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대구 레트로 여행

2025년 08월 30일

  • WRITER 우지경(여행 칼럼니스트)
  • PHOTOGRAPHER 봉재석
  • ILLUSTRATOR 조성흠

빈티지 아트 포스터 숍부터 음악 감상실과 근대 의상 대여 카페까지, 대구역에서 레트로 감성 가득한 여섯 곳을 찾았다.

취향을 파는 소품 가게
물비늘

이런 곳에 소품 숍이? 가파른 계단을 올라 2층의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물비늘’이란 이름처럼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서른 살 되기 전에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던 이보람 대표가 손수 꾸민 공간이다. 힘들 때마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았다는 그는 가게 이름도 물비늘로 지었다. 물가에 핀 꽃을 상상해 그린 그림이 물비늘의 로고. 방문객이 이곳에서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품을 갤러리처럼 전시하고, 벽에는 이 대표가 좋아하는 시와 사진을 붙였다. 만들고 싶은 소품이 많은 그는 이곳에서 손수 제작한 키링과 티셔츠, 머그잔, 문진 등을 판매한다. 4년 전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마이너 취향의 물건이 팔리겠냐며 걱정했는데 지금은 그 취향을 찾아 여행자가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3층에서는 초록 기운을 뿜어내는 식물과 화분도 판매한다.
주소 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455-2
문의 0507-1349-8647

소장하고 싶은 빈티지 포스터
노실리콜렉트

116년 된 건물 2층에 둥지를 튼 빈티지 아트 포스터 숍. 처음 이 건물을 보고 나무 천장에 반한 강민우 대표가 최소한으로 리모델링해 매장을 꾸몄다. 패션 업계에서 일하며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아트 포스터와 빈티지 포스터를 큐레이션해 소개한다. 박서보 화백의 포스터, 영화 <펄프 픽션> 포스터, 나가이 히로시의 일러스트 포스터,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빈티지 포스터 등 스펙트럼이 방대하다. 국내는 물론 대만, 일본 등 해외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오리지널 포스터를 감상할 수 있도록 지난 8월, 인근의 복합 문화 공간 ‘오픈대구’에서 서울올림픽 공식 포스터 아카이브 전시도 열었다. 정식 라이선스를 통해 발행한 오리지널 포스터를 소장하고 싶다면 노실리콜렉트에 들러 보자. 구경만 해도 눈이 즐겁다.
주소 대구시 중구 북성로 98-1
문의 0507-1473-9017

근대 의상 빌려주는 빈티지 카페
카페 향촌

대구 향촌동은 6·25전쟁 후 시인과 화가가 피란살이를 하러 모여들면서 예술 동네가 되었다. 1970년대부터는 수제화 가게가 들어서 수제화 골목이라고도 불렸다. 여전히 구두 장인들이 뚝딱뚝딱 망치질하는 소리가 들리는 수제화 골목 안, 옛 거리의 정취를 머금은 카페 향촌이 자리한다. 오래된 건물을 빈티지 분위기의 카페로 리모델링했는데, 2층 창문 너머로 경상감영공원의 장독대와 벚나무가 내려다보여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좋다. 피낭시에, 다쿠아즈 등 디저트 메뉴도 다양하다. 시그너처 메뉴는 옥수수 소금빵. 옥수수 콩포트,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듬뿍 올린 찹쌀 모나카와 직접 구운 소금빵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카페 향촌에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원피스를 전시한 쇼윈도가 눈길을 끄는데, 이곳에선 근대 의상을 대여해 준다. 특별한 점은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근무한 전력이 있는 손보화 대표가 어울리는 모자와 액세서리 등을 추천해 준다는 것. 멋진 의상을 입고 향촌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인증 사진을 남겨 보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대구 레트로 여행이 될 것이다.
주소 대구시 중구 서성로14길 74
문의 0507-1327-5358

우리 밥 먹으며 대화할까?
대화장

‘대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복합 문화 여관’을 모토로 한 대화장은 1920년대에 지은 ‘대화장여관’을 리모델링한 이색 공간이다. 여러 채의 건물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즐길 거리가 많다. 로비 역할을 하는 살롱에 들어서면 ‘최후의 만찬’을 모티브로 한 스테인드글라스 창 너머로 빛이 투과되어 오색 빛깔로 채워진 공간이 황홀함을 자아낸다. 살롱을 나서면 왼쪽에 팝업 스토어나 공연이 열리는 홈스위트홈이 자리한다. 홈스위트홈 옆 건물 1층에는 대화장사진관이, 2층에는 스몰 웨딩을 진행하는 대화장예식장이 있다. 살롱에는 개성 넘치는 메뉴도 많다. 토마토 속에 부라타 치즈를 넣은 ‘토마토 콜드파스타’와 스페인식 파에야에 매콤함을 더한 ‘해물 파에야’가 대표적이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 식사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대화장의 대화 카드를 활용해 보자. 대화 카드에 쓰인 질문을 주고받다 보면 서로에게 한 뼘 더 다가가게 된다.
주소 대구시 중구 북성로 104-15
문의 053-291-2569

빈티지 수집가의 칵테일 바
노르웨이의 숲

북성로 끝자락, 오래된 적산 가옥 2층에 노르웨이의 숲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에서 상호를 따온 이곳은 문학 칵테일 바다. 메뉴는 <인간 실격> <데미안> <존재의 이유> 등의 소설이나 <일 포스티노> <탑건> 같은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칵테일을 주문하면 책 속 구절이나 영화 대사가 적힌 카드를 건네 준다. 슬램덩크 마니아들 사이에서 노르웨이의 숲은 슬램덩크 성지로도 통한다. 대표가 수년간 수집한 슬램덩크 아이템이 공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 빈티지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달력, 전화기, 선풍기 등이 창가에 놓여 있는데, 옛 방송국 소품실을 방불케 한다. 레트로풍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는 이곳은 가끔 인디 밴드의 공연 무대로도 변한다. 노르웨이의 숲 인스타그램에서 미리 공연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하면 더욱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주소 대구시 중구 북성로 59
문의 053-252-1116

시간을 머금은 소리의 매력
하이마트 음악감상실

1980년대에 대구엔 음악 감상실이 스무 곳 넘게 있었다. 1990년대부터 오디오가 보급되며 점점 자취를 감추었지만, 하이마트 음악감상실은 3대째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독일어로 ‘고향’이란 뜻의 이름처럼 향수를 자극하는 모습 그대로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무대 양쪽에 1926년에 나온 영국산 하이엔드 오디오와 탄노이 스피커가 놓여 있고, 그 앞엔 음악 감상용 의자 50여 개가 늘어서 있다. 입장료 8000원을 내면 음료 한 잔(커피, 녹차, 주스, 모과차 중 선택)을 마시며 2시간 동안 음악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전국 각지에서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하이마트 음악감상실은 이색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 ‘썸’을 타는 두 사람이 이곳에 오면 반드시 커플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입장권에 듣고 싶은 곡을 써서 주크박스로 건네면 신청곡을 틀어 준다.
주소 대구시 중구 동성로6길 45
문의 053-425-3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