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열기를 날려 버릴 맥줏집과 젤라토 가게부터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 줄 음식점과 책방까지. 전남 순천역 근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여섯 곳을 방문했다.

역사가 흐르는 동네
순천 철도관사마을


순천 철도관사마을은 전국 철도 관사촌 중 보존이 가장 잘된 곳으로, 마을의 역사를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 꼭 둘러봐야 할 곳은 순천철도마을박물관과 순천철도문화체험관, 기적소리 전망대로 동선이 차례대로 이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순천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순천철도마을박물관. 1호 관사를 현대식으로 개조한 이곳에는 1980년대 당시 철도인의 월급 봉투, 경원선 전철 개통 기념 승차권 등 철도와 관련한 옛 물건이 가득하다. 달리는 기차 모습을 알록달록한 타일로 꾸민 벽화를 보며 3분 정도 걸으면 순천철도문화체험관에 다다른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4D 기차 시뮬레이터. 실제 무궁화 열차에 탄 것처럼 쿠궁쿠궁 현실감 있는 기차 소리와 함께 온몸이 들썩인다. 창문 밖으로는 순천만습지, 낙안읍성 등 순천의 명소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마치 기차를 타고 순천 여행을 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기적소리 전망대는 해가 기울 때쯤 오르기를 추천한다. 바둑판 형태의 철도관사마을 경관이 한눈에 담겨 야경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주소 전남 순천시 조곡동 문의 061-742-5606(순천철도마을박물관)
영감의 씨앗이 싹트는 곳
책방 심다


당신의 마음에 씨앗을 심는 ‘책방 심다’는 누구든 책을 매개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김주은 대표가 여인숙을 개조해 책방을 만들었다. 책방 곳곳에 싱그러운 식물과 함께 자연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배치해 생기를 더했다. 서가에는 김 대표가 처음 책방을 열 때 영감을 얻은 독립 출판물부터 삶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한 작가들의 에세이와 시집, 어린이 그림책과 어른 그림책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이 꽂혀 있다. 라디오에 소개한 책, 기차에서 읽기 좋은 책, 독서 모임을 위해 고른 책 등 큐레이션 코너도 마련했다. 가장 인기 있는 블라인드 북은 포장지를 뜯기 전까지 어떤 책이 들었는지 알 수 없어 묘한 설렘을 준다. 책뿐 아니라 순천 명소 사진이 담긴 엽서와 책갈피, 마그넷 등 소장할 만한 여행 기념품도 판매한다. 복도 끝 공유 서재에 꽂힌 주인장의 소장 도서도 눈여겨보자. 기록을 좋아하는 이들은 책방 도장을 찍거나 방명록을 남겨도 좋다.
주소 전남 순천시 역전2길 10 문의 061-741-4792
순천을 담은 수제 맥줏집
순천양조장


낡고 오래된 벽 타일 외관이 인상적인 순천양조장은 순천의 유일무이한 수제 맥줏집이다. 시그너처 맥주는 ‘순천 맥주’. 발효 원액에 물을 타지 않는 그래비티 공법으로 만들어 깊고 풍부한 맛이 특징이다. 와온해변의 붉은 석양을 표현한 ‘와온’, 순천만의 검은 흑두루미를 표현한 ‘흑두루미’ 등 순천의 명소를 담은 수제 맥주도 색다르다. 순천 특산물인 매실로 만든 사이다도 있어 술을 마시지 못하는 지인과 함께 방문해도 좋다. 순천양조장은 수제 버거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대표 메뉴는 크레인 버거. 훈연한 베이컨과 짭조름한 아메리칸 체다 치즈의 조합으로 한 입 베어 물면 진한 육즙의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순천만에서 재배한 미나리를 쫑쫑 썰어 마요네즈에 버무려 넣은 순천만버거도 이색적이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켜면 여행길에서 느낀 고단함이 한번에 씻기는 기분이 든다.
주소 전남 순천시 역전길 57
문의 0507-1351-2545
달달하게 즐기는 순천 특산물
아끼염


순천 역사 내에 자리한 젤라토 가게, 아끼염은 여행 중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며 달달함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좋은 선택지다. 상호 ‘아끼염’은 박선진 대표가 아직 이가 나지 않았던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아이스크림을 어리숙하게 부르던 말이다. 박 대표는 신선한 제철 과일과 순천 특산물을 활용해 젤라토를 만든다. 대표 메뉴는 ‘순천 매실’. 2022 순천매실 시그니처 디저트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이 젤라토는 상큼할 것 같지만 의외로 우유의 단맛이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고 오독오독 씹히는 매실 장아찌의 식감이 재미를 더한다. 이 외에도 월등면 복숭아 소르베, 순천 쌀 젤라토 등을 선보인다. 주재료에 따라 맛과 질감도 다르게 구현한다. 우유와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재료는 달달한 젤라토로, 배처럼 씹는 재미가 있는 과일은 본연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물과 과일만 조합해 상큼한 소르베로 제조한다.
주소 전남 순천시 팔마로 135
문의 0507-1385-2757
계절을 든든히 나는 제철 밥상
아마씨


순천에서 속 편하고 배부른 한식을 맛보고 싶다면 아마씨로 향하자. ‘아름 엄마가 만드는 씨앗 밥상’의 줄임말인 아마씨의 대표 메뉴는 두 가지. 1일 50상 한정 판매하는 연잎밥 정식과 날씨나 요일에 따라 달라지는 별식이다. 연잎밥 정식은 해남 무농약 연잎으로 쪄 낸 찰밥과 매실 불고기, 나물 반찬 그리고 제철 과일로 구성된다. 텃밭에서 딴 제철 식재료로 만들어 밥상에 올리기에 반찬 구성이 자주 바뀐다. 아마씨의 모든 음식은 아름 엄마가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으로 간을 해 맛이 깊고 진한 감칠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메뉴 별식은 향신료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다. 여름에는 달달 볶은 햇양파와 마늘종, 렌틸콩을 섞은 햇마늘종 타코라이스를, 가을에는 호박, 겨울에는 시금치를 넣은 카레 등 향신료를 활용한 계절 밥상을 차려 낸다. 건강한 식재료에 정성을 가득 담은 아름 엄마의 밥상을 받으면 땅의 힘찬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주소 전남 순천시 역전2길 50
문의 0507-1330-2599
슈퍼의 레트로한 변신
밀림슈퍼


외관은 동네 슈퍼 같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커피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빵 굽는 냄새가 난다. 밀림슈퍼는 순천역 근처 골목길에 자리한 카페. 본래 이 자리에 있던 슈퍼인 밀림슈퍼의 이름과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다. 내부는 옛집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작은 방 여러 개가 이어져 있다. 꽃무늬 벽지를 바른 방 곳곳에는 자개 장식장과 레이스 달린 식탁보 같은 소품으로 빈티지한 분위기를 더했다. 진동벨에서도 빈티지 콘셉트를 발견할 수 있다. 옛 청춘 만화 그림체의 일러스트를 그려 넣은 비디오테이프를 진동벨로 사용해 손님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밀림슈퍼의 인기 메뉴는 말꾸티. 현인석 대표의 학창 시절 별명인 말꾸가 끓이는 밀크티란 뜻으로, 합성 첨가물 없이 아쌈 홍차와 우유, 원당만 넣고 오랜 시간 끓여 완성한다. 부드러운 달콤함과 진한 홍차 향이 입안을 지나 비강까지 퍼진다. 유리병에 담긴 음료는 꽃무늬 유리컵을 함께 제공해 향수를 자극한다. 버터가 듬뿍 들어가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자랑하는 소금빵도 음료와 함께 즐기기 좋다.
주소 전남 순천시 역전2길 46
문의 @funme_mal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