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빛으로 가득한 경기도 광명을 샅샅이 훑으며 경험한다. 이곳을 환히 밝히는 사람과 공간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보존과 순환, 그 이상의 가치
광산에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광명동굴을 비롯해 오랜 역사가 깃든 지역 일대의 소중한 자원을 만났다.


도덕산에서 아침을 여는 사람들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동네 주민을 만나려면 산보다 좋은 곳이 없다. 가학산, 구름산, 도덕산, 철망산 등 광명에는 여러 산이 존재하지만, 그중 이름에서부터 산정기가 느껴지는 도덕산에 단숨에 꽂혔다. 맑은 정신과 꼿꼿한 태도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목적지를 향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산의 시작점에 위치한 근린공원에는 맨발로 황토의 촉감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 사람, 수행자처럼 평온한 표정으로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사람 등 일찍부터 하루를 가꾸는 이들이 있었다.
덱 계단을 따라 쭉 올라가니 도덕산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출렁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덕산 출렁다리는 경남 거창의 우두산에 이어 국내 두 번째 Y자형 현수교로 2022년 8월에 개통했다. 여기에 인공 폭포를 가동해 거센 물줄기가 시원함을 더한다. 출렁다리 위를 걷는 동안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온몸이 조금씩 흔들리면서 오르막길 산행에 지친 정신이 차츰 깨어난다. 세 갈래로 나뉜 길에선 등산객들이 서로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며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다리 끝에 위치한 폭포정에는 땀을 닦고 수분을 보충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25분가량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반복하자 도덕산 정상부 녹화 사업으로 조성한 야생화 단지가 나온다. 미약한 체력으로 이곳까지 오른 여행객을 햇빛 아래 살랑이는 꽃들이 반겨 준다. 크기와 색이 다양한 백일홍, 백합과의 원추리 등 채도 높은 꽃들이 포기하지 않고 잘했다며 칭찬해 주는 듯하다. 느릿한 걸음으로 좌우를 살필 때 인자한 표정으로 음료를 건네는 할아버지 덕분에도 힘이 차오른다. 화단 근처에선 흔들의자와 간이 도서관 등을 설치한 휴식 공간을 발견한다. 의자에 걸터앉아 몸을 앞뒤로 움직이는 동안 또 한 번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출렁다리를 건널 때처럼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한여름 무더위가 가신 뒤 찾아온 바람은 가을을 기다렸던 이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히 산들거렸다.


빛이 안내하는 공간, 광명동굴
입구에서부터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광명동굴은 명실상부 광명의 대표 관광 명소다.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추위를 피하기에 제격일 뿐 아니라 내부가 어두컴컴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네 개의 동공이 만나는 웜홀광장부터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찬란하고, 첫 번째 파트인 빛의 공간은 LED 조명이 박자에 맞춰 일렁인다. 얼마 안 가 나타나는 350석 규모의 동굴 예술의전당은 광명동굴이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주목받게 된 출발점이다. 초반에는 오페라, 패션쇼 등 동굴에서 펼쳐질 거라 상상하기 어려운 각종 행사가 열렸고, 울림통이 큰 덕에 공연 무대로도 자주 활용됐다. JTBC 예능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의 버스킹 장소로 등장해 가수 김나영, 케빈오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엔플라잉 이승협과 유회승의 청량한 음색이 동굴 안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10분 간격으로 진행하는 미디어 파사드 쇼를 보고 나온 뒤엔 황금길을 통과한다. 황금을 키워드로 한 조형물이 곳곳에 자리하는데, 그중 ‘소망의 초신성’은 방문객들의 소원이 적힌 황금 패 4219개로 만든 작품이다.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이 모여 하나의 별이 된 것이다. 부와 행복을 기원하는 풍요의 여신이 들고 있는 황금 주화를 만져 보거나, 돌멩이를 황금으로 바꾸는 동굴 요정 아이샤가 알려 준 주문을 속삭이는 동안 이곳이 금·은·동을 캤던 황금 광산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광명동굴이 지나온 역사를 되짚는 근대역사관에 다다르자 문득 광부들의 소원이 궁금해진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동굴 안에서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당장의 목마름과 허기를 달래는 일이 더욱 절실했을 테다. 광석을 임시로 저장하는 조구통, 광물을 상부로 운반하기 위해 광차를 매달아 운행했던 권양기, 한 줄기 빛을 만들어 준 휴대용 랜턴 간드레, 바위에 구멍을 뚫는 착암기 등 열악한 도구를 통해 광부들의 모습을 그려 본다. 일본에 채굴권이 넘어간 일제강점기, 전성기를 기준으로 500여 명의 조선인 광부가 일본인의 관리·감독 아래 하루 종일 노동력을 착취당했고, 이렇게 채굴한 광물은 태평양전쟁에 쓰일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갑자기 생기는 암전을 제대로 느껴 보셨으면 해요.” 반짝이는 LED 조명 앞에서 문화관광해설사가 건넨 말은, 빛 한 점 들지 않는 동굴에서 하루하루를 버틴 광부들의 지난했던 시간을 짐작케 한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와인동굴은 광명동굴의 정체성이 엿보이는 구간이다. 연평균 12도를 유지하는 광명동굴은 와인을 저장하고 숙성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전국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을 모아 판매한다. 매년 와인 페스티벌을 열어 지역색을 살린 개성 강한 제품을 소개하고, 방문객들의 투표로 우수한 와인을 뽑기도 한다. 와인 판매소를 지나면 또다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바닥에 꽃봉오리가 하나둘 나타나고, 활짝 핀 꽃잎이 날아가는 영상이 이어지자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웃음꽃이 핀다. 이제 동굴 안에는 땀과 눈물 대신 기쁨이 가득하겠지만, 빛이 모두 꺼진 암흑의 장면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심 속 내륙 습지, 안터생태공원
도덕산이나 광명동굴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안터생태공원에도 금처럼 귀한 동물이 있다. 한국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금개구리가 산다. 이곳의 옛 이름은 안터저수지로, 과거에는 북쪽의 도덕산과 남쪽의 구름산에서 흘러드는 지하수와 우수를 모아 두었다가 농업용수로 활용했다. 1990년대부터 근처에 아파트 단지와 주차장 등이 하나둘 들어서고 가물치 낚시터로 용도가 바뀌었는데, 저수지에 일부러 가물치를 풀어놓아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 데다 주변 토지 개발이 이어지자 안터저수지 물이 점점 오염되고 결국 금개구리 서식처가 줄어들었다.
광명시는 금개구리를 보호하기 위해 2004년 안터저수지를 경기도 생태보전지구로 지정했다. 2009년에는 환경부 신기술 제258호인 생태적 수질 정화 비오톱(SSB)을 도입해 안터생태공원을 조성했다. 비오톱이란 생물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을 말한다. 이제 안터생태공원에는 금개구리를 포함한 7종의 양서·파충류, 애기부들과 수련 등 식물 66종, 버들붕어와 가물치 등 어류 6종, 쇠물닭을 포함한 조류 27종을 비롯해 각종 동식물이 자란다. 습지를 가로지르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걷다 보면 부들 같은 긴 풀이 옷깃을 스쳐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은 사람의 편의보다는 자연을 최소한으로 훼손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공간이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물건의 용도를 재발견하는 곳으로, 자원 회수 시설 홍보동을 리모델링한 문화 예술 공간이다. 버려지는 양말 목으로 텀블러 가방 만들기, 빈병과 자투리 천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조명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클래스를 진행한다.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이색적인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쓸모 있는 업사이클>이 12월 31일까지 열린다.
달콤한 사색의 맛
책 읽기 좋은 계절, 시인 기형도가 학창 시절을 보낸 소하동에서 여유를 만끽해 본다. 시 한 구절, 디저트 한 입을 차례대로 음미한다.

소하고택
할아버지가 짓고 아버지가 태어난 곳을 개조해 만든 카페. 가래떡구이, 잔기지구이 등 한옥과 잘 어울리는 메뉴를 마련했고 여기에 곁들일 고소한 콩고물라테는 이곳의 시그너처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각종 과일, 찹쌀떡, 팥 앙금을 올려 내는 대나무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뒤엔 빈 대나무 통을 가져갈 수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 덕에 드라마 촬영지가 되기도 한다.
주소 경기도 광명시 신촌북로 7
문의 0507-1323-1957

카페 르꾸떼
피낭시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달에 한 번은 들르게 되는 곳이다. 고메 버터, 발로나 다크 초코, 솔티드 캐러멜, 무화과 크림치즈 피낭시에는 고정 메뉴이며 여기에 매달 네 종류의 피낭시에를 추가한다. 복숭아, 멜론, 골드키위 등 당도 높은 제철 과일을 듬뿍 넣은 케이크도 인기가 높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디저트를 맛보고 영감을 받아 메뉴를 끊임없이 개발하는 카페다.
주소 경기도 광명시 소하로109번길 19
문의 0507-1309-0242

이파리맨션
가드닝 숍을 함께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로, 식물이 공존한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 지었다. 귀여운 모양에 눈길이 가는 쑥절미 케이크는 거문도 해풍쑥을 넣은 시폰 케이크에 인절미·우유 크림과 인절미를 더해 완성했다. 우산 모형을 꽂은 달콤한 멜론 소다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모양과 맛이다. 기형도문학관, 이케아 광명점에서 자동차로 3분 정도 걸린다.
주소 경기도 광명시 영당로 18
문의 0507-1354-2822

피케
바삭한 타르트지와 푸딩처럼 부드럽고 두꺼운 필링이 특징인 에그 타르트가 대표 메뉴다. 오리지널 에그 타르트 외에 쇼콜라 타르트, 옥수수 에그 타르트가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바게트처럼 단단한 식감에 고소한 풍미의 크랙 소금빵도 찾는 이가 많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통창 너머 잔디밭 풍경이 눈을 환하게 만들어 준다.
주소 경기도 광명시 소하로 94
문의 0507-1360-4814
잊지 못할 이름들
광명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이름, 오리 이원익 정승과 기형도 시인이다. 이들을 기리는 공간이 광명 땅을 지키고 있다.


청렴한 삶을 실천하다, 오리 이원익
조선 중기 문신 이원익은 선조, 광해군, 인조 세 임금을 모시며 영의정만 여섯 번을 지냈다. 병졸의 입번 제도를 개선해 훈련과 근무의 강도를 낮추고, 대동법을 실시해 백성의 세금 부담을 던 것은 널리 알려진 업적이다. 관직 수행 능력뿐 아니라 청빈한 생활 태도를 인정받아 모범 관료에게 수여하는 청백리에 녹선되었고, 공이 많은 70세 이상 신하에게 내리는 궤장을 하사받았다. 지금까지도 이상적인 관료상으로 언급되는 이원익과 직계 후손들의 유적·유물을 보존하고 있는 충현박물관이 그의 호를 딴 광명시 오리로에 자리한다. 전국 최초의 종가 박물관으로, 종가의 민속 생활품을 함께 전시한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이원익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임진왜란 때 선조를 모시고 피란했던 공적이 인정되어 그린 호성공신 도상 이원익의 초상으로, 2005년 보물로 지정됐다. 이 외에도 이원익의 필체가 담긴 편지와 일기 등에서 올곧은 신념이 엿보인다. 관감당도 오랜 세월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원익은 말년에 비가 샐 정도로 허름한 두 칸짜리 초가집에 살았는데, 그의 청렴결백함을 높이 산 인조가 1630년(인조 8년)에 하사한 집이다. 이원익은 수차례 사양했으나, 인조는 본보기로 주는 것이라며 ‘모든 백성이 보고 느껴야 할 집’이라는 의미가 담긴 관감당을 하사했다. 관감당 앞마당에는 수령 400년이 훌쩍 넘은 측백나무와 이원익이 자주 거문고를 켰던 탄금암이 그대로 남아 당시 풍류를 즐기던 정승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배롱나무꽃이 곳곳에 피어난 한옥 근처를 거닐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정승은 3년간 이 땅을 밟으며 어떤 생각에 몰두했을까. “세상을 사랑하는 데는 백성 사랑만 한 것이 없고, 몸을 다스리는 데는 욕심을 버리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손자에게 이런 말을 남긴 걸 보면, 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백성에 대한 근심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듯하다. 이원익은 채워야 할 것과 비워야 할 것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가 남긴 삶의 흔적은 오래도록 광명과 그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길 위에서 기형도의 시를 중얼거리다
천재 예술가가 생을 빨리 마감하면 남은 이들의 아쉬움은 세월이 흐를수록 배가된다. 불과 서른 살에 요절한 시인 기형도가 그중 하나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들은 1주기, 5주기, 10주기를 기념한 추모 산문집과 기형도 전집 등을 출간했고, 시를 모티브로 한 연극도 상연했다. 2017년에는 시인의 업적을 기리고 문학 세계를 널리 알리기 위해 경기도 광명시에 기형도문학관을 건립했다.
기형도는 다섯 살 때 경기도 시흥군 서면(현 광명시)으로 이사해 정착했다.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중학생 때 둘째 누나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등 어린 시절이 마냥 순탄치 않았다. 상실과 슬픔의 무게가 시로 옮겨 간 것일까. 두 살 터울 누나를 떠나보낸 무렵, 그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대학교 입학 후에는 문학회 활동을 했고, 1984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기자 활동을 하며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어 갔다.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는데, 이때 당선작이 안양천 둑방 길을 배경으로 한 ‘안개’다. 산업화와 무자비한 개발로 환경이 파괴되고 인간성이 상실된 암울한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 시를 관통한다.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에서도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가 드러난다. 해당 시집이 100쇄를 눈앞에 둘 때까지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사회를 향한 분노와 씁쓸함, 혼자만의 힘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과 허탈감 등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기형도의 생애를 훑은 뒤 전시장 1층 끝자락에 다다르면 시인의 작품을 필사해 보는 구간과,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인들의 목소리로 ‘엄마 걱정’ ‘질투는 나의 힘’ 등의 대표작을 들려주는 구간이 나온다. 강성은, 김행숙, 박준 등 각 시인 고유의 호흡과 톤으로 낭독하는 시를 들은 뒤, 한 글자씩 되새기며 인상에 남은 구절을 써 내려가는 시간이다. 소리 내어 시를 감각하고 싶어 2층에 마련한 낭독 공간으로 간다. 본인의 낭독을 녹음한 파일을 메일로 전송할 수 있으니 응원이 필요한 이에게 연대의 목소리를 전할 기회이기도 하겠다.
해 질 무렵 기형도문학관에서 나와 ‘안개’의 배경이 된 안양천으로 가 보니, 시의 분위기와 달리 산책과 휴식을 즐기는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 보이지 않는 안개는 자욱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 덕에 아이들이 시를 소리 내어 읽고, 단어와 문장을 곱씹고, 자신만의 언어로 재탄생시킨다. ‘안개’의 마지막 연은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로 끝나지만, 이제 몇 명의 아이들은 시인으로 성장해 각자 고유한 상상의 세계로 떠날 것이다. 누구나 가져야 할 ‘안개의 주식’, 즉 사회 구성원으로서 맡아야 할 책임을 적절히 나누면서 말이다.

광명의 독립 서점
작가가 공들여 빚은 한 문장이라도 담아 가고 싶다면 특색 있는 서점에 들르자. 주기적으로 시인과의 북 토크와 각종 독서 모임을 여는 소하동의 소하서점, 같은 날 태어난 작가의 책을 판매하는 광명동의 읽을마음, 광명역과 가까워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가볍게 들르기 좋은 일직동의 무인 책방 꿈인책방 등이 좋은 선택지가 될 테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도시, 광명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다. 좋은 선택지가 되어 줄 경기도 광명의 명소를 박승원 광명시장이 소개한다.

광명의 매력을 새롭게 전해 줄 광명9경이 선정됐다고 들었습니다. 각 명소를 소개해 주세요.
먼저 광명동굴은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현장이자 해방 후 근대화, 산업화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산업 유산으로서 가치가 높은 광명의 대표 관광지입니다. 광명전통시장은 1970년대 초 작은 오일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350여 개 점포가 들어선 광명의 대표 재래시장이고요. 2022년에 개통한 도덕산 출렁다리는 초록빛 숲과 인공 폭포를 배경으로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인기가 높고, 청계산 남서 계곡에서 발원해 광명시를 흐르는 안양천은 많은 시민에게 사랑받는 휴식처입니다. KTX 광명역은 이미 많은 분들이 찾고 계시죠. 광명시 일직동에 위치한 고속철도(KTX) 전용 역으로, 서울과 수도권 남서부를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입니다. 조선 시대 청백리 재상인 오리 이원익과 후손들의 유적과 유물을 보존하는 충현박물관, 기형도 시인의 문학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전시하는 문화 공간 기형도문학관도 있으니 광명의 이름을 빛낸 사람들이 궁금한 분들은 꼭 한번 들러 보시길 바랍니다. 안터생태공원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금개구리가 서식하는 도심 속 내륙 습지고요. 새빛공원은 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하고 상부에 친환경 녹지 공간을 조성해 어엿한 휴식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광명역과 가까워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산책하기도 좋죠.
광명동굴은 여름휴가지로도 손꼽히죠. 계절마다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광명동굴은 내부 기온을 연중 12~15도로 유지해 한여름에 더위를 식히려고 찾는 분이 많습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따뜻해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좋죠. 매년 100만 명 정도 방문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5회 연속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빛을 주제로 한 공간, 환상적인 미디어 파사드 쇼, 동굴의 역사를 되짚는 전시관, 우수한 품질의 국산 와인을 판매하는 와인동굴 등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동굴 탐험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기존 노천카페를 리모델링해 6월부터 새롭게 운영하는 카페 케이브(Cafe Cave)에서 음료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가세요. 지난해 7월에 개장한 라스코전시관에서 열리는 <광명동굴 공룡탐험전>도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 좋습니다. 이 외에도 광명 가학동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굴 전망대,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아이샤 힐링 숲길 등 다양한 콘텐츠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0월에 개최하는 광명동굴 빛 축제는 최첨단 미디어 쇼와 드론 쇼 등으로 구성해 청명한 가을밤을 아름답게 수놓을 예정입니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이색적인 야경을 즐기러 오세요.
자원 순환과 환경보호 문제가 대두되는 지금, 재개관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가 유독 눈에 띕니다.
업사이클이란 버려지는 폐자원에 예술적 가치를 더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인데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업사이클 거점 공간으로 기획 전시, 체험 및 교육, 공모전 등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업사이클 작품들이 설치된 전시장이 눈길을 끕니다.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쓸모 있는 업사이클>전에서는 일상생활 제품을 활용한 조형 작업을 통해 새로운 쓰임을 얻은 여성 작가 4명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작품을 감상하고 제작 의도를 떠올려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예술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정규 수업부터 단체 수업까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자원 순환에 대한 정보도 얻어 가세요.
광명에는 산과 공원이 많아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습니다. 가을에 산책하기 좋은 장소 세 곳을 골라 주세요.
먼저 새롭게 광명9경으로 선정된 안터생태공원을 추천합니다. 도심 속에서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가을이면 억새와 갈대가 흐드러져 가을 정취를 물씬 풍깁니다. 도덕산도 빼놓기 아쉽죠. 비교적 완만한 경사로 부담 없는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도덕산 출렁다리에 다다릅니다. 이곳에서 탁 트인 하늘과 붉게 물든 단풍을 함께 즐겨 보세요. 마지막으로 구름산을 제안하고 싶네요. 구름산은 산림욕장과 둘레길을 조성해 가볍게 걷기 좋습니다. 가을이면 산 전체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들어 더욱 아름답죠.
축제가 열릴 때 광명을 찾는다면 더욱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년 어떤 행사가 열리나요?
해마다 역사, 문화, 예술, 전통이 어우러진 다양한 축제를 개최합니다. 그중 다가오는 10월 3일과 4일 양일간 열리는 2025 페스티벌 광명이 대표적입니다. 광명음악명예의전당 2대 아티스트로 선정된 한영애와 안치환, 자우림, 크라잉넛을 비롯해 경기콘텐츠진흥원의 후원을 받은 많은 실력파 인디 밴드가 함께할 예정입니다. 도로를 막고 조성한 거리 광장에서 7080 롤러장, 레트로 놀이 존, 퍼레이드 광명 등 행사의 열기를 더할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그 전에 9월 5일부터 7일까지 광명시민운동장 일대에서 열리는 2025 광명마당극축제부터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제35회 대한민국마당극축제와 협업으로 진행하며 마당극뿐 아니라 거리극, 퓨전 국악, 인형극, 마임 등 여러 장르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지역 예술의 가능성과 깊이를 보여 주는 구름산 예술제, 조선 시대 대표적 청백리 선비인 이원익의 업적을 기리는 오리문화제, 경기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광명농악의 우수성을 알리는 광명농악대축제도 놓치지 마세요. 올가을, 광명시에서 준비한 풍성한 콘텐츠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아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