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서촌, 취향을 찾는 여정

2025년 03월 27일

  • EDITOR 신송희
  • PHOTOGRAPHER 김은주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갖춘 브랜드를 한꺼번에 만나기에 서울 서촌만 한 동네가 없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백자 그릇부터 예술적 패턴이 돋보이는 양말까지. 나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는 편집숍을 찾았다.

감각적 조명과 가구를 경험하는 공간
마이초이스

의자, 소파, 탁자는 물론 조명, 스피커, 공예품까지 일상생활에 유용하면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제격인 물건이 모여 있는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코르크 소재의 지붕 아래 뼈대만 남은 듯한 나무 골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기둥 사이로 공간의 여백을 채우는 다양한 제품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디자인에 탄탄한 기능까지 갖췄다. 산속의 화강암을 뚝 잘라 놓은 듯한 도서 거치대 ‘마이 스톤’은 두꺼운 아트 북 열 권도 거뜬히 지탱하고, 곧게 뻗은 기둥에 직사각형 나무 블록과 평평한 널빤지를 교차해 조립한 조명은 은은한 빛으로 낭만적 분위기를 더한다. 개성 강한 아이템 중에서도 특히 이목을 끄는 제품은 ‘리릭 스피커’. 가사를 보여 주는 화면과 크고 작은 스피커 두 개로 이루어진 이 제품은 곡 분위기에 따라 가사의 타이포그래피가 달라진다. 가령 발라드곡은 잔상을 남기듯 단어가 느리게 떠오르고, 리듬감이 느껴지는 팝송은 단어가 통통 튀었다가 빠르게 사라진다. 음악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눈으로 보는 세계가 열렸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8 문의 02-734-7778

한국 전통 공예의 세련된 재해석
일상여백

한국 작가의 공예품과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이자 공예 편집숍. 일상에서 쓰기 편한 식기와 찻잔은 물론 화병, 달항아리, 골동 소반, 합까지 판매한다. 공통적으로 실용적이며 예술성이 강조된 물건들이다. 결정 유약을 겹겹이 발라 흰색의 눈꽃 결정이 뿌려진 듯한 윤상현 작가의 찻잔과, 단단한 박달나무를 여러 차례 깎고 다듬어 반질거리는 질감을 끌어낸 최성우 작가의 은행잎 모양 접시가 대표적이다. 작가 고유의 기술과 정성이 깃들어 만듦새가 단단하고, 골드를 포인트로 얹은 백자처럼 작은 디테일에서 미적 감각이 드러난다.
1만 5000원짜리 수저 받침부터 60만 원짜리 소반 합까지, 폭넓은 가격대의 제품을 두루 갖추어 누구나 공예품 하나쯤 소장하기 좋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사용해 보는 경험을 위해 비정기적으로 식기를 활용한 식사 모임이나 다기를 활용한 다회도 진행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2-15 문의 02-743-7001

상상 그 이상의 양말 천국
삭스타즈

2011년에 오픈한 국내 최초 양말 편집숍 삭스타즈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전 세계에서 공수한 독특한 양말을 꾸준히 선보인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는 ‘본 메종’과 ‘세컨드 팔레트’. 전 세계 패셔니스타가 사랑하는 프랑스 브랜드 본 메종은 알록달록한 그림 한 점을 양말에 수놓았고, 해외에서 인지도를 넓히고 있는 국내 브랜드 세컨드 팔레트는 낙엽, 물고기 비늘 등 독특한 무늬를 좌우 짝이 다르게 새겼다. 품질 좋은 기본 양말을 마련하고 싶다면 삭스타즈가 자체 제작한 24색 골지 양말을 추천한다. 버려질 뻔한 여러 색상의 실을 조합해 오묘한 색감을 자아내는 자투리 양말도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종류의 양말을 판매하니 마음껏 취향을 탐색해 보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6길 9(서촌점) 문의 0507-1353-7615

무궁무진한 인도 수공예품의 향연
두번째인도

인도산 패브릭으로 만든 제품을 모아 놓은 편집숍. 인도 여행을 갔다가 수공예품의 매력에 빠진 장인혜 대표는 품질 좋은 인도산 패브릭을 소개하기 위해 2016년 두번째인도를 열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건 다채로운 패턴과 색깔의 원단. 모든 패턴은 색을 입힌 나무 블록을 하나하나 찍어 내는 인도 전통 염색 방식으로 완성한다. 옷과 파우치, 스카프, 앞치마, 이불, 담요는 기본이고, 손으로 정교하게 깎은 물고기·양·해바라기 모양의 나무 블록과 인도에서 아프간 여성이 자립을 위해 리사이클링 원단으로 바느질해 만든 인형까지 제품이 다양하다. 종종 자원 순환의 의미로 자투리 원단 나눔도 하는데, 손재주가 좋은 사람은 티 코스터나 고양이 장난감 공, 머리띠 같은 소품을 만드는 데 활용하기 좋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25 문의 02-737-7788

일상에 온기를 더하는 물건
보따리상점

대나무, 라탄, 리넨 등으로 만든 생활 도구를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소품 숍. 모든 물건은 손으로 만들어 모양이 화려하진 않아도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시그너처 제품은 손잡이 달린 사각 바구니. 베트남에서 수확한 라탄으로 만들어 짜임새가 단단하다. 책이나 장난감 등을 넣어 두기 좋고, 손잡이가 있어 옮기기도 편하다. 대나무 채반은 말린 식재료나 후숙이 필요한 과일을 담기 좋고, 대나무 사각 바구니는 손수건이나 리모컨 등 잡다한 물건을 한데 모아 두기에 제격이다. 모양새가 소박해 어느 공간에 두어도 잘 어울리고, 쓸수록 질감이 자연스러워져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다. 수납 기능이 있는 제품 외에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는 천연 수세미, 박테리아나 알레르기에 강한 리투아니아 리넨 손수건도 판매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길 23-6 문의 @boddaristore

세월의 멋을 품은 빈티지 보물섬
소백상회

빈티지 마니아인 자매가 운영하는 작고 하얀 가게 소백상회에는 묵직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앤티크 소품이 가득하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곳곳을 다니며 판매할 물건을 취향대로 선별한다. 성모상과 십자가 같은 성물부터 오팔린 소재의 1950년대 보석함, 비눗방울 모양의 1960년대 독일 빈티지 램프까지, 세상에 오직 한 점뿐인 물건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낸다. 소백상회에서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작동하는 빈티지 물건도 볼 수 있다. 가령 1950년대 프랑스의 빈티지 온도계를 햇빛 아래에 두면 화씨로 표기된 바늘이 움직이고, 1930년대 독일의 커피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고 나무 손잡이를 돌리면 드륵드륵 소리를 내며 잘 갈린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16 문의 @shop_sobaek

여행의 영감을 담은 특별한 향수
르플랑 에떼

경남 남해, 전북 전주, 경북 경주 등 전국 곳곳을 누비던 김기환 대표는 여행의 영감을 바탕으로 향수를 제작했다. 시그너처 향은 ‘남해’로, 유채꽃밭에 둘러싸인 듯 싱그러운 향이 감돈다. 카페 거리로 유명한 ‘강릉’은 진한 돌체 라테 향이, 사과 축제가 열리는 ‘문경’은 상큼하고 달콤한 청사과 껍질 향이, <동의보감>의 고장 ‘산청’은 비에 젖은 바질 향이 난다. 향수마다 색깔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튀지도 않아 다른 향수와 함께 쓰기도 좋다. 12종 가운데 가장 순한 재료를 쓴 ‘양양’은 향에 민감한 사람도 걱정 없이 사용 가능하다. 휴대하기 편한 10밀리리터 제품은 선물용이나 여행용으로도 제격이다. 가까운 일본과 싱가포르부터 유럽과 러시아, 중동까지 수출도 한다. 한국이 궁금한 외국인도 국경 너머 한국의 향기를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40(서촌점) 문의 @lepleinete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