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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서의 오롯한 휴식, 강진·해남·영암

2026년 08월 01일

  • EDITOR 김수아
  • 제작 지원 강진군문화관광재단, 해남문화관광재단, 영암문화관광재단

‘강해영 프로젝트’는 강진·해남·영암의 관광 자원을 하나의 여행 권역으로 연결해 남도 체류 관광의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협력형 관광 프로젝트다. 여름휴가 장소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전남광주의 강진·해남·영암이 나섰다. 올여름 꼭 가야 할 여행지를 이웃 지역의 눈으로 소개한다.

고요한 사색의 시간
강진

유서 깊은 사찰과 성곽을 걸으며 강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전라병영성을 한 바퀴 돌며 이방인의 눈에 비친 옛 강진을 떠올리고, 다산 정약용이 오가던 숲길을 산책하며 여유를 즐긴다.

한국을 최초로 서양에 알린 헨드릭 하멜을 기리는 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 © 김은주

이방인의 눈에 비친 옛 강진의 모습
금강천을 건너 성자산 쪽으로 가다 보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면적 9만 3139제곱미터, 길이 1060미터, 높이 3.5미터의 전라병영성이다. 전국적으로 병영과 관련된 성곽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라병영성은 1417년(조선 태종 17년)에 설치해 1895년(고종 32년)까지 조선조 500년 동안 전라와 제주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했다. 도성이나 읍성과는 달리 성 내부에 군사시설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동서남북으로 거대한 문이, 북문과 동문 사이에는 활터가 자리한다.
전라병영성 동문 건너편에는 한국을 서양에 최초로 알린 헨드릭 하멜을 기리는 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이 있다. 제주 앞바다에 표류한 배의 항해사였던 그는 병영면에서 억류 생활을 했고, 그 시간을 기록해 <하멜 표류기>를 썼다. 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은 디오라마, 고문서, 항해 지도 등을 전시해 하멜이 머무른 조선에서의 삶을 조명한다. 기념관 옆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와 헬멧을 유료로 빌려주니 전라병영성 주변을 한 바퀴 돌며 강진의 역사를 떠올려도 좋다. 2인용과 4인용으로 나뉘며, 시간당 1만 원이다.

당일형 템플스테이와 다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백련사.

차밭이 아름다운 천년 고찰, 백련사
만덕산 자락에 위치한 백련사는 신라 문성왕 때 무염국사가 창건한 절이다. 원묘국사가 1236년에 백련결사 운동을 주창해 백련사의 존재가 전국에 알려졌고, 조선 후기에는 8대사를 배출해 명실공히 으뜸가는 명찰로 유명해졌다. 2004년에 원묘국사의 행적과 백련결사에 관한 내용이 적힌 백련사 사적비가 보물로 지정됐으며, 2023년엔 삼존불(아미타불,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을 봉안한 백련사 대웅보전이 보물로 승격됐다.
백련사와 다산초당 일원은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기에 학문에 정진하던 대표 유적지다. 두 곳이 자리한 만덕산은 고려 시대부터 자생한 야생 차밭이 남아 있어 ‘다산(茶山)’이라 불리는데, 정약용의 호가 여기에서 비롯됐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당시 백련사 주지였던 아암 혜장선사와 다산 정약용이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누던 곳으로 유명하다. 일명 백련사 숲길은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고, 경사도 완만해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백련사에서는 당일형 템플스테이와 다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쉼과 회복이 필요하다면 올여름 백련사에서 머물러도 좋다.

병영 돼지불고기거리
병영면에서만 맛보는 별미가 있다. 바로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 낸 매콤한 병영 돼지불고기다. 전라병영성 인근에 자리한 병영 돼지불고기거리에서 남도 특유의 푸짐한 밑반찬과 함께 병영 돼지불고기를 즐겨 보자.

월출산 정기를 품다
영암

월출산을 병풍처럼 두른 영암으로 맑은 정기를 받으러 간다. 월출산 등반을 마친 후 정원을 갖춘 카페 새실에서 달콤한 커피로 재충전하고, 오색찬란한 한복을 입고 구림마을을 거닐며 추억을 남긴다.

기암괴석이 빚은 절경, 월출산국립공원
월출산의 영험한 자태를 보면 영암을 ‘기의 고장’이라 부르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월출산은 예부터 많은 시인들이 그 아름다움을 칭송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호남정맥의 거대한 암류가 남해 바다와 부딪치면서 솟아오른 화강암이 오랜 세월이 흘러 지금의 월출산이 됐다. 1988년 한국의 스무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면적이 약 56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잇따라 포착되는 등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또 국보를 비롯한 수준 높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 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갑사에 국보인 해탈문과 보물인 석조여래좌상이 긴 시간 자리를 지켜 왔고, 구정봉으로 오르는 산기슭 중턱에는 국보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이 자리한다.
월출산 등반을 마친 후에는 전남광주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카페 새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1964년 분재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카페, 정원, 생태 체험을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한다. 진한 에스프레소와 블렌딩 밀크가 어우러진 새실넛이 이곳의 시그너처 음료다. 카페라테에 말차 가루와 크림을 더해 새실마을에 사는 토종 거북 남생이를 표현한 남생이라테도 인기가 높다. 카페 내에서는 통창 밖으로 사계절 다른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다.

구림마을에서 오색찬란한 한복을 대여해 입고 마을을 산책할 수 있다.

가장 오래된 마을, 영암 구림마을
월출산 아래에 무려 2200년 역사를 품은 마을이 자리한다. 카페나 식당 하나 없이 고택만 있는 구림마을이다. ‘구림’이란 이름은 신라 말기 도선국사의 탄생 설화에 나온다. 한 여인이 빨래를 하다 강물에 떠내려온 오이를 먹고는 아이를 가졌다. 아이는 태어난 뒤 숲에 버려졌지만, 며칠 후 다시 찾아가 보니 비둘기 떼가 아이를 보호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이는 훗날 고려 건국을 예언하고 불교를 부흥시킨 도선국사가 된다. 비둘기 구(鳩)와 수풀 림(林)을 합쳐 구림마을이라 이름 붙인 이곳에서는 일본에 선진 문물을 전한 왕인 박사와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국사 등 걸출한 인물이 배출됐다. 구림마을에는 맞춤형 한복을 제작, 판매하는 한편 한복 대여 프로그램 ‘한복입고 유유자적’을 운영하는 고영한복이 있다. 오색찬란한 한복을 입고 마을을 여유롭게 걷는 시간은 훗날 소중한 추억이 될 테다.

대양회관
월출산 인근에 있는 한정식 전문점. 낙지볶음, 오리탕 등이 메인 요리이며, 7~8월에는 계절 메뉴로 삼계탕도 판매한다. 백반 정식을 주문하면 다양한 반찬이 상을 가득 채운다. 월출산국립공원 주차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바다에 쓰인 역사 한 줄
해남

이순신 장군의 정기가 어린 해남 땅을 밟자 감동이 물밀 듯 밀려온다. 우수영국민관광지에서 명량대첩의 생생한 현장을 느끼고, 두륜산 남쪽에 자리한 거대한 차밭을 마주하니 마음이 절로 경건해진다.

명량대첩의 현장, 우수영국민관광지
진도와 해남을 가르는 좁은 해협, 울돌목은 바닷물이 차고 빠지며 하루 네 번 조류가 거세게 부딪힌다. ‘우는 바다 길목’이라는 의미처럼 거친 파도 소리가 거대한 짐승의 울음소리를 연상시킨다.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의 이런 특성을 십분 이용해 불과 13척의 배로 왜군 133척을 막아 냈는데, 그 위대한 업적이 우수영국민관광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명량대첩해전사기념전시관에 들어서면 판옥선과 거북선 모형을 비롯해 명량대첩에 사용했던 무기와 병사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전시가 펼쳐진다.
울돌목을 감상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울돌목스카이워크 위를 걷거나 명량해상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진도대교 끝에 세운 총길이 110미터, 주탑 높이 25미터의 스카이워크 위에 서면 거센 파도가 치는 울돌목이 내려다보인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아찔한 동시에 울돌목의 위력이 느껴진다. 해남과 진도를 잇는 해상 케이블카에 탑승하면 울돌목의 거친 물살과 진도대교, 그리고 다도해의 탁 트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반 캐빈과 크리스털 캐빈 두 종류가 있는데,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을 타면 울돌목의 역동적인 물살이 생생하게 보인다. 약 1킬로미터 구간을 흔들림 없이 운행해 편안하게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해 질 무렵에는 노을이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여 황홀한 풍경을 연출한다.

설아다원의 차향에 물들다
두륜산 남쪽에 자리한 설아다원은 한국의 전통차를 공부한 오근선 대표와 풍물과 소리에 능한 마승미 대표가 운영하는 유기농 차밭이자 문화 공간이다. 우연히 찾아온 손님을 맞기 위해 한옥 스테이도 마련했다. 숙박객은 녹차방, 황차방, 홍차방 등 차 이름을 딴 방에 머무르며, 설아다원 내 차실인 모먼트해남에서 무료로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차밭을 바라보며 음미하는 따뜻한 차 한잔은 잡생각을 말끔히 몰아낸다.
설아다원에서는 녹차정원 산책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녹나무트리하우스에서 출발해 녹차정원 입구, 녹차밭 시방, 백일홍 꽃길, 두륜산 타래길 등을 지나 목련 꽃길까지 이어지며 30분 정도 소요된다. 걷다 보면 무려
3만 3000여 제곱미터 규모의 차밭이 주는 웅장함에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진다.

명승회센터
해남군은 주요 관광지 인근의 1인 식사가 가능한 식당 ‘혼밥당당’ 36곳을 선정했다. 명승회센터도 그중 하나다. 명승회 백반은 1인분에 회를 한 접시씩 제공하는데, 혼자서 즐기기도 좋다. 모둠회, 아나고(붕장어) 주물럭, 물회 등도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