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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AI 생활

2025년 05월 28일

  • writer 서승완(프롬프트 엔지니어, 세종사이버대학교 인공지능학과 겸임 교수)
  • ILLUSTRATOR 조성흠

인간의 삶 속 어디에나 존재하는 생성형 AI. 누구나 창작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AI의 명암이 분명한 이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사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 줘!“ 이 한마디만 입력하면 금세 멋진 결과물이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챗GPT를 위시한 생성형 AI의 등장 덕분이다. AI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단지 그동안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 주는 기술에 머물러 있었다. 숫자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포착하고, 미래를 점치거나 현재를 진단했다. 금융권에선 AI가 주가를 예측하고, AI를 활용한 쇼핑몰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석했다.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열풍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클로드(Claude), 제미니(Gemini), 수노(Suno), 소라(Sora) 등 최근 등장한 생성형 AI는 데이터에서 패턴을 추출하는 것뿐 아니라 글, 그림, 음악, 영상 등을 모사하고 창작한다. 기술적 차원에서 이전의 분석형 AI와 지금의 생성형 AI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수많은 데이터 조각을 통계적으로 예측하는 것에서 출발해 정보를 분석하고 생성하는 과정이 동일하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단순한 분석 도구를 넘어 창작의 동반자 역할로 확장하고 있다. 요청만 하면 블로그 포스팅, 여행 일정표, 사업 기획서, 캐릭터 그림까지 원하는 결과물을 쉽게 도출해 낸다. 전문가 영역이던 디자인과 글쓰기 작업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유튜버, 자영업자, 학생 모두 어렵지 않게 콘텐츠를 만들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한다. 개발 지식이 없어도 커서 AI 같은 코드 어시스턴트 AI를 활용하면 나만의 앱과 서비스를 바로 제작할 수 있는, 일명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시대가 열렸다.

기업에서도 생성형 AI는 새로운 경쟁력이 되었다. 고객 상담이나 마케팅, 보고서 작성처럼 많은 시간을 요하는 일이 자동화되고, 한층 정교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양한 산업에서 AI가 창의적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작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했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은 AI가, 창의적이고 중요한 결정은 인간이 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한다. 덕분에 인간은 여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자기 계발과 여가에 쏟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마법의 지팡이는 아니다.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AI도 오류를 범한다. 가장 큰 문제는 ‘헐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다. AI가 실제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만든다는 것. 겉으로는 정답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믿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에는 많은 AI 서비스가 외부 검색 기능을 지원하지만, 검색한 데이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이는 생성형 AI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생성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AI가 만든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지면 의료 진단에서 부정확한 처방을 유도하거나, 법률 자문 과정에서 잘못된 법령 해석을 제공하고, 금융 상품 추천 시 투자자에게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보안과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커졌다. 무심코 입력한 민감한 데이터가 외부로 노출되면서 피싱 이메일, 가짜 콘텐츠, 각종 온라인 사기 방식이 점점 정교해지는 추세다. 저작권, 책임 소재, 차별이나 편견 같은 윤리적·법적 고민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AI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활용하는 도구일 뿐이다. 문제와 결과물을 명확히 가려 내고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이 해야 할 일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AI에 각종 민감한 정보를 입력하지 않는 것은 기본, AI가 내놓는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중 검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중요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AI의 결과물을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고, 최종적으로는 인간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과 허구를 판별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본적인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갖추는 것이 필수다. 더 나아가 AI의 강점과 한계를 명확히 이해해 활용하는 동시에 인간 고유의 사고력과 책임감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함양해야 할 AI 리터러시의 자세다.

그렇다면 생성형 AI를 똑똑하게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열쇠는 ‘프롬프트(AI에 제시하는 지시문)’에 있다. 프롬프트의 완성도에 따라 결과물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프롬프트는 어떤 목적, 형식, 톤의 결과물을 바라는지 구체적인 조건을 덧붙여 작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마케팅 전략 알려 줘”보다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의 SNS 마케팅 전략을 세 가지 제안해 줘. 각 전략마다 구체적 실행 방안과 예상 효과도 함께 설명해 줘”라고 제시하면 훨씬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때 맥락을 잘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AI의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질문을 다시 정교하게 다듬거나 단계적으로 나누어 접근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프롬프트 활용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프롬프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같은 새로운 직업군도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인류는 늘 새로운 기술 앞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책을 두고 ‘사람들이 글에만 의존해 정보를 기억하고 깊이 생각하는 힘이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책의 탄생은 인류의 지식과 문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았는가.

생성형 AI도 비슷한 전환점에 있다. AI 덕분에 인간은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동시에 스스로 정의 내리고, 지시하고, 검증하고, 판단하는 힘인 비판적 지성을 갖추는 일도 더없이 중요해졌다. 인류 역사가 늘 그러했듯 어떤 태도로 신기술을 맞이하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