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 않는 젊음과 미모로 인간 세상을 게임처럼 즐기는 구미호. 인간이 되고 싶지 않은 그녀의 신조는 단 하나다. ‘선행은 작은 것도 삼가고, 악행은 큰 것만 삼간다.’


구미호는 응당 덕을 쌓아 인간이 되길 꿈꾼다고 생각하지만, 묘향산 출신 구미호 은호는 다르다. 영원히 젊음을 누릴 수 있는데, 왜 나약하고 시시한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때는 은호도 여느 구미호처럼 인간의 몸을 꿈꾸며 수백 년간 도를 닦았다. 그러나 먼저 인간이 된 언니 금호의 불행한 삶과 비극적인 죽음을 목격한 후 인간이 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믿음이 깨졌다. 이후 인간이 되지 않을 만큼 선행을 피하고, 천벌을 받지 않을 정도로 악행을 저지르며 영생을 누린다. 조선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초월하며 인간 세상을 놀이처럼 즐겨 온 은호가 1970년대에 가장 사랑한 아지트는 바로 만화방. 작가를 찾아가 도술로 원하는 결말을 그리게 할 만큼 만화에 진심이다. 은호가 빼곡한 만화책에 둘러싸여 독서 삼매경에 빠진 장면은 경기도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의 땡이네 만화가게에서 촬영했다. 유리창에 페인트로 쓴 손 글씨와 오래된 나무 테이블, 수십 년 전에 출시된 만화책까지 그 시절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2026년, 외모 가꾸기를 좋아하는 은호는 인간들에게 거금을 받고 도술로 소원을 이뤄 주며 부자의 삶을 영위한다. 그녀의 VIP 고객은 금수 그룹의 문제아 이윤. 온갖 만행으로 회장 눈 밖에 난 그는 후계자 자리를 되찾기 위해 은호에게 큰돈을 주고 사고 수습을 맡겨 왔다. 어느 날 음주운전에 뺑소니까지 저지른 그는 운전기사에게 죄를 덮어씌우고, 목격자인 강시열의 기억을 지워 달라는 소원을 빈다. 그러나 이윤에 의해 운전기사가 살해되면서, 은호는 인간 생사에 개입한 대가로 도력을 잃고 만다. 이윤이 모든 사실을 자백하게 만든 후 도력을 되찾지만, VIP 고객을 잃은 은호는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된 강시열을 찾아가 소원을 묻는다.

SBS 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은 인간이 되기 싫은 MZ세대 구미호와 자기애 넘치는 축구 선수의 좌충우돌 판타지 로맨스다. 구미호 은호 역은 김혜윤이, 축구 선수 강시열 역은 로몬이 맡았다.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