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 2 공개 전후로 글로벌 브랜드들의 협업 러브 콜이 쏟아졌다. 콘텐츠 마케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2021년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을 새롭게 정의했다. 190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플랫폼 역사상 최다 시청 기록을 갈아 치웠는데, 그 파급효과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며 <더 글로리> <지옥> <경성크리처> 등 다양한 히트작을 쏟아 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콘텐츠 산업 전반에 자본의 유입을 증가시켰고, 드라마를 넘어 영화·웹툰·음악 등 한국 콘텐츠의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콘텐츠를 모니터를 통해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징어 게임>에 줄 선 글로벌 브랜드
시즌 1에 이어 3년 만에 돌아온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공개 전부터 글로벌 브랜드들의 러브 콜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넷플릭스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브랜드 협업을 전개하며 한국 콘텐츠의 마케팅적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협업이 이루어지는 경계의 확장과 다양성이다. 브랜드 협업은 더 이상 영화나 드라마 속 간접광고에 머물지 않는다. 패션과 식음료 브랜드들은 뜻밖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우리의 선입견을 깨부순다. 먼저 CJ올리브영은 자체 브랜드 화장품 ‘브링그린’과 ‘웨이크메이크’를 통해 <오징어 게임>과 협업한 제품을 국내외에 출시했다. 덴마크 기반의 브랜드 루시카스(Lucie Kaas)는 가정집에 놓아 액운을 쫓는다는 일본 전통 나무 인형인 ‘고케시’를 선보이는데, <오징어 게임> 시즌 2 공개 시기에 맞춰 영희와 핑크 가드, 게임 참가자를 형상화한 컬렉션을 출시했다. 바비 인형 제작사인 마텔은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늑대 인간, 좀비 등 몬스터 자녀들이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설정하에 애니메이션 <몬스터 하이>를 주제로 한 인형 컬렉션에 <오징어 게임> 속 영희를 투입했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토트넘은 <오징어 게임> 시즌 2 공개를 4일 앞두고 열린 홈구장 매치에서 핑크색 조명과 테마송, 핑크 가드가 등장하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였다. 콘텐츠와 브랜드 간 협업이 뷰티, 오브제를 넘어 스포츠, 교육, 게임 등 전방위로 확장된 사례는 이례적이다. 이는 한국 콘텐츠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강력한 마케팅 플랫폼이자 문화적·경제적 가치가 높은 지식재산권(IP)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콘텐츠의 높은 몰입도를 활용해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창출하려는 이유다.
현상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오징어 게임>과 글로벌 브랜드의 협업은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과 경쟁력을 증대시키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랜드들은 한국 콘텐츠를 활용한 캠페인을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 내며, 콘텐츠 제작사와 플랫폼 기업은 브랜드 협업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하고 IP 가치를 극대화하는 기회를 얻는다. 자연스레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다. 넷플릭스 외에 디즈니플러스, 애플 TV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주요 글로벌 OTT 플랫폼도 한국 시장에 지속적으로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니 향후 한국 콘텐츠와 글로벌 브랜드의 협업이 더욱 정교화되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상은 꽤나 설득력 있어 보인다.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보여 준 협업 방식은 한국 콘텐츠 마케팅 전략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며 한국 문화를 세계적 트렌드로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현상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가는 중이다.


2 푸마에서 선보인 운동복과 스니커즈.
스크린 밖으로 나온 <오징어 게임>
아이콘이 된 운동복 푸마, 크록스
푸마와 크록스는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들이 입은 운동복을 모티브로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린 컬러와 흰 선 디자인을 살린 트랙슈트와 클로그는 한눈에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456, 달고나, 영희 등 <오징어 게임> 시리즈 속 요소들을 깨알같이 차용한 디테일도 팬심을 자극한다.
<오징어 게임>으로 배우는 한국어 듀오링고
한국어를 매개로 한 언어 학습 플랫폼 듀오링고는 한국어 코스에 <오징어 게임> 속 40개 키워드와 구문을 추가한 교육 콘텐츠를 선보였다. K-팝과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의 인기몰이에 힘입어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증가한 것이다.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달고나로 완성한 몰입형 챌린지 호주 맥도날드
호주 맥도날드는 ‘오징어 게임’ 세트 메뉴를 선보였다. 10만 호주 달러가 걸린 ‘달고나 캔디 챌린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게임을 경험하게 한 것.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출연자가 되어 동그라미, 삼각형, 별, 그리고 맥도날드의 ‘M’ 자 로고가 새겨진 달고나를 깨뜨리지 않고 뽑는 챌린지로 호주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시드니 월드 스퀘어에선 실제 <오징어 게임> 속 경기장을 구현해 다양한 체험형 마케팅을 선보였다.
프런트맨 되어 보기 콜 오브 듀티
미국 게임사 액티비전이 프런트맨, 영희, 진행 요원 등 <오징어 게임>을 소재로 한 신규 캐릭터와 특별 아이템, 미니 게임 등을 선보였다. 액티비전이 한국 콘텐츠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징어 게임>에 담긴 ‘생존과 도전’이라는 키워드는 액티비전이 선보인 게임들의 스토리텔링과 공통분모가 있어 확실히 몰입도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