0507-1438-5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