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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시작된 성실한 범죄

2025년 08월 29일

  • WRITER 정수진(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바다에 보물이 묻혀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전국에서 도굴꾼이 몰려든다. 이 판이 갱생의 공간, 교도소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재밌다.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에는 보물을 찾기 위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중 돈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대장 관석은 조카 희동과 함께 자잘한 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다 결국 꼬리를 잡힌다. 삼촌과 조카가 나란히 교도소에 입성하지만, 이들의 관심은 교화와 갱생이 아니라 더 확실한 부를 거머쥘 수 있는 큰물. 그러다 감옥에서 만난 고미술품 밀거래 업자 송 사장의 제의로 출소 후 보물을 캐러 바다로 갔으니 원하는 대로 된 셈이다. 하지만 모두가 목표대로 부를 얻을 수 있을까? 욕망에 눈이 먼 인물들이 우글우글한데, 하필 그들의 작업장은 누구도 서로를 믿기 힘든 망망대해이니 말이다. 관석과 희동에게 직업소개소가 되어 준 격인 드라마 속 교도소는 전남 장흥군 장흥읍에 있는 옛 장흥교도소다. 1975년부터 2015년까지 운영한 교도소로, <슬기로운 감빵생활> <비밀의 숲> <프리즌> <1987> <더 글로리> 등 숱한 드라마와 영화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곳이 지난 7월 25일 복합 문화 예술 공간 ‘빠삐용Zip’으로 재탄생했다. 자유를 갈망하는 영화 캐릭터 ‘빠삐용’과 다양한 가능성을 압축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의 ‘zip’을 결합한 이름이다. 모두에게 열린 곳이 되었으니 이젠 누구나 사색과 해방의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1977년 돈 냄새를 맡은 촌뜨기들이 신안 앞바다로 몰려든다.
판은 점점 커지고 바다에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가운데, 서로 속고 속이는 처절한 보물찾기가 시작된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이 쫄깃하게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