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공존을 경험하는 시간, 호텔 카라멜

2025년 06월 23일

  • EDITOR 김수진

호텔 카라멜은 여행이 일상으로, 공간이 기억으로 녹아드는 순간을 선사한다.

강원도로 향하는 길, 가장 설레는 순간은 KTX 차창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할 때다. 갈매기와 항구가 시야에 들어오는 찰나, 비로소 강원도에 닿았음을 실감한다. 묵호역에서 도보 5분 거리, 밀크 캐러멜 같은 적갈색 타일로 마감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의 종착지, 호텔 카라멜이다.
40년 넘은 여관을 리뉴얼해 2023년에 오픈한 호텔은 묵호항이 활기를 띠던 1970~1980년대 정취와 현대적 감각이 공존한다. 은색 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선 순간, 묵호의 오래된 추억과 마주한다. 빈티지 그린 소파와 아날로그 스피커, 모던한 조명 아래 “카라멜 스테이션, 웰컴”이라 적힌 LED 전광판이 깜빡이며 방문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폭이 좁은 계단과 나무 난간, 유리 블록과 빈티지 가구에선 그 시절의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호텔 카라멜의 객실 수는 총 10개. 여성 전용 도미토리부터 트윈룸, 투베드룸, 스위트룸까지 다양하다.
호텔 곳곳에선 “멜팅 포인트를 만나다(Meet the Melting Point)”라는 문구가 보인다. 과거와 현재, 도시와 로컬, 사람과 사람이 서로 뒤섞이고 스며들도록 하겠다는 호텔 카라멜의 의지가 담겨 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머물고 대화하는 ‘카라멜 스테이션 카페’는 목적에 따라 카페나 그로서리, 라운지로 변신한다. 지하 1층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소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전시가 열리고, 요가·조향 등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된다.
호텔 카라멜의 또 다른 즐거움은 ‘묵호 필름 투어’. 호텔에서 빌려 주는 구형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묵호 거리로 나선다. 바닷바람을 머금은 골목, 기차가 오가는 철길 등 셔터를 누를 때마다 묵호에서의 기억이 사진에 차곡차곡 담긴다. 밤이 되면 호텔 앞 공간에 호텔 카라멜이 운영하는 골목 식당 ‘소로로’가 문을 연다. 여행자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하이볼 한잔을 기울이고, 마라 어묵과 가라아게 등을 곁들일 때 묵호의 밤은 더욱 낭만적으로 깊어 간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발한로 2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