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무대를 닮은 서점, 인스크립트

2025년 08월 29일

  • EDITOR 신송희
  • PHOTOGRAPHER 봉재석

서울 대학로에 이 동네와 잘 어울리는 공간, 인스크립트가 들어섰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희곡 전문 서점이다.

공연장이 모인 마로니에공원과는 다소 떨어진 이화사거리에 오래된 갈색 건물이 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강렬한 붉은색 문을 마주하면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뜻. 안으로 들어서니 빨간 카펫이 깔린 통로가 직선으로 이어지고, 테이블과 의자, 커튼도 모두 빨갛다.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이곳의 정체는 바로 희곡 전문 서점, 인스크립트다.
연극배우 박세인·권주영 부부는 한국에서 희곡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 희곡을 한데 모은 서점을 내기로 했다. 이들이 처음 인스크립트를 연 것은 2023년, 서울 연희동에서였다. 당시 국내 유일의 희곡 전문 서점으로 주목받았고, 2년이 지난 올해 5월 대학로로 확장 이전했다. 서점은 카페와 결합된 형태로 운영해, 통로 쪽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거나 여유롭게 사색하기 좋다. 통로를 지나면 원형 테이블 주위를 둘러싼 두 벽면이 책으로 빼곡히 채워져 개인 서재에 들어온 듯하다. 책장에 들어찬 1800여 권의 희곡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분홍색 표지로 유명한 희곡 전문 출판사 ‘지만지 드라마’의 책. 전권을 갖춘 서점이 전국에 단 세 곳뿐인데, 그중 한 곳이 인스크립트다. 다른 곳에서 발견 못 한 지만지 드라마 책을 찾아서 이곳을 들르는 이도 많다고. 희곡 외에 연극·영화 분야 극본집과 작법서는 물론, 요즘 논의되고 있는 주제의 소설과 논픽션도 비치했다.
공간 한편에는 용도가 궁금해지는 검은 책상이 방문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달의 작업자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공간으로 예술 분야에서 자신만의 작업을 이어 가는 기획자, 작가, 배우 등의 작업 과정을 보여 준다. 책상 위엔 고뇌의 흔적이 느껴지는 초고 작품, 삶에서 영향받은 책, 끄적인 노트와 손때 묻은 필기구 등이 놓여 있다. 책상의 주인공은 매번 달라진다. 인스크립트에선 여러 명이 고전 희곡을 함께 소리 내어 읽고 토론하는 낭독서 모임도 열린다. 평소 희곡을 좋아하는 사람도, 희곡이 낯선 사람도 누구나 희곡을 즐겁게 향유하는 시간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