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목포로 떠나야 하는 이유
계절의 미묘한 변화가 느껴지는 즈음,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광을 좇아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비옥한 땅과 바다를 거느린 맛의 고장, 전남 목포다. 원도심의 역사와 눈부신 자연을 종횡으로 누비는 목포시티투어, 싱싱한 갈치구이에서 시작해 얼큰한 아귀탕으로 마무리하는 남도의 식탁, 항구도시 고유의 지역 문화를 만끽하는 네 가지 축제가 우리를 향해 손짓한다. 바로 지금, 다채롭고 풍요로운 이 계절의 목포를 오롯이 감각할 시간이다.
사진으로 기억하는 도시
목포시티투어
도시의 매력을 가장 집약적으로 경험하는 방법, 바로 시티 투어 버스를 타는 것이다.
낮에는 목포랑시티투어, 밤에는 별빛물결시티투어로 밤낮없이 화사한 목포의 풍광을 사진에 담는다.

목포랑시티투어
SCENE 1 목포근대역사관
목포 원도심 한복판, 근대사의 자취가 어린 붉은 벽돌 건물이 우뚝 서 있다. 1898년 일본영사관으로 지은,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이다. 훗날 목포이사청과 목포부청사, 광복 후에는 목포시청 그리고 목포문화원으로 역할이 바뀌며 보존되었고, 2014년 보수 공사 후 목포근대역사관 1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도시의 태동부터 근현대사를 통과하기까지 지난한 곡절이 사진, 문서, 미니어처 등 다채로운 전시물에 담겨 깊은 울림을 준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1920년에 지은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에 들어섰다. 일제의 수탈과 아픔을 간직한 이 건물은 이제 목포의 항일운동과 독립운동가의 역사를 보여 주는 교육장으로 거듭났다.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와 얼굴들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주소 전남 목포시 영산로29번길 6(1관), 번화로 18(2관)
문의 061-242-0340(1관), 061-270-8728(2관)

SCENE 2 서산동 시화골목
어떤 길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가 된다. 유달산 자락에 펼쳐진 오래된 주택가, 알록달록한 벽화와 글귀로 이어지는 서산동 시화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편에 어촌 사람들의 삶이 흥건하게 흘러든다. 이곳은 2015년부터 약 3년간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주도하에 주민과 지역 시인이 힘을 모아 조성했다. 마을 어르신들이 손수 쓴 시가 유독 발길을 잡아 끄는데, “옛날 옛날 젊은 시절에/ 남편 가불고 혼자서 애 키웠제”처럼 바닷가 마을의 얄궂은 운명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문장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영화 <1987>에서 주인공 연희가 사는 곳으로 등장하는 ‘연희네슈퍼’부터 전망대 보리마당까지, 이정표를 따라 정다운 언덕길을 누비는 동안 한낮 햇살에 반짝이는 서산동 앞바다가 내내 축복처럼 아물거린다.
주소 전남 목포시 해안로127번길 14-2(연희네슈퍼)
문의 061-270-8599(목포역 관광 안내소)

SCENE 3 목포해상케이블카
하늘과 바다 사이, 오직 목포해상케이블카만 있다. 북항과 유달산, 고하도를 연결하는 장장 3.23킬로미터의 여정에 올라 다도해의 눈부신 풍광을 물새의 눈으로 굽어본다. 하이라이트는 투명한 소재로 바닥을 마감한 ‘크리스탈 캐빈’에 탑승해 바다를 가로지르는 구간이다. 높이 155미터 주탑을 통과하는 짜릿한 찰나, 목포대교와 도심 풍경이 어우러진 360도 파노라마 전망이 두 눈 가득 밀려든다. 고하도 선착장에 내려 섬을 둘러보는 산책 코스도 근사하다. <난중일기>에 “지형이 매우 좋았으므로 진을 치고 집 지을 계획을 세웠던 곳”이라 묘사된 이 섬에는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 열세 척을 형상화한 전망대가 자리한다. 고하도 용머리부터 유달산 일등바위까지 이어지는 유려한 경관을 선사하니,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기꺼이 감내할 만하다.
주소 전남 목포시 해양대학로 240(북항승강장), 고하도안길 186(고하도승강장)
문의 061-244-2600
별빛물결시티투어

SCENE 1 목포스카이워크와 목포대교
해가 지고서야 본색을 드러내는 풍경이 있다. 목포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목포대교와 이 도시의 실루엣이 그렇다. 활처럼 우아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목포스카이워크는 2020년 유달유원지에 들어선 전망대다. 항만 개발과 매립 등으로 운영을 중단했던 유달해수욕장 일원에 활력을 불어넣을 랜드마크로 거듭나 여행자를 불러 모으는 중이다. 높이 약 15미터, 총길이 15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에 발을 디디면 상공에서 바다를 조망하는 듯 초현실적 감각에 사로잡힌다. 붉게 타오르던 하늘이 점차 푸르게 젖어 가고, 어느덧 조명이 하나둘 불을 밝히는 시간. 끝내 어둠에 잠긴 바다와 목포대교가 총천연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니 환상성이 한층 짙어진다. 호수처럼 잔잔한 수면 위로 꽃 같은 불빛이 어른거릴 때, 우리 마음도 물결을 따라 일렁거린다.
주소 전남 목포시 해양대학로 59(목포스카이워크)
문의 061-270-8599(목포역 관광 안내소)

SCENE 2 갓바위
아득히 먼 옛날, 아픈 아버지를 부양하던 소금 장수 젊은이가 큰돈을 벌기 위해 먼 길을 떠났다. 고생 끝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젊은이는 참회의 심정으로 삿갓을 쓴 채 고개를 들지 못했고, 결국 아들과 주검이 된 아버지가 돌이 되어 버렸다는 슬픈 전설이 천연기념물 목포 갓바위 풍화혈에 깃들어 있다. 이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사람을 닮은 갓바위 형상이 눈길을 끄는데, 약 800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응회암이 파도에 쓸려 오늘날의 모습이 된 것이다. 갓바위가 자리한 영산강 하구는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길목으로, 풍화작용과 해식작용이 동시에 일어나 이 같은 형태의 기암괴석이 발달했다. 까만 밤, 달맞이공원에서 이어지는 덱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영롱한 조명이 드리운 갓바위의 자태가 한층 처연하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주소 전남 목포시 상동 1119-2(달맞이공원)
문의 061-270-8599(목포역 관광 안내소)

SCENE 3 삼학도와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섬에서 육지, 다시 육지에서 섬이 된 땅, 삼학도. 마치 세 마리 학이 앉은 듯한 형상이라 해서 이런 지명을 얻었다. 1960년대 간척 사업으로 육지가 된 삼학도는 2000년대에 들어 본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며 다시 섬으로 거듭났다. 복원 공사로 수로를 내고 대삼학도, 중삼학도, 소삼학도 세 개 섬을 조성한 결과다. 이곳엔 전설적인 노래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의 이름을 딴 난영공원과 경북화합의 숲이 나란히 들어서 있고, 삼학도공원과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이 볼거리를 더한다. 밤에는 경관 조명을 환하게 밝혀 낮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 주는데, 특히 바다처럼 푸른 조명을 사용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외관이 인상적이다. 목포외항부두의 활기찬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풍경이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주소 전남 목포시 삼학로92번길 68(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문의 061-245-5660
목포를 맛보다
제철 해산물 열전
목포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풍성하게 차린 한 상을 즐긴다.
도톰하게 살이 오른 먹갈치와 병어, 민어, 아귀를 제대로 맛볼 시간이다.



명인집 먹갈치구이·조림
한반도 서남해안 바다 깊은 곳에서 큰 그물로 건져 올린 갈치를 ‘먹갈치’라 부른다. 그물 안에서 자기들끼리 부딪히면서 은빛 표면이 어둡게 바래기 때문이다. 스무 해 넘도록 명인집 주방을 지켜 온 오경단 대표에 따르면, 이 집에선 목포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먹갈치만 사용한다. 살이 유난히 두툼한 데다 씹을수록 달고 고소한 맛이 배어나는 게 특징이며 구이로도, 조림으로도 즐길 수 있다. 풍미를 더하는 밑반찬도 일품이다. 짭조름한 풀치(새끼 갈치)조림,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참외 장아찌 등 모든 반찬에 정성이 담뿍 들었다. 10년째 양조장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니만큼 잘 빚은 막걸리를 곁들여도 좋다. 물과 누룩으로 빚은 신선한 술에 호박·유자·고구마를 넣고 맛을 내는데, 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이 계절의 정취가 물씬한 한 상이다.
주소 전남 목포시 해안로173번길 45(근대역사관점)
문의 061-244-8308



선창횟집 병어찜
1978년 식탁 네 개만 간신히 들인 부둣가의 작은 식당으로 출발한 선창횟집은 1대 김점이 대표, 2대 송광순 대표, 그의 딸 한주연·한주희에 이르는 3대가 지금까지 명맥을 잇고 있다. 기나긴 세월과 담담한 손맛이 켜켜이 쌓인 이 집엔 단골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그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제철 메뉴는 병어찜이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병어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고 물고추와 과일을 갈아 숙성한 양념과 함께 뭉근하게 끓여 내니, 칼칼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올라와 구미를 한껏 돋운다. 양념이 잘 밴 말캉말캉한 어육은 입에 넣자마자 고소한 향내를 풍기며 녹아 없어진다. 숨은 별미 깡다리조림도 놓치기 아쉽다. 주로 젓갈을 담가 먹는 황석어를 이곳 방언으로 ‘깡다리’라 한다. 목포 바다의 깊고 농밀한 맛을 품은 메뉴다.
주소 전남 목포시 만호로 6-1
문의 061-244-3708



선경준치회집 아귀찜·탕
날카로운 이빨과 커다란 입, 험악한 생김새와 달리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내는 아귀는 익히면 살이 한층 탱탱하고 쫄깃쫄깃해져 찜과 탕으로 즐기기 좋다. 목포항에서 유달유원지로 넘어가는 대로변에 자리한 선경준치회집은 오랜 세월 동안 바닷가 마을인 온금동을 지키며 뱃사람들의 끼니를 책임져 왔다. 유구한 내력은 물론 “직접 잡은 국내산, 자연산 생선만을 사용합니다”라고 써 붙인 차림표부터 믿음직스럽다. 진득한 양념을 머금은 아귀찜, 미나리와 대파를 양껏 넣어 시원하게 끓인 아귀탕이 차례로 식탁에 오르는 순간엔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넉넉한 양, 깊은 풍미에 마음까지 너그러워진다. 식당 이름에 ‘준치’를 내건 만큼 준치회무침도 반드시 맛봐야 하는 메뉴다. 공깃밥 위에 올려 쓱쓱 비비면 눈 깜짝할 사이에 새콤달콤한 회덮밥 한 그릇을 해치우고 만다.
주소 전남 목포시 해안로57번길 2
문의 061-242-5653



영란횟집 민어회 코스
조선 왕들이 즐겼다는 바다 보양식, 민어. 고문헌에 따르면 기운이 따뜻하고 단백질이 풍부해 소화를 촉진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데 주효한 식재료다. 목포에서는 민어를 바닷바람에 말린 뒤 찌거나, 쌀뜨물에 대파·무·멸치를 넣고 탕을 끓여 먹기도 한다는데, 민어 본연의 맛과 향을 음미하려면 역시 회가 답이다. 1969년 개업 이래 ‘민어의 거리’를 대표하는 식당으로 자리매김한 영란횟집은 부레와 껍질, 지느러미 등 질감이 독특한 특수 부위를 모은 민어회 코스로 유명하다. 새콤하고 산뜻한 특제 막걸리 식초 소스를 바른 민어는 유독 혀에 착 감기는 느낌이다. 민어전도 빼놓을 수 없다. 박영란 대표의 지침에 따라 민어전 한 점에 잘 익은 묵은지를 둘러 입에 넣고 우물거리니, 담백한 어육과 감칠맛이 자아내는 감흥에 눈이 번쩍 뜨인다.
주소 전남 목포시 번화로 42-1
문의 061-243-7311
항구도시의 낭만
가을 축제 가이드
이 계절의 목포 여행은 축제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항구도시의 역사와 문화, 고유한 서정을 담아낸 네 가지 빛깔의 축제를 모아 소개한다.




2025 목포항구축제
조업이 이루어지는 어장에서 형성되는 해상 어시장을 파시라 한다. 1897년 개항한 이래 서남해안의 중심 항구도시로 발전한 목포는 파시의 역사와 명맥을 잇는 행사인 목포항구축제를 열어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알려 왔다. 대표 프로그램은 퍼포먼스 ‘파시 만선이다’와 제철 수산물을 판매하는 ‘파시 해상 어시장’이다. 가수 이난영의 이름을 따온 ‘난영가요제’와 바다 콘서트, 항구 디스코 파티, 파시 동전노래방 등 화려한 무대가 축제의 흥을 돋우는 한편, 경매로 낙찰받은 해산물을 즉석에서 조리해 먹는 ‘파시 수랏간’과 ‘파시장터 구이터’ 등 체험 부스도 흥미를 자극한다. 화려한 도깨비장터와 파시마켓, 어등터널 미디어 아트가 목포항의 풍경을 한층 풍요롭게 만든다.
기간 9월 26일~28일 장소 전남 목포항, 삼학도 일원
문의 061-270-8441


2025 목포해상W쇼
목포 앞바다를 무대로 열리는 목포해상W쇼가 올해 마지막 공연만을 남겨 놓았다. 2021년 평화광장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한 목포해상W쇼는 해마다 LED 조명과 레이저, 빔 프로젝터, 무빙 라이트 등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콘텐츠의 진화를 거듭하며 관객의 기대를 넘어서고 있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관람료가 무료라는 사실. 그만큼 예매 경쟁이 치열하지만 황홀한 야경과 신나는 공연이 펼쳐지니 시도해 볼 만하다. 지금껏 주크박스 뮤지컬, EDM 워터밤, K-팝 댄스 등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인 목포해상W쇼가 어떤 모습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지 기대해도 좋다. 인파가 몰리는 행사이니만큼 안전 수칙과 질서를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시 10월 3일 오후 8시
장소 전남 목포 평화광장 해상무대
문의 061-270-2171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깊은 맛과 풍요로운 식문화를 간직한 남도가 한국 미식 산업의 구심점이 된다. ‘자연을 맛보다, 바다를 맛나다’라는 슬로건 아래 지역과 전통의 미래를 잇는 이번 행사의 개최지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맛의 고장, 목포다. 감칠맛으로 가득한 목포의 식탁이 40여 개국의 요식업계 전문가와 미식 여행자를 불러 모은다. 박람회의 중심은 단연 주제전시관이다. 싱싱한 남도의 식재료를 소재로 한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융복합 공연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나아가 전남 지역을 대표하는 22개 시군의 대표 식당과 남도 미식 명인의 음식을 만나는 남도미식문화관, 지속 가능성과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비건식품관과 할랄식품관, 세계의 미식 지형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수출기업관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입맛을 돋운다.
기간 10월 1일~26일
장소 전남 목포문화예술회관, 평화광장, 원도심 일원
문의 070-7703-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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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먹의 농담을 이용해 그린 그림인 수묵은 가능성이 무한한 예술적 소재다. 남도 화단의 예술성과 유구한 역사를 잇고자 수묵을 주인공으로 내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돌아왔다. 수묵의 고아한 정신과 미적 전통을 새롭게 발견하고 계승하는 행사로, 올해는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화려한 네 번째 막이 오른다. 주 전시는 목포, 진도, 해남에 위치한 여섯 곳에서 열리는데 전광영, 윤준영, 팀랩 등 27명의 작가가 ‘새로운 자연과 움직이는 수묵’을 주제로 역동적인 수묵의 일면을 보여 준다. 또한 손부남, 첸시 등 35명의 작가가 ‘수묵 예술의 동시대 가치’라는 기치를 내걸고 역사성을 담아낸 수묵 예술의 가치를 설파한다. 특별전은 전남도립미술관에서 ‘블랙 & 블랙’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기간 10월 31일까지
장소 전남 목포, 진도, 해남 일원(주 전시)
문의 061-280-58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