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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인연

2025년 11월 01일

  • EDITOR 김수아

종희와 재필의 마지막 데이트 장면에서 회전 놀이기구 여러 개가 등장한다. 빙빙 돌고 도는 모습이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힌 세 청춘의 관계와 닮았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백번의 추억>은 버스 출발을 알리는 안내양 영례의 힘찬 “오라이!”로 시작한다. 책임감 강한 영례가 신입으로 들어온 종희에게 가짜 회수권 판별법을 알려 주고, 텃세를 부리는 기숙사 방장이 놓은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도운 뒤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쉬는 날 영화를 보거나 다방에서 음악을 감상하고, 야간학교 수업을 같이 들으며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개문 발차 사고로 안내양 한 명이 다리를 잃는 사건이 발생해 영례의 주도하에 파업 농성을 벌일 땐 동료로서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하기도 한다. 그사이 이들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마음이 모두 재필에게로 향한다. 영례는 종희와 재필을 응원하며 본인의 마음을 숨기고, 뒤늦게 영례의 진심을 알아챈 종희는 재필에게 이별을 고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흰색 커플 운동화를 신은 종희와 재필이 함께 간 곳은 전주동물원과 그 안에 자리한 놀이동산 전주드림랜드다.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솜사탕을 나눠 먹고, 전자 전투기와 회전 오리 등 놀이기구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둘의 마지막 데이트 장면은 7년 후 자취를 감췄던 종희가 나타난 상황에서 영례가 하는 말과 이어진다. “인생을 스치는 사람 중 떠난 사람은 인연이고 남은 사람은 운명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돌아온 사람은 인연일까, 운명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관계의 충돌 속에서 울고 웃는 청춘의 이야기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다.

100번 버스 안내양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청춘 멜로 드라마.
배우 김다미와 신예은이 각각 영례와 종희를 맡아 둘도 없는 친구 사이를 연기한다.

©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