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와 호박고지떡, 칵테일과 도토리묵 라볶이, 수제 맥주와 주꾸미 타코. 의외의 조합을 선보이는 서울의 주류 페어링 맛집을 찾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위스키 한 모금
법원
헌법재판소 근처에 자리한 법원은 ‘Bourbon’을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비로소 그 정체가 드러난다. 바로 버번위스키 전문점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바 테이블이 놓인 여느 위스키 바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은은한 조명 아래 따뜻한 색감의 목재 가구가 배치된 모습이 마치 정성껏 꾸민 차실 같다.
2층 건물에 다다미방 6개로 이루어진 구조는 법원이 들어서기 전 이 자리에 있던 한식당 우원의 모습 그대로다. 법원에서는 다양한 버번위스키는 물론 직접 블렌딩한 위스키도 맛볼 수 있다. 맛은 총 네 가지. 향긋한 쑥 위스키를 비롯해 말린 대추 같은 향이 나는 목밀 위스키와 달콤한 딸기 위스키, 페퍼민트처럼 화한 박하 위스키다. 이 중 쑥 위스키는 뭉근한 단맛의 호박고지떡과, 목밀 위스키는 고소한 당적밤이 씹히는 밤 티라미수와 잘 어울린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1길 33
문의 02-745-1933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칵테일 바
크리켓서울
압구정 골목길을 걷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면 크리켓서울에 다다랐다는 뜻. 한국의 술과 음식을 페어링하는 칵테일 바, 크리켓서울은 제철 재료와 국내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떡볶이를 도토리묵으로 만든 ‘도토리묵 라볶이’. 탱글탱글하고 꼬들꼬들한 식감의 건조 묵과 라면, 메추리알, 김말이를 파 기름에 볶아 특제 소스를 더했다. 화룡점정은 두유와 크림치즈로 만든 에스푸마.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손님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에스푸마를 올린 도토리묵 라볶이는 떡볶이의 매운맛이 고소한 크림에 녹아들어 전혀 새로운 풍미를 전한다. 여기에 어울리는 술은 ‘안동뮬’. 모스코뮬을 한국식으로 변형한 칵테일로, 약재 술인 ‘소나무와 학’에 안동 생강으로 만든 진저에일을 섞어 완성한다. 향긋한 생강 향이 매운 음식과 제법 잘 어울린다. 원하는 술이 있다면 바텐더에게 요청해도 좋다. 바텐더가 손님과 대화를 나누며 취향에 맞는 술을 제조해 줘 의외의 기막힌 페어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64길 35-6
문의 @cricket.seoul

유럽을 담은 디저트 카페
카페 오쁘띠베르
서촌 통인동 큰길가에 위치한 오쁘띠베르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1에서 이름을 알린 박준우 셰프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입구에 자그마한 화단과 라탄 의자가 놓인 모습은 파리의 어느 골목에서 봄 직한 노천카페를 연상시킨다. 술과 커피, 디저트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유럽식 카페가 이곳의 콘셉트다. 시그너처는 하얀 장미꽃을 닮은 레몬 타르트. 레몬 필링의 강렬한 산미가 훅 치고 들어오고 머랭의 달큰한 맛이 부드럽게 입안을 감싼다. 레몬 맛 구름이 있다면 이런 맛일까. 박준우 셰프는 레몬 타르트에 어울리는 술로 주정 강화 와인이나 스위트 와인을 추천한다. 달콤새콤한 레몬 타르트 한 입에 이어 달짝지근한 포트와인 한 모금. 기분 좋아지는 단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47-1
문의 02-735-7569

코스로 즐기는 주안상
표주
신당동 골목, 작은 표주박이 주렁주렁 달린 간판이 눈길을 끈다. 간판에 적힌 글자는 ‘표주’. 막걸리를 따라 마시는 표주박에서 이름을 따온 한식 주점으로, 다양한 전통주와 함께 옛 주안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인다. 표주의 정체성을 담은 메뉴는 ‘시그너처 주안상’. 주전부리와 본식, 후식을 차례로 낸다. 먼저 대추 칩, 고추 부각, 약밥으로 차린 주전부리 3종으로 입맛을 돋우면 하이라이트인 본식이 등장한다. 된장으로 버무린 깻잎을 곁들인 ‘회무침’, 닭 다리 하나를 통째로 올린 ‘백숙 리소토’, 통 항정살 중앙에 초고추장으로 무친 미나리를 채워 넣은 ‘항정 미나리’까지 재료 본연의 맛과 향, 식감을 섬세하게 살렸다. 잘 차린 한 상에 술이 빠질 수 없는 법. 막걸리, 약주, 탁주로 구성된 잔술 3종은 표주의 음식과 훌륭한 페어링을 이룬다. 넉넉한 한 상, 그리고 음식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술과 함께 가을밤이 깊어 간다.
주소 서울시 중구 다산로42길 43-6
문의 @pyozu_

한국식 타코와 수제 맥주
타일러
신설동 골목 한구석에 들어선 맥주 펍, 타일러에서는 독특한 조합의 타코 메뉴가 눈에 띈다. 돼지 머릿고기, 불고기, 주꾸미 등 한식 재료를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그중 인기 메뉴는 ‘타일러스 타코’다. 수제 토르티야에 불 향을 입힌 용두동 주꾸미를 더해 낯선 듯 익숙한 맛이 난다. 매일 12종의 국내 수제 맥주를 선별하는 타일러의 시그너처 맥주는 ‘원모어드링크’. 효모를 필터링해 청량함을 극대화했다. 뒤끝 없는 깔끔한 맛에 꿀떡꿀떡 들이켜니 금세 잔이 비고, 이름대로 한 잔 더 주문하게 된다. 저마다 다른 표정의 고양이가 그려진 귀여운 맥주잔도 주문을 멈출 수 없게 한다.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하정로 46
문의 @tylerbeerb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