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근대 거리를 거닐고,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서는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보물 이야기를 듣는다. 고하도 해상 데크를 따라 걸으며 충무공 이순신의 얼을 되새기고, 해상 케이블카에 올라 도시와 바다 풍경을 한눈에 담는다. 시간을 거슬러 전남 목포로 떠난 여정을 펼쳐 보인다.
1. 애환 서린 바다 위를 걷다
고하도 전망대&고하도 해상 데크


목포 앞바다에 길게 누운 용의 형상을 닮아 ‘용섬’이라 불리는 고하도로 향하는 길은 어렵지 않다. 차로 목포대교를 건너거나 해상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금세 닿는다. 고하도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목재 블록을 엇갈려 쌓아 올린 듯한 이색적인 건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대한 나무 성채이자 현대미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이 건축물은 고하도 전망대다. 명량해전에서 판옥선 열세 척으로 왜군을 무찌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고하도는 충무공이 106일간 머물며 군량미를 비축하고 판옥선을 재건해 전력을 가다듬은 전략적 거점이기도 하다. 1597년 보화도(지금의 고하도)에 배를 정박한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에 “서북풍을 막을 만하고 배를 감추기에 아주 적합했다”고 기록했다.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 조망과 함께 은폐에 유리한 섬의 지형이 한눈에 들어와 이곳이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고하도 역사와 목포의 문학인들, 권역별 관광 정보를 소개하는 전시가 층층이 이어진다. 창밖 풍경 또한 층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낮은 층에서는 고하도의 푸른 숲과 완만한 해안선이 눈앞에 펼쳐지고, 위층으로 오를수록 목포대교와 다도해의 섬들이 시야를 채운다. 어렴풋이 들리는 파도 소리를 따라 전망대 아래 해상 데크로 내려서면 풍경은 한층 생생하게 다가온다. 목포대교가 놓인 용머리 방향에는 전장을 지휘하듯 기개 넘치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하늘 위로 비상하는 듯 생동감 넘치는 은빛 용 조형물이 자리하고, 반대편에는 1940년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조성한 해안 동굴이 남아 있다.
주소 전남 목포시 고하도안길 234
문의 061-270-8217
2. 100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 & 화신연쇄점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과 화신연쇄점은 1897년 개항 이후 100여 년간 목포가 겪은 번영과 쇠퇴의 시간을 가장 잘 간직한 공간이다.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은 1920년, 일본 자본 은행들만 존재하던 거리에 한국인 지역 유지들이 힘을 모아 민족자본으로 세운 호남은행 목포 지점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목재 트러스 구조의 천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삼각형으로 조립된 목재가 하중을 지탱하는 서양 건축양식으로, 근대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1층에서는 목포 개항 이야기, 극작가 김우진과 성악가 윤심덕의 사랑 이야기 등을 VR로 감상하고, 작곡 체험과 개화기 의상 촬영 등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그 시대의 분위기를 오감으로 느낀다. 2층에서는 이난영과 김시스터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193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태동과 확장을 조명한다. 목포 대중음악의 전당에서 도보 1분 거리에는 곡선형 전면부가 인상적인 카페 화신연쇄점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소유 건물이었는데, 한국인이 인수해 서울 종로 화신백화점 분점이 들어섰고 이후 운송 회사, 갤러리를 거쳐 2025년에 카페로 재탄생했다. 철근 콘크리트 라멘조 기둥과 곡선형 계단, 옛 금고가 그대로 남아 있는 실내에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흔적이 느껴지고, 여기에 모던한 가구를 더해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엔나커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1990 화신 크림 라테’를 한 모금 들이켜며 이곳이 백화점이던 시절의 풍경을 떠올려 본다. 이국의 낯선 물건들을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을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주소 전남 목포시 해안로249번길 34(목포 대중음악의 전당), 번화로 75(화신연쇄점)
문의 061-244-2220(목포 대중음악의 전당), 0507-1316-8429(화신연쇄점)
3. 바닷속 보물을 찾아서
목포해양유물전시관


1975년 여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 여섯 점이 걸려 올라왔다. 도자기의 정체는 14세기에 동아시아 바닷길을 오가던 대형 무역선 ‘신안선’의 유물이었다. 보물선의 존재가 알려지자 전국에서 도굴꾼이 몰려들었고, 이듬해 정부가 유물 보존을 위해 신안선 수중 발굴에 착수했다. 이후 수중 발굴한 해양 유산을 지키기 위해 1994년 영산강 하구 인근에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을 열었다. 이곳은 네 개의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관으로 구성되었다. 1층 제1전시실에는 십이공파도선, 달리도선, 완도선 등 세 척의 고려 난파선을 전시해 고려 시대의 활발한 해상 운송 체계와 교역 규모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철제 프레임 안에 남은 선체의 목재 조각으로 배의 크기와 형태를 어렴풋이 그려 본다. 청자와 짚을 번갈아 쌓아 포장한 도자기 꾸러미에서 생활의 지혜가 읽히고, 솥과 장기 알, 나무 빗 같은 유물은 바다 위 뱃사람들의 일상을 상상하게 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제2전시실이다. 복원된 신안선 실물 앞에 서는 순간, 압도적인 규모에 그대로 몸이 얼어붙는다. 한눈에 담기지 않는 거대한 선체를 따라 걸으며 송·원대의 고급 자기와 28톤에 달하는 동전, 1017개의 자단목, 동남아시아산 향신료 등 신안선에 실려 있던 유물을 차례로 구경한다. 전시실 끝까지 이어지는 유물들은 신안선이 누비던 동아시아 바닷길이 문화와 물자가 오가던 거대한 네트워크였음을 증언한다. 전시는 2층으로 이어진다. 제3전시실에서는 디지털 실감 영상을 통해 생생한 수중 발굴 현장을 마주하고, 제4전시실에서는 한국 전통 배 ‘한선’의 구조와 제작 과정을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살펴본다.
주소 전남 목포시 남농로 136
문의 061-270-3001
4. 목포를 한눈에 담다
목포해상케이블카

왕복 거리 6.46킬로미터, 주탑 최고 높이 155미터. 목포해상케이블카의 스케일은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북항승강장에서 출발해 유달산 정상부와 고하도를 지나 다시 기점으로 돌아오는 40분 동안 목포 전체가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진다. 목포해상케이블카의 진가를 느끼고 싶다면 크리스털 캐빈이 제격이다. 사방은 물론 바닥까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공중을 나는 듯한 느낌이 짜릿하다. 케이블카가 최고 높이에 다다르자 시야가 단숨에 트이고, 풍경은 아스라하면서도 또렷하다. 유달산에서 양을산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공간에 도시의 풍경이 펼쳐지고, 집 마당에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들의 몸짓과 표정까지 생생하게 내려다보인다. 이내 시선은 유달산으로 옮겨 간다. 푸른 숲 사이로 일등바위와 이등바위가 늠름하게 솟아 있고, 가지마다 맺힌 꽃봉오리가 봄기운을 전한다. 유달산의 일주 도로를 벗어나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야를 채운다. 영산강은 삼학도를 지나 서서히 바다로 스며들고, 작은 배 한 척이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고하도 용머리를 휘돌아 나온다. 더없이 고즈넉한 장면이다. 고하도에 내려 전망대와 해상 데크를 들른 뒤 다시 북항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에 오른다. 풍경이 되감기하듯 펼쳐지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해는 다도해 너머로 빠르게 기울고, 남은 주황빛이 하늘에 천천히 번진다. 빛이 사라질수록 풍경은 한층 깊어지고,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에 홀린 듯 창밖을 바라본다. 마침내 어둠이 내려앉자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진다. 점점이 수놓인 빛은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은하수처럼 아득하다. 목포에서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간다.
주소 전남 목포시 해양대학로 240(목포해상케이블카 북항승강장)
문의 061-244-2600(목포해상케이블카 북항승강장)
목포의 봄을 거닐다
2026 유달산 봄축제
전남 목포에 봄이 찾아왔다.
유달산 봄축제로 계절의 정취에 취해 본다.


목포 시민에게는 일상의 풍경이자 여행객에게는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유달산을 빼놓을 수 없다. 목포 시내와 다도해가 한눈에 보이는 명소로, 매년 봄이면 유달산 경치를 만끽하는 축제가 열린다. 올해 유달산 봄축제는 ‘쉼’을 키워드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돗자리에 앉아 김밥과 샌드위치, 솜사탕 등을 먹는 봄 소풍과 둘레길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프로그램은 동심을 불러 일으킨다. 산책하듯 걷기 좋은 유달산 둘레길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가수 이난영의 노래비, 연인들의 포토존으로 사랑받는 연리지 소나무, 전설을 품은 기암괴석 등 시선을 붙드는 명소가 이어진다. 대학루와 달선각, 유선각 등 산책길 중간중간 자리한 정자에 앉아 잠시 쉬어 가기도 좋다. 축제의 순간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봄꽃으로 꾸민 포토존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일은 필수다. 유달산 코앞에 위치한 노적봉예술공원에도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시립 예술 단체의 공연과 시니어 합창단, 지역 예술인의 버스킹이 축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고, 봄꽃 비즈 링 및 화관 만들기, 봄꽃 편지 쓰기 등 체험 콘텐츠도 즐거움을 더한다.
기간 4월 4일~5일 장소 전남 목포 유달산 일주 도로 일원
문의 061-270-8432
봄이 차린
목포의 밥상
사시사철 해산물이 풍부한 전남 목포에서 별미로 손꼽히는
‘목포 9미’ 가운데 봄이 제철인 맛집 두 곳을 찾았다.

건강한 낙지 요리 한 상, 꽃낙
‘갯벌 속의 인삼’이라 불리는 낙지 가운데서도 다리가 가늘고 연한 종을 세발낙지라 부른다. 목포항 사거리에 자리한 꽃낙의 고대호 대표는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내 기본에 충실한 낙지 요리를 낸다. 소낙탕탕이와 낙지 연포전골이 대표 메뉴. 갓 잡은 낙지를 깨끗이 손질한 뒤 탕탕 썰어 참기름에 버무리고 깨를 얹은 낙지탕탕이에 쇠고기 육회를 더한 소낙탕탕이는 식감과 풍미를 모두 만족시킨다. 입안에서 살아 움직이듯 요동치는 낙지는 탱글탱글하면서도 부드럽고, 육회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김에 싸 먹어도 좋고, 밥을 비벼 탕탕이비빔밥으로 즐겨도 그만이다. 한입 먹으면 속이 금세 따뜻해지는 낙지 연포전골도 빼놓을 수 없다. 알맞게 익은 낙지는 선홍빛을 띠며 다리가 힘 있게 솟아오른다. 조개와 파, 무로 깊은 맛을 낸 국물은 담백하고 개운하며, 팽이버섯과 송이버섯은 졸깃한 식감을 더한다. 메인 요리 곁을 채우는 반찬도 제철 식재료로 맛깔나게 차려내 입맛을 돋운다. 푸짐한 낙지 요리 한 상을 비우고 나면 힘이 불끈 솟는다.
주소 전남 목포시 해안로 175-1
문의 0507-1353-8081

밥도둑의 계보를 잇는 꽃게무침, 너구리식당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잇는 또 하나의 밥도둑이 목포에 있다. 바로 꽃게무침. 꽃게 살만 발라 빨간 양념에 무친 모습은 양념게장을 닮았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목포의 대표 별미, 꽃게무침을 제대로 맛보려면 북항선착장 인근의 너구리식당에 가야 한다. 소문난 현지인 맛집으로 최근에는 여행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아 문 열자마자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너구리식당의 꽃게무침은 주문과 동시에 꽃게 살을 발라 특제 양념과 함께 오이, 당근, 양파를 넣고 무쳐 낸 뒤 게딱지 안에 듬뿍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꽃게무침을 싹싹 긁어 밥에 넣고 비벼서 한 입 맛보면 달큼한 게살과 아삭한 채소, 감칠맛 넘치는 양념이 어우러져 숟가락을 내려놓기 쉽지 않다. 혀끝에 남은 양파의 알싸한 맛을 달래는 데는 시원한 동태찌개가 제격이다. 무와 파, 두부만 넣고 담백하게 끓이는 것이 맛의 비결.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국물이 개운하고 칼칼하다. 여기에 통통한 동태 살까지 더하면 만족감이 배가된다. 꽃게무침 한 입, 동태찌개 한 숟갈을 번갈아 먹다 보면 어느새 밥 한 공기가 말끔히 비워진다.
주소 전남 목포시 죽교천로122번길 9
문의 061-245-5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