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주택도시보증공사×도시재생 프로젝트 ➊ |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시대에 접어들면서 오래된 도시를 살리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지원기구인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과 함께 3개월에 걸쳐 도시재생사업으로 달라진
지역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경북 경산 원도심과 경기 수원 행궁동이다.
이병권 여행 작가
시간의 결을 품은 경산 원도심
KTX 경산역 너머 낡은 골목길에 들어서자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다. 고려 시대부터 대구와 청도를 잇던, 경산의 종로라 불린 서상길이다. 한때 지역의 중심이었을 만큼 활기찼으나 세월의 흐름 속에 조용히 잊힌 원도심이 됐다. 이곳에 도시재생이라는 바람이 불어오면서 오래된 건물과 골목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 공간으로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낡은 지붕과 낮게 이어진 담장 사이, 시간의 결을 지켜 내며 다정하게 변모한 경산의 옛 거리로 골목 유람을 떠난다.

골목의 기억을 보듬는 정겨운 마중물, 경산이발테마관
경산역을 뒤로하고 고즈넉한 서상동 골목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나지막한 지붕 아래 오래된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서상동 골목의 오랜 상징이자 주민들의 사랑방이었던 중앙이용원을 복원한 경산이발테마관이다. 경산에는 50년 넘은 세월 동안 사람들의 머리를 매만지며 골목의 역사를 함께해 온 이발소 네 곳이 있었다. 그중 1956년 문을 열어 50년 넘게 자리를 지키다 2014년 문을 닫은 중앙이용원이 옛 모습 그대로 되살아났다. 안으로 들어서자 빨강, 파랑, 하양 띠가 빙글빙글 돌아가던 이발소 삼색등이 눈길을 끈다. 경산이발테마관에는 중앙이용원뿐 아니라 경산의 삶과 세월을 함께 걸어온 다른 세 곳의 이발소 이야기도 전시되어 있다. 사진 속 이발사와 옛이야기가 담긴 기록이 영상으로 아카이빙되어 골목길에 쌓인 세월의 무늬를 느낄 수 있다.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와 함께 마을의 소박한 일상이 재생되는 듯하다.
전시관을 지나 중앙이용원 복원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수줍게 순서를 기다리던 동네 이발소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죽 의자부터 손때 묻은 바리캉과 가위, 빛바랜 영업 신고증이 폐업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세월의 켜가 차곡차곡 쌓인 풍경 앞에 서자 가슴이 몽글거린다.

오래된 시간 위에 포개진 젊은 상상력, 경산웹툰창작소
이발소에서의 여운을 뒤로하고 정겹게 이어진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조용한 옛 거리와 대비되는 반듯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담장 벽면 가득 채워진 알록달록한 캐릭터 벽화가 여행자를 반기는 경산웹툰창작소다. 2024년 새롭게 문을 연 이곳은 조용하던 서상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적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경산웹툰창작소는 전시관, 공유 오피스, 스튜디오, 교육실, 특강실 등을 갖추고 웹툰 제작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개인이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웹툰 전문 드로잉 장비를 보유하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만화와 웹툰을 배우고 그리는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한다. 나아가 경산에 자리한 대학교들과 연계해 청년 작가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둥지 역할을 한다.
경산웹툰창작소에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경산 지역 어르신들이 주인공인 <만화로 보는 시니어 전성시대> 전시가 열린다. 청년 작가의 톡톡 튀는 감각과 시니어의 지혜로운 삶이 만나 완성된 작품은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한다.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젊은 에너지를 품어 내며 골목의 새로운 내일을 펼쳐 가는 도시재생의 감각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한옥의 뼈대 위에 피어난 고즈넉한 휴식, 서상카페
경산웹툰창작소 건너편에는 서상카페가 자리한다. 멋스러운 기와지붕 아래 아늑한 분위기가 감도는 이곳은 1916년에 지은 경산 최고 부잣집이었다. 100년 넘게 세월이 흘러 주인은 떠나고 한동안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경산시가 방치된 이 집을 매입해 복원하면서 2024년 주민과 여행자 모두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카페로 탈바꿈했다. 전통 한옥 구조에 현대적 요소가 결합된 사랑채는 창문과 복도를 따로 두는 근대 한옥의 특징을 따랐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한옥 너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100년 전 시간 속으로 느릿하게 빠져드는 듯한 평온함이 스며든다.
서상카페는 서상길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한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마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만든 비영리 협동조합이다.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정성껏 음료를 내리고 공간을 가꾸며 골목 전체에 온기를 채운다. 쇠퇴한 공가옥이 매력적인 카페로 변모하고, 그곳이 다시 주민들의 일터이자 사랑방이 된 것이다. 카페에서 생긴 수익은 운영비를 제하고는 고스란히 마을을 위해 쓰이며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도시재생사업이 마을 환경뿐 아니라 주민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꾼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길지혜 여행 작가
수원 행궁동 성곽 마을에 되살아난 오늘
수원천 위로 긴 팔을 드리운 버드나무와 화홍문 일곱 수문 아래로 흐르는 물, 낡고 낮은 담장에 기대어 잠든 고양이와 새로 페인트칠한 대문의 문패까지. 겨울잠처럼 고요한 시간을 지나 행궁동에 새로운 계절이 시작됐다. 인적 드문 골목에 여행자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낡고 오래된 집 담장 너머로 술 익는 향이 번진다. 어쩌면 ‘도시재생’이란 지난 시간을 지우는 대신 그 위에 새로운 계절을 덧입히는 일인지도 모른다.

골목에 스며든 도시재생, 일상이 여행
수원화성 성곽으로 둘러싸인 행궁동의 다른 이름은 ‘성안(성곽 안쪽)마을’이다. 세계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높은 건축물을 세우지 못하는 제약이 여느 도시와 다른 하늘지붕선을 이루면서 ‘요즘 행궁동’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행궁동은 느긋하게 걸으며 골목 곳곳에 숨은 재미를 발견하기 좋은 여행지다. 숨바꼭질하듯 골목 모퉁이를 돌 때마다 힙한 동네 책방과 카페, 편집숍 등이 나타난다. 루프톱에 앉아 수백 년 전 정조가 세운 수원화성과 조우하고, 한옥과 옛 건물에서 레트로 문화를 경험한다. 여기에 팔달문까지 이어진 전통 시장과 1년 내내 열리는 축제의 향연까지, 행궁동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 고리처럼 느껴진다.
행궁동 여행은 화홍문에서 시작한다. 화홍사랑채를 지나 수원천 변을 따라 걷다 보니 주민들의 사랑방 행궁어울림센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한 주민 공동체의 거점 공간이다. 지상 2층 건물에 마을 카페와 공유 주방, 다목적실, 마을 음악실, 프로그램실 등을 갖추었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마을 카페와 전시·판매장을 운영하며 주민들은 공유 주방과 음악실, 프로그램실을 자유롭게 이용한다. 주민의 일상과 이어지는 이곳은 주민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능하며 살아 움직이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오래된 건물에 들어선 마을 양조장, 행궁연가
술 익는 냄새를 따라 행궁연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된 한옥을 손질해 수원양조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수원양조장이 자리 잡은 곳이다. 수원양조장은 일종의 공유 경제 공장으로, 양조장에서 만든 전통주를 시음하고 구매하는 공간과 안주와 함께 전통주를 즐기는 곳, 예술 체험 공간 등이 모여 있다. 도심 한가운데 전통주 양조장이 있다니! 수원양조장에서는 수수한주, 행궁둥이, 장안문별주, 수수미주, 샛별주 등의 전통주를 선보이는데, 수원 쌀로 빚은 막걸리 ‘행궁둥이’에 마음을 빼앗겼다. ‘~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뜻의 접미사 ‘둥이’를 더해 ‘행궁동에서 태어난 술’이라는 의미로 ‘행궁둥이’라 이름 붙였다는데, 맛을 보니 궁둥이가 안 떨어진다는 뜻으로 붙은 이름 같다. 맛이 깔끔하고 부드러워 혀에 순하게 감긴다. 행궁동에 온다면 궁둥이를 붙이고 꼭 마셔야 할 전통주다. 막걸리 아이스크림 ‘수수께끼’도 빼놓을 수 없다. 은은한 막걸리 향이 일품인데 쫀득한 식감에 한 번, 부드러운 단맛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행궁연가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의 자원을 활용, 새로운 문화와 경제활동을 일구어 낸 곳이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음식과 양조가 어우러지는 곳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 잔의 술에도 지역의 자원과 주민의 이야기가 담긴 것이다.

타임머신 타고 시간 여행, 행궁동벽화마을과 왕의 골목
찾는 이가 드문 낡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지역 주민이었다. 노후한 건물과 마을을 보수하고, 담장을 캔버스 삼아 주민과 예술가, 시민단체가 벽화를 그렸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든 여행자들이 삭막했던 골목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꿨다. 전국의 수많은 벽화 마을 중 이곳이 유독 여행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벽화에 수원은 물론 수원화성과 연관된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행궁동 벽화 골목 주변으로는 왕의 골목을 조성했다. 정조가 행차하던 옛길과 주변의 역사 문화 공간을 연결한 테마 길이다. 왕의 골목을 따라 걷다 화성어차를 만났다. 임금이 타던 어차를 모티브로 만든 관광 열차로, 연무대를 출발해 화홍문, 장안문, 화서문, 매향교를 돌아 연무대로 다시 돌아온다. 화성어차에 탄 소년들이 왕처럼 손을 흔든다. 수원화성과 연결되는 왕의 골목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정비한 길이다. 수원화성박물관을 지나 수원사 방향으로 가다 보면 ‘팔달산에 뜬 달’이 보인다. 수원화성 성곽 아래 노후 주택의 지붕을 정비하고 경관 조명을 설치해 포토존으로 거듭난 곳이다.
해가 기운다. 행궁동에 뜬 달 옆을 지나 주민들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긴다. 골목마다 환하게 불이 켜지고, 불빛보다 반짝이는 오늘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그렇게 성안마을 행궁동에 새로운 시간이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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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도시재생 스탬프 투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활력을 되찾은 곳 중 매력도와 권역별 균형, 관광객 접근성 등을 고려해 13개 도시의 52개 장소를 선정했다. 스마트폰에서 ‘스탬프투어’ 앱을 다운로드한 후 각각의 장소에서 위치 인증을 하면 스탬프가 적립된다. 미션 달성 후 리워드를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다양한 경품을 증정한다.
기간 8월 18일~1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