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와 은사시나무, 이름 모를 들풀에 계절은 흐르며 자국을 남긴다.

억새가 휘청여 바람의 존재를 알았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보여 주려고 머리를 흔들고 허리를 꺾는다.
2024년 11월 초 전남 구례

산그늘이 검은 장막을 드리우고, 은사시나무에 햇살이 부서진다.
한밤중 같은 오후 2시. 감쪽같이 속았다.
2023년 11월 중순 전북 진안

줄기와 잎맥에, 보송한 솜털에 내려앉은 계절의 입김.
된서리 맞은 들풀이 얼음에 갇혔다.
2024년 11월 말 전남 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