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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는 삼척

2026년 02월 01일

  • EDITOR 신송희
  • PHOTOGRAPHER 전재호
  • 제작 지원 삼척시청

탄광 산업 부흥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마을을 기차로 가로지르고, 해상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바다 위를 건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석회암 동굴을 탐험하며 태고의 자연을 마주한다. 기막힌 풍경과 특별한 미식이 함께하는 강원도 삼척을 소개한다.

1. 기차 타고 추억 여행
하이원 추추파크

만화 <은하철도 999> 속 증기기관차를 재현한 스위치백 트레인.
겹겹이 이어지는 산맥 아래 자리한 하이원 추추파크에서는 눈앞에 아름다운 산악 경치가 펼쳐진다.

한때 한국 탄광 산업의 중심지였던 삼척시 도계읍에는 옛 광부 사택이 곳곳에 남아 있다. 1950~1980년대에 청년 노동자들이 우르르 모여들며 광산 도시로 번성했던 흔적이다. 그러나 1989년 정부의 탄광 구조 조정 이후 도계 지역 대부분의 탄광이 문을 닫으며 석탄 산업이 급격히 쇠퇴했고 도시는 활기를 잃었다. 폐광의 흔적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쓴 건 하이원 추추파크. 2014년 폐광 지역 활성화를 위해 강원랜드가 폐선된 영동선 부지를 활용해 국내 유일의 철도 체험형 리조트, 하이원 추추파크를 조성했다. 단독주택형 네이처빌, 실제 기차를 개조한 트레인빌, 캠핑의 낭만이 깃든 글램핑 등 다양한 숙박 시설과 레일바이크, 키즈 카페, 노천탕 등 체험·휴식 시설을 고루 갖췄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스위치백 트레인(switchback train). 가파른 산악 지역을 단번에 넘지 못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독특한 운행 방식의 열차다. “추추” 경적을 울리며 출발한 스위치백 트레인은 흥전역에 멈춘 뒤 나한정역까지 후진했다가 선로를 바꿔 흥전삭도마을까지 달린다. 총 3량으로 이루어진 열차는 난로가 놓인 객차, 사진 찍기 좋은 객차, 좌석이 창가를 향해 놓인 객차 등 각기 다른 콘셉트로 꾸몄다. 만화 <은하철도 999> 속 증기기관차를 그대로 재현한 열차가 터널을 지나는 동안 창밖을 내다보면 은하수가 흐르고 익숙한 만화 주제가가 공간을 채운다. “덜컹덜컹, 삐걱삐걱.”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길 위의 사람들과 손인사를 주고받으며 미소를 짓는다. 저마다 간직한 기차 여행의 추억이 조용히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심포남길 99
문의 033-550-7788

2. 내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
도계유리나라 & 도계나무나라

다종다양한 유리공예품이 영롱한 빛깔을 뿜어낸다.

삼척역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 태백시와 맞닿은 경계 지역에 도계유리나라가 자리한다. 유리 안에서 모든 분자의 움직임이 그대로 얼어붙은 듯한 신비로운 공간. 국내외 유리공예가의 정교한 작품을 선보이는 유리갤러리를 시작으로 유리의 역사와 종류, 쓰임새를 한눈에 살펴보는 유리역사관과 보석방, 거울방 등 흥미로운 테마관이 이어진다. 이토록 섬세한 유리공예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호기심은 블로잉 시연장에서 곧바로 해소된다. 고온의 유리에 파이프로 공기를 불어넣는 블로잉 기법으로 유리공예가가 공예품을 완성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바로 앞 체험장에서는 소정의 체험비를 내면 직접 유리공예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단단한 유리봉을 불에 대고 천천히 돌리면서 녹이면 물방울 모양이 되는데, 가위로 가운데에 홈을 내면 하트 모양이, 집게로 집으면 나뭇잎 모양이 완성된다.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한 손길로 유리를 녹이고, 늘이고, 자르기를 반복하며 천천히 유리공예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이번에는 나무의 매력을 느껴 볼 차례. 도계유리나라를 나서면 지붕 위에 걸터앉은 피노키오가 방문객을 맞이하는 도계나무나라가 나온다. 온통 목재로 둘러싸인 건물 안으로 발을 딛는 순간, 피톤치드 가득한 소나무 향이 폐부 깊숙이 들어온다. 삼척의 목재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나무 이용 전시실부터 머무르기만 해도 정신이 맑아지는 나무 도서관과 나무 놀이터까지, 나무를 주제로 한 다양한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도계나무나라에서도 간단한 목공예 체험이 가능하다. 책꽂이 선반과 우드 트레이, 도마 등을 제작하며 특별한 추억을 남겨 본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강원남부로 893-36(도계유리나라), 893-46(도계나무나라)
문의 033-570-4208(도계유리나라), 033-570-4201(도계나무나라)

3. 유장한 세월이 빚어낸 지하 세계
환선굴 & 대금굴

국내 최대 규모의 석회암 동굴답게 압도적인 스케일과 공간감을 자랑하는 환선굴 내부.

한 줄기 빛조차 닿지 않던 지하에서 천천히 형성된 세계가 있다. 석회암 지질층을 품은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에서 크고 작은 동굴 10여 개가 발견됐는데 그중 환선굴과 대금굴을 일반에 공개했다. 거대한 입구부터 방문객을 압도하는 환선굴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석회암 동굴로 약 5억 3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으로 들어서니 서늘한 공기와 함께 기기묘묘한 동굴 생성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머리형 석순, 도깨비방망이, 마리아상, 만리장성 등 비슷한 생김새에 따라 붙은 이름도 재미있고, 몸을 낮춰 동굴을 탐험하는 것도 흥미롭다. 환선굴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감탄을 자아낸다면 대금굴은 살아 있는 생명체 같은 동굴 생성물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빨아들이듯 목소리를 삼키는 8미터 높이의 장쾌한 비룡폭포 소리에 온몸이 얼어붙는 듯하다. 미끄러운 바닥을 조심스레 걸으며 주위를 살피면 주름진 커튼을 닮은 종유석 ‘커튼’과 계단식 논처럼 층을 이룬 석회암 ‘휴석소’ 등 신비로운 풍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만물상 광장에는 지름 5센티미터, 높이 3.5미터로 국내 최대 규모인 막대형 석순이 자리한다. 종유석과 석순이 100년에 1센티미터씩 자란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이 길고 단단한 형상에 깃든 유장한 세월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부력으로 떠 있는 용소부잔교를 건너면 물 위를 걷는 듯한 색다른 경험도 하게 된다. 해설사와 동행하면 동굴 구조와 생성물의 특징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환선로 800
문의 033-541-9266(환선굴), 033-541-7600(대금굴)

4. 감성 가득, 삼척의 낮과 밤
트리고 삼척해변점 & 술등가

통창 너머 삼척해변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는 트리고 삼척해변점.
겨울 바다를 눈앞에 두고 트리고의 시그너처 메뉴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최재호 술등가 대표의 추천 메뉴인 ‘NO 마진 NO 게인’은 푸짐한 양과 탄탄한 맛 덕분에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겨울 바다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트리고 삼척해변점이 최고의 선택지다. 통창 너머 삼척해변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는 오션 뷰 베이커리 카페로, 모든 좌석을 계단식으로 배치해 어느 자리에 앉아도 하얀 파도가 치는 겨울 바다를 무한 반복으로 감상할 수 있다. 트리고는 삼척 여행자 사이에서 단팥빵과 소금빵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세 번 삶아 만든 팥소를 가득 채운 단팥빵에 공주 통밤을 넣은 삼자팥밤빵과 강원도 감자의 포슬포슬한 식감을 살린 감자소금빵이 대표 메뉴다. 맘모스빵과 마늘바게트, 쪽파크림치즈베이글 등 베이커리 종류도 다양해 가벼운 브런치로 즐기기 좋다. 여기에 메밀 크림을 올린 메밀 크림 라테를 곁들이면 볶은 메밀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시원한 바다 풍경과 단팥빵의 달콤한 여운을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도심으로 발걸음을 옮길 차례. 어둠이 내려앉은 삼척 교동 상가에 하나둘 불이 켜지면 술등가에도 붉은색의 은은한 조명이 공간을 밝힌다. 초록색 포인트의 바 테이블과 웅장한 재즈 힙합 사운드가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다양한 양식 요리와 술을 낸다. 자리에 앉자마자 감으로 만든 증류주를 웰컴주로 내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손 많이 가요’ ‘이까짓게’처럼 재치 있는 이름의 메뉴 가운데 최재호 대표의 추천은 ‘NO 마진 NO 게인’. 스페인식 문어구이 풀포(pulpo)로, 야들야들한 문어와 짭짤한 감자의 조화가 별미다. 양주, 와인, 증류주 등 요리에 어울리는 주류도 폭넓게 갖췄다. 푸짐한 양과 탄탄한 맛, 감각적인 분위기까지, 술등가는 여행자의 밤을 든든하게 채워 준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테마타운길 33(트리고 삼척해변점), 청석로 60(술등가)
문의 0507-1346-0109(트리고 삼척해변점), 0507-1434-7047(술등가)

5. 바다 위 황홀한 공중 산책
삼척해상케이블카

장호항과 용화해변 위를 나는 삼척해상케이블카. 살굿빛 노을이 내려앉은 풍경이 한층 낭만적이다.

한겨울의 동해 바다를 가장 황홀하게 만나는 방법은 해상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강원도 유일의 해상 케이블카인 삼척해상케이블카는 용화리와 장호리를 가로지르며 짧지만 인상적인 여정을 선사한다. 용 모양의 두 역사가 마주하는 가운데, 빨간색 케이블카 2대가 중간 철탑 없이 길이 874미터 구간을 미끄러지듯 오간다. 케이블카에 몸을 싣는 순간, 창밖으로 고요한 바다 마을의 정취를 간직한 항구와 빨간색 등대,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경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바닥 일부를 투명 유리로 마감해 발밑으로 바닷속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함이 느껴진다. 용화역과 장호역 모두 야외 전망대가 있어 공중에서 스쳐 지나간 풍경을 다시 한번 여유롭게 감상할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장호역 스카이라운지의 하늘 계단에 서면 동해의 수평선이 시야를 가득 채워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용화역 3번 게이트를 나서면 이어지는 갈매기공원 산책로 역시 놓치기 아쉽다. 하늘에서 바라보던 바다를 곁에 두고 파도 소리에 걸음을 맞추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각 탑승장 인근에서는 해양 레일바이크, 스노클링, 투명 카누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용화리와 장호리, 두 마을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왕복 탑승으로 여정을 완성하자.
주소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장호항길 12-10(삼척해상케이블카 장호역)
문의 1668-4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