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마산 원도심 나들이

2026년 02월 01일

  • WRITER 이지혜(헤이! 트래블 기자)
  • PHOTOGRAPHER 봉재석
  • ILLUSTRATOR 조성흠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거리부터 사람 냄새 물씬한 노포까지,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의 오래된 골목을 누볐다.

삶의 활기가 넘치는 전통 시장
마산 어시장

펄떡이는 활어와 산더미처럼 쌓인 건어물이 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 마산 어시장이다. 생기 넘치는 마산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시초는 조선 시대 마산포와 마산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동법 실시 후 마산포에 대규모 창고인 마산창이 설치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시장이 개설됐다. 19세기 후반 마산포에는 수산물과 곡물을 실은 수백 척의 배가 드나들었고 어시장도 성황을 이뤘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마산포 앞바다가 매립되면서 지금의 자리에 영구적인 수산물 유통 기반을 갖추었고, 100년 이상 마산을 넘어 경상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명성을 잇고 있다. 어시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새벽에 공판장을 방문할 것. 싱싱한 제철 수산물과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에서 어시장의 옛 명성을 엿볼 수 있다.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복요리로 7

낡은 창고에 깃든 에스프레소 향기
짹짹커피 마산점

왁자한 마산 어시장에서 바다 내음 가득한 활어 골목을 걷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과 마주하게 된다. 전통 시장 한복판에 둥지를 튼 짹짹커피가 그 주인공.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 벽면과 세련된 조명이 조화를 이루는 에스프레소 바다. 낡은 창고의 골조를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는 시장의 투박한 미감과 어우러져 이곳만의 독특한 오라를 완성한다. 오픈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시장 상인들의 고단함을 달래 주던 ‘달달한 믹스커피’ 자리를 빠르게 대신하고 있다. 짹짹커피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적은 양에 한약처럼 진한 에스프레소를 낯설어하던 시장 사람들도 이젠 매일 아침 이곳에 들러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게 루틴이 되었다. 쌉싸름한 에스프레소 위에 부드러운 크림과 브라운 치즈를 올린 ‘브라운 에스프레소’는 여행자도 꼭 한번 맛봐야 할 인기 메뉴다.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시장6길 50
문의 0507-1360-7241

화분 받침에 담긴 추억의 맛
6.25떡볶이

과거 경남 지역 최대의 의류 및 포목 도소매 시장으로 명성을 떨친 부림시장에는 지금도 한복, 침구류와 함께 다양한 먹거리 골목이 자리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장의 긴 역사를 증명하듯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 노포가 숨어 있다. 그중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이 6.25떡볶이다. 가게 앞 좁은 시장 길목에 놓인 낮은 플라스틱 의자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6·25전쟁으로 인한 피란 시절 풍경을 연상시켜 손님들이 붙여 준 이름이다. 6.25떡볶이에서는 떡볶이를 플라스틱 화분 받침에 담아 준다는 점이 특별하다. 제대로 된 테이블도 없이 낮은 의자에 앉아 떡볶이를 먹는 손님들이 뜨거운 그릇을 편하게 들도록 화분 받침을 이용한 것이다. 배려와 실용성이 돋보이는 아이디어가 6.25떡볶이를 상징하는 시그너처가 되었다. 국물이 자작한 국물 떡볶이는 어묵을 듬뿍 넣은 것이 특징. 간장과 설탕의 배합이 돋보이며 달큼하고 시원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2길 16-23
문의 055-247-4830

넉넉한 인심과 1990년대 감성 담은
사랑이그린세상

마산 창동의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인 카페, 사랑이그린세상을 만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켜 온 이곳은 마산 시민들에게 ‘사그세’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작은 정원과 옛 다방의 아늑함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독특한 분위기가 특징으로, 목조 가구와 낮은 칸막이로 구성된 좌석 배치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음료를 주문하면 갓 구운 식빵과 설탕을 묻힌 와플을 서비스로 제공하는데, 놀라운 점은 이 디저트가 무제한 리필된다는 것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 베풀던 주인의 넉넉한 인심이 지금까지 이어져 사랑이그린세상을 상징하는 고유한 서비스 문화로 자리 잡았다.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올린 옛날 파르페와 따뜻하게 데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훈훈한 감성이다.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16-24
문의 055-222-7710

반세기를 지켜 온 마산 대표 빵집
고려당 & 코아양과

마산의 가장 번성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창동 거리의 터줏대감, 고려당은 1959년에 문을 열어 60년 넘게 고소한 빵 냄새를 풍기고 있다. 풀빵을 파는 작은 가게로 시작해 1970년대에는 청춘 남녀들의 미팅 장소로 명성을 떨쳤고, 지금은 마산을 대표하는 추억의 빵집으로 자리 잡았다. 고려당의 인기 메뉴는 꿀빵. 한 입 베어 물면 팥소의 묵직한 달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연노랑색 빵가루를 소복이 뿌린 생크림 스틱과 쫀득한 찹쌀 도넛, 아삭한 사라다 빵 등이 차례로 입맛을 돋운다. 커피는 물론 핫초코, 레몬차, 작설차, 홍차 등의 음료와 함께 겨울에는 단팥죽도 판다. 고려당에서 몇 걸음 걸으면 커다란 간판과 아늑한 내부가 레트로 분위기를 자아내는 코아양과가 나온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우유의 부드럽고 진한 맛이 일품인 밀크셰이크와 옥수수 식빵. 초코, 딸기, 녹차 등 색색의 롤케이크도 추천 메뉴다.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0길 68(고려당), 불종거리로 28(코아양과)
문의 055-243-0011(고려당), 0507-1441-1458(코아양과)

마산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는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추산동 언덕 위에 자리한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마산의 역사를 소개하는 국공립 박물관이다. 2001년 개관 이후 마산의 유물과 사료를 체계적으로 전시하는데,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3·15 의거 관련 자료를 심도 있게 다룬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마산 인근에서 출토한 조개더미 유물부터 개항기 마산항의 모습까지, 마산을 이해하기 쉽도록 시간순으로 전시한 것도 매력적이다. 박물관 앞마당은 마산 시내 풍경을 한눈에 감상하기 좋은 뷰 포인트. 마산항과 마창대교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야외 전시장에는 지역 문인들의 시비가 세워져 있고, 마산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문신의 작품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문신미술관도 도보 2분 거리에 위치해 함께 방문하기 좋다.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신길 105
문의 055-225-7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