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소년이 열여덟과 열아홉이 되던 봄, 노란 유채꽃이 피었고 이들의 사랑도 만개했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꿈 많고 당찬 애순의 삶은 시작부터 영 녹록지 않다. 바다가 아빠를 먼저 데려갔고, 누구보다 강인했던 해녀 엄마마저 물질을 하다 ‘숨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3월 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1화부터 시청자의 마음을 강하게 붙들었다. 가까운 이의 죽음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애순의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며 엄마는 담담히 말한다. “두고 봐라. 요 꽃물 빠질 즈음 되면 산 사람은 또 잊고 살아져. 손톱이 자라듯이 매일이 밀려드는데 안 잊을 재간이 있나.” 딸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이자 위로였고 당부였다. 이후 관식이 애순의 곁을 묵묵히 지킨다. 함께 유채꽃밭을 걷는 둘의 모습은 꽤 사랑스럽다. 애순이 서울 사람과 결혼할 거라고 발을 빼면서도 관식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둘은 말을 빙빙 돌리다가 이때 처음으로 입을 맞춘다. 드라마 속 봄을 상징하는 이 장면은 전북 고창의 청보리밭에서 촬영했다. 올해 유채꽃이 피어나길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혹여 바쁜 일상을 보내다 꽃구경을 놓쳐도 아쉬워 말자. 삶은 흐르고, 봄은 다시 오니까.

제주에서 태어난 두 사람의 굴곡진 삶을 사계절로 풀어낸 드라마. 애순 역은 아이유와 문소리가, 관식 역은 박보검과 박해준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