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사심 가득 태안 1박 2일 여행

2026년 01월 01일

  • EDITOR 최현주
  • pHOTOGRAPHER 김은주

보고 먹고 걷기도 하며 느긋하게 보낸 1박 2일. 따라 하고 싶은, 순도 100퍼센트의 충남 태안 여행기를 소개한다.

첫째 날

  • 신태루
  • 백사장어촌계수산시장 & 드르니항
  • 한옥비치리조트

서해 바다가 내주는 제철 먹거리
온전한 쉼이 목적이었던 N번 차 태안 여행이 사진 실장 동행 출장으로 둔갑한 건, 찾으면 찾을수록 혼자 알기 아까운 곳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먹거리·볼거리·숙소, 여행의 3대 조건이자 즐거움이 하나둘 자리 잡아 갔고, 1박 2일 스케줄이 완성됐다. 그 첫 번째 목적지는 70년 전통의 중국 음식점 신태루. 태안읍 동문리 태안동부시장 옆에 있어 태안 여행의 시작과 끝에 허기를 달래기 좋다. 인기 메뉴는 육짬뽕과 짜장면. 길쭉하게 썬 돼지고기와 바지락을 듬뿍 넣고 각종 채소를 추가해 끓인 육짬뽕은 육개장처럼 묵직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풀어 준다. 짜장면은 손칼국수처럼 통통한 면발에 춘장이 잘 배어 있고, 달콤함이 입에 착 감겨 젓가락질이 멈추질 않는다. 테이블마다 빠지지 않는 또 다른 메뉴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부먹’ 스타일 탕수육. 고소한 고기튀김에 케첩 맛의 진한 소스가 어우러져 짬뽕이나 짜장면에 곁들이면 궁합이 딱 맞는다. 신태루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찾은 곳은 백사장어촌계수산시장. 7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30여 분 달려 안면대교를 지나자 드르니항과 백사장항을 잇는 꽃게다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이 30미터, 길이 250미터의 해상 인도교. 달팽이처럼 돌돌 말려 올라가는 보행로를 따라 꽃게다리에 오르자 바닷물이 멀리 밀려나 바닥을 드러낸 서해 바다가 은은한 갈색빛의 모래섬처럼 보인다. 총천연색 깃발을 휘날리며 정박한 고깃배들과 바람에 실려 오는 바다 내음. 태안에 온 것이 이제야 실감 난다. 바닷바람을 담뿍 안은 채 들어선 백사장어촌계수산시장은 제철 수산물을 찾아 모여든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석화와 먹물을 까맣게 뒤집어쓴 갑오징어, 날카로운 가시를 세운 금풍선이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신선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태안 출신 개그맨 이영자가 추억의 음식이라며 소개한 우럭포도 겨울 볕을 받으며 꾸덕꾸덕 마르고 있다. 너무 맛있어서 새서방에게만 준다는 금풍선이를 욕심껏 산 후 의항리로 향했다.

동선과 물때를 확인하자
충남 서북부에 자리한 태안군은 남쪽으로 안면도를 거느린 길쭉한 지형이다. 길이가 무려 80킬로미터에 달해 목적지 간 이동 거리와 동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오후 5시만 넘으면 해가 져 금세 어두워지니 욕심부려 스케줄을 짜지 않도록 한다. 태안은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 지역이라는 점도 꼭 기억해야 한다. 바닷물이 들고 나는 때에 따라 구불구불한 갯벌이 드러나거나 작은 섬들이 바닷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간조 때 해안에 들어갔다가 만조가 되어 고립될 수도 있으니 사전에 반드시 물때를 확인하도록 한다.

주소 충남 태안군 소원면 송의로 695-9(탼 한옥비치리조트)
문의 0507-1483-8031

바닷가 한옥 호텔, 고즈넉한 겨울밤의 낭만
이번 태안 여행의 숙소는 한옥비치리조트. 의항해수욕장 옆 송의로를 따라 들어가니 야트막한 언덕에 한옥 마을처럼 보이는 호텔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옥비치리조트는 로컬 커뮤니티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 ‘호텔어라이브’가 서울 을지로의 틈, 전북 전주의 시화연풍에 이어 세 번째 선보인 호텔이다. ‘’은 충청도 방언으로 태안을 뜻한다. 의항해수욕장을 앞에 두고 소나무 숲이 바닷바람을 막아 주는 곳에 자리한 이 호텔은 프라이빗 마당을 갖춘 한옥 독채 22채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에디터가 묵은 곳은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윤슬’이라는 객실 이름이 인상적인데 하늘, 바다, 구름, 풀꽃 등 다른 객실 이름도 모두 사랑스럽다. 전형적인 한옥 형태인 윤슬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은 마당이 펼쳐지고 안쪽으로 거실과 주방, 침실, 욕실 그리고 차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 잘 든 마루의 부드러운 질감, 단아한 가구와 따스한 조명. 테이블에는 태안 특산품인 감태로 만든 한과와 드립 커피, 태안산 요거트와 그래놀라로 구성된 조식 세트가 놓여 있다. 호텔이라기보다는 한옥을 사랑하는 이의 집에 초대받은 기분이다. 이 호텔의 다른 공간도 알아볼 겸 산책에 나섰다. 돌담과 기와지붕이 마주한 한옥 사이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니 라운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체크인 카운터이자 호텔어라이브가 큐레이션한 휴식 콘텐츠 ‘느긋’을 즐기는 공간이다. 싱잉볼과 요가 매트, 책, 보드게임 등 휴식를 돕는 아이템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며 대여도 가능하다. 라운지는 서해의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뷰 포인트이기도 하다. 해가 지는 의항해수욕장 방향으로 빈백이 놓여 있어 파도 소리를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좋다. 라운지 한편에는 천체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라운지를 나와 객실로 돌아오니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한옥비치리조트에 온 이유 중 하나인 불멍을 하기 위해 화로에 불을 지폈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장작에 불이 붙자 따스한 온기가 주위를 감싼다. 태안 특산물 호박고구마라도 몇 개 사 올걸, 어느새 숯으로 변한 장작을 보자 아쉬움이 밀려온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찾은 곳은 호텔 초입에 자리한 라이프스타일 숍(24시간 무인 운영). 태안 로컬 푸드와 과자, 컵라면에 전통주까지 밤참으로 딱 좋은 메뉴가 가득하다. 한겨울의 알싸한 공기가 흐르는 밤, 따끈한 컵라면으로 몸을 데운 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탼 한옥비치리조트의 또 다른 객실이 궁금하다면
탼 한옥비치리조트에는 윤슬, 바다, 풀꽃, 하늘, 큰구름, 작은구름, 머뭄, 댕댕 등 8종의 객실 타입이 있다. 이 중 ‘하늘’은 모던한 분위기의 현대식 한옥. LP 플레이어와 클립쉬 스피커가 설치된 와인 바 스테이션이 있어 프라이빗 파티를 열기 적당하고, 개별 티룸에서는 다도와 싱잉볼을 즐기기 좋다. ‘큰구름’은 현대식 한옥의 모던한 분위기와 편리함을 갖추었다. ‘작은구름’은 스튜디오형 객실로 한옥의 멋스러움에 편리함을 더했다. 펫 프렌들리 호텔을 지향해 반려견과 머물 수 있는 ‘머뭄’과 ‘댕댕’도 마련했다. 객실에 반려견용 계단과 배변 패드, 욕조 등이 준비되어 있다.

둘째 날

  • 의항해수욕장
  • 천리포수목원
  • 파도리 해식동굴
  • 태안바지락해장국

꽃과 나무, 새와 바람의 집, 천리포수목원
다음 날 아침, 전면이 통유리로 된 차실 너머로 주홍빛 햇살이 희미하게 번져 온다. 아늑한 침대 방과 네 명이 구르며 자도 넉넉한 온돌방을 두고 굳이 차실에서 잠이 든 건 바로 이 아침 햇살을 가장 먼저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맑게 닦인 창밖으로 유리 실로폰처럼 투명한 새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아침 식사로 요거트에 고소한 그래놀라를 부어 오독오독 씹어 먹고 커피를 마신 후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의항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서라면 엄두도 못 냈을 아침 산책을 하기 위해서다. 마침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간조 때라 변화무쌍한 바다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무섭게 들이치던 파도가 저만치 물러나고 촉촉히 젖은 바다의 밑바닥이 드러나자 봉우리만 보이던 무인도도 물에서 걸어 나온 듯 제 모습을 보여 준다. 끝없이 넓어진 모래사장을 걸으니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가는 것만 같다.
한옥에서의 하룻밤을 소중히 간직한 채 천리포수목원으로 향했다.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초 민간 수목원. 푸른 눈의 한국인 민병갈이 1979년에 개원했고, 2000년 아시아 최초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받았다. 본래 연구 목적의 비개방 수목원이었는데 2009년 밀러가든만 일반에 공개했다. 밀러가든 규모는 약 6만 6000제곱미터(2만여 평). 이곳을 개방한 덕분에 꼭꼭 숨어 있는 천리포수목원의 아름다움을 사계절 느낄 수 있게 됐다. 천리포수목원의 비공개 수목원은 그보다 9배나 넓은 60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심지어 천리포해수욕장 앞바다의 낭새섬도 천리포수목원의 일부다.
고맙게도 시간을 내준 황금비 나무 의사의 안내를 받아 건생초지원, 왜성침엽수원, 호랑가시나무원, 겨울정원, 희귀·멸종위기식물온실, 노을쉼터 등 천리포수목원 곳곳을 둘러봤다. 연한 분홍색 꽃이 언뜻 장미처럼 보이는 애기동백, 새빨간 열매가 달린 호랑가시나무, 촛불 같은 봉오리에 보드라운 솜털이 난 목련, 그리고 겨울에 더 색이 짙어지는 흰말채나무 등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보며 걷는 길이 마냥 즐겁다. 그중 특히 인상에 남은 수종은 희귀·멸종위기식물온실에서 본 올레미소나무. 2억 년 전 쥐라기부터 생존해 온,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상록침엽수종으로 1995년 호주 시드니 올레미 국립공원에서 발견되어 ‘올레미소나무’ 또는 ‘공룡소나무’라 부른다.
천리포수목원 온실에서 자라는 올레미소나무는 지난해 10월 국내 처음으로 열매를 맺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올레미소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 뾰족한 가지 끝에 귀여운 솔방울이 매달려 있다. 겨울나기를 위해 날아온 철새가 둥지를 틀고, 친환경 오리농법의 일꾼이자 수목원 가족인 오리가 연못에서 물고기를 잡는 풍경. 푸근하고 평화로운 장면들에 자꾸만 시선이 멈춘다.

주소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산203(파도리 해식동굴)
주소 충남 태안군 태안읍 서해로 1952-5(태안바지락해장국)
문의 0507-1393-8252

파도가 만든 해식 동굴, 얼큰한 바지락해장국
목련이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봄에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한 후 천리포수목원을 나와 파도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태안 여행 인증 사진 스폿으로 빠지지 않는 해식동굴을 보기 위해서다. 넓게 드러난 백사장을 걸어 칼로 탁탁 쳐 낸 듯한 갯바위를 지나자 뒤편으로 아치형 문처럼 생긴 해식동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가운데 기둥 양쪽으로 두 개의 길쭉한 구멍이 뚫려 있고, 그 너머로 잔잔한 수평선이 눈높이에 걸린다. 진귀한 그 장면을 놓칠세라 두 팔을 뻗고 깡충 뛰기도 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 모습이 마냥 즐거워 보인다.
태안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한 곳은 ‘태안바지락해장국’. 바지락칼국수였다면 굳이 발걸음하지 않았을 텐데, 바지락으로 만든 해장국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위치도 태안에서 서산으로 향하는 서해로 길목 대로변에 있어 집으로 가기 전 배를 채우기 딱 좋겠다 싶었다. 이곳의 메뉴는 원조 바지락해장국, 바지락내장탕, 바지락고기완자 세 가지. 이 중 원조 바지락해장국을 주문하니 씨알이 크고 싱싱한 바지락에 시래기를 듬뿍 넣어 끓인 해장국에 시래기 밥과 바지락 장, 알타리 장아찌, 낙지 젓갈이 곁들여 나온다. 먼저 시래기 밥에 바지락 장을 넣어 살살 비벼 먹으니 달큼하고 촉촉한 맛이 식욕을 끌어당긴다.
하이라이트는 해장국에 말아 먹는 밥. 묵직하면서 시원하고, 칼칼하면서 텁텁하지 않은 국물이 먹을수록 끌려 연신 배부르다 하면서도 결국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오독한 식감에 새콤달콤한 알타리 장아찌를 밥 위에 올려 먹는 맛도 일품. 졸깃한 바지락 살을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태안바지락해장국에 가려면 운영 시간을 꼭 알아둘 것. 술보다는 식사에 집중하기 위해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딱 7시간만 운영한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만족스러운 1박 2일 여행. 태안의 겨울이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주소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1길 187(천리포수목원)
문의 041-672-9982

수목원에서의 하룻밤
천리포수목원에는 숙박 시설도 있다. 이름하여 가든스테이. 기와집과 초가집으로 된 독채 타입의 ‘가든하우스’와 유스호스텔 형태의 ‘에코힐링센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가든하우스는 총 8채로, 주변의 나무 이름을 따 호랑가시나무집, 벚나무집, 다정큼나무집, 배롱나무집 등으로 부른다. 가든스테이를 이용할 경우 천리포수목원 입장은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