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과 중앙선 개통 후 부산으로 통하는 새로운 관문이 된 부전역에 발을 디뎠다. 복작이는 부전시장을 지나 독특한 분위기의 상점이 즐비한 전포카페거리까지, 부전 여행의 정점을 찍을 여섯 곳을 소개한다.

지구와 동물을 생각하는 디저트 카페
뭉구점 비건베이커리

‘뭉구점’은 ‘뭉주가 구워 주는 제과점’의 줄임말. 뭉주는 문주 대표의 별명이다. 빵을 좋아하지만 면역 질환에 시달리던 문주 대표는 동물성 음식을 끊고 비건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방부제는 물론 달걀, 우유, 버터, 마가린도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재료만으로 정성껏 구워 낸 뭉구점 디저트는 원물 고유의 고소한 맛과 식감이 극대화된 것이 특징이다. 그중 코코넛 밀크에 캐슈너트를 넣고 끓여 숙성시킨 ‘뭉치즈케이크’, 쌀가루로 만든 ‘돌뭉이 쿠키’는 꾸준히 찾는 메뉴. 두유를 얼린 후 갈아 제철 과일을 얹은 비건 빙수도 인기 메뉴다. 3월 중순까지는 딸기 빙수를, 여름에는 자두·흑임자·옥수수 등으로 다양한 맛을 선보인다. 생활 속 환경보호를 실천하고자 모든 포장 용기와 일회용품은 자연에서 분해되는 생분해성 수지를 사용한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서전로37번길 26
문의 0507-1314-5461
가족에게 대접할 육회 물회 한 그릇
천지를 먹다

회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장철원 대표가 고안한 메뉴는 육회 물회. ‘천지를 먹다’에서는 우둔살 대신 소화가 잘되는 부드러운 채끝살을 사용한 육회 물회를 선보인다. 무려 6만 시간에 걸쳐 개발한 물회 국물은 빙초산이나 초장을 쓰지 않고 채수에 부산의 명물 기장 다시마와 멸치, 명지 대파를 넣고 푹 우렸다. 여기에 성게알, 과일 등을 듬뿍 갈아 넣어 만든 고추장을 65시간 저온 숙성시켜 새콤달콤하고 깊은 감칠맛이 난다.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도 별미다. 신동진 쌀로 지은 밥은 밥알의 탄력감이 오래 지속되어 국물의 은은한 단맛을 끌어올린다. 채 썬 감자와 통통한 새우가 들어간 바삭한 새우감자전도 곁들이 메뉴로 제격이다. 술을 좋아한다면 ‘전통주 샘플러’도 놓치지 말 것. 12도부터 40도까지 장 대표가 선별한 선호도 높은 전통주 여섯 종류를 두 잔씩 제공해 연인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동성로 147(서면부전본점)
문의 0507-1365-8981
갤러리 같은 자체 제작 소품 숍
뽀느폴리오

부산에서 활동하는 신뽀 그림 작가와 곤느느 디자이너가 함께 운영하는 소품 숍. 신뽀의 ‘뽀’와 곤느느의 ‘느’를 합친 뽀느가 취향대로 수집한 제품과 손수 만든 작품을 포트폴리오처럼 켜켜이 쌓아 두는 곳이다. 두 사람의 감각이 짙게 묻어나는 작업실이자 갤러리 같은 느낌도 든다. 한쪽 벽면에는 전 세계를 다니며 카메라로 담아낸 장면과 직접 그린 그림엽서가 가득 붙어 있어 여행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낡은 것들의 매력이랄까요. 닳고 변하고, 시간이 그대로 담긴 물건과 사람을 사랑해요.” 신뽀가 수집한 빈티지 컵은 알록달록한 꽃과 과일, 벽돌 문양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찮은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인기를 끄는 ‘도대체이게먼지’ 키링은 반짝거리는 눈동자부터 삐죽이거나 무념무상인 입 모양까지 각기 다른 표정을 지녔다. 작가와 디자이너의 취향과 손길이 닿은 물건을 구경하는 동안 미처 몰랐던 나의 취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동천로108번길 41
문의 0507-1415-6233
라테 아트 장인이 만드는 맛있는 라테 한잔
커비커피

라테 아트 장인이 내려 주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원래 쌀집이었다가 카페로 변모한 ‘커비커피’는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카페라테. 바리스타에게 꿈의 대회 중 하나인 월드 라테 아트 배틀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 조동운 대표의 라테 아트를 직관할 수 있다. 특히 인기가 많은 그림은 빨간 코가 매력적인 루돌프다. 눈으로 즐긴 뒤 한 입 맛보면, 부드러운 거품과 함께 원두의 고소한 맛이 입안에 맴돈다. 커피에 곁들이기 좋은 메뉴로는 커비 푸딩을 추천한다. 커스터드의 진한 풍미와 듬뿍 올린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이 기분을 환하게 만든다. 인테리어는 층별로 달리해 유럽의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1층은 괘종시계와 원목 가구로 빈티지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2층은 시원한 격자무늬 문을 설치해 개방감을 주었다.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2층 창가에 앉으면 창밖으로 부전시장이 한눈에 담긴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로 165
문의 @cubby_coffee__
대만을 완벽 재현한 우육탕면 맛집
융캉찌에

부산에서 느끼는 대만의 맛. ‘융캉찌에’의 우육탕면은 은은한 한방 향이 감도는 맑은 갈비탕에 가깝다. 우육탕면과 쌍두마차 메뉴, 탄탄면은 꾸덕꾸덕한 땅콩 소스가 입안에서 고소하게 맴돌다 맵싸하게 마무리된다. 이곳 직원이 1년 넘게 먹었는데 질리지 않을 정도라니, 중독성은 이미 증명된 셈이다. 새콤한 소스가 별미인 가지튀김은 마지막 한 입까지 바삭하며, 다른 메뉴에 곁들여 먹기 좋다. 매콤한 라장, 시큼한 흑식초, 얼얼한 오향분을 취향에 따라 더하면 현지 맛에 가깝게 즐길 수 있다. 외관부터 대만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융캉찌에는 대만에서 공수한 소품과 매장 내에 흐르는 대만 음악까지, 진짜 대만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서면점은 공깃밥이 무료. 밥심이 중요한 사람은 이곳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자.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서전로9번길 60(서면점)
문의 0507-1334-6094
걱정은 덜고 행운은 더하는 술집
하루끝

늦은 저녁,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하루끝’으로 향하자. 조도 낮은 공간과 빔 프로젝터 아래 놓인 바 테이블이 금방이라도 취할 것 같은 감성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삼겹 육전, 에그누들 볶음면, 감바스 등 한식, 중식, 양식 가리지 않고 다양한 요리를 낸다. 그중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네기도로’다. 다진 참치회를 김이나 감태에 싸서 먹는데,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고추냉이의 알싸한 맛을 김과 감태가 중화해 준다. 여기에 곁들이기 좋은 술도 구비되어 있다. 접시가 비어 갈 때쯤 사장이 건넨 메뉴는 네잎클로버를 올린 아이스크림. 모든 손님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며 선보인 이 특별한 아이스크림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하루끝을 나서기 전, 고민과 걱정을 종이에 적어 쓰레기통에 훌훌 털어 버리는 것도 잊지 말자.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행운만 기억되는 하루의 끝이 될 테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대로255번길 43-14
문의 0507-1372-7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