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화백의 집이자 작업실이 모두에게 열린 문화 공간이 되었다. 캔버스와 난로, 물감 자국이 남아 있는 작업실에서 거장의 삶과 예술을 마주한다.



지난 5월 개관과 동시에 화제가 된 공간이 있다. 서울 평창동 경사지에 자리한 김창열 화가의 집이다. ‘물방울 화가’로 알려진 김창열 화백이 1988년부터 2021년 작고할 때까지 30여 년간 가족과 생활하며 작업하던 곳으로, 생전에 시민들에게 작업실을 공개하길 바란 작가의 뜻에 따라 2022년 종로구가 매입해 공공 문화 시설로 조성했다. 지상 2층, 지하 2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며 관람하도록 설계됐다. 신발을 벗고 1층으로 내려가니 개관 기념전 <김창열, 물방울의 흔적>이 관람객을 맞는다. 회화 19점, 판화 4점, 드로잉 1점 등 총 24점으로 구성한 이번 전시는 화백의 작품 중에서도 보기 어려운 종이 판화와 한지 작업에 주목한다. 멀리서 보면 실제 물방울이 맺힌 듯 생생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형체가 모호해지며 추상화 같은 인상을 남긴다. 지하 1층 아카이브실에서는 지폐나 신문지, 전시 팸플릿 등 일상적 소재에 그린 물방울 드로잉도 선보인다. 관람의 하이라이트는 지하 2층 작업실이다. 1층의 천창과 지하 1층의 측창을 통해서만 은은한 자연광이 스며드는 이곳은 창문 없는 동굴 형태의 작업실을 원했던 화백이 직접 구상했다. 두루마리 형태로 말아 둔 캔버스와 난방이 되지 않아 작가가 늘 불을 피우던 난로, 이젤 옆에 탑처럼 쌓인 유화물감, 크기와 모양이 저마다 다른 붓, 작업 구상을 위해 오려 둔 물방울 스케치 등에서 김창열 화백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관람을 마친 후에는 2층도 꼭 살펴보자. 한쪽 벽면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북한산 자락에 폭 안긴 평창동 풍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이곳이 원래 화백의 생활 공간이었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지하에서 작업에 몰두하다가 올라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돌리는 화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창7길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