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안둘레길을 걷고, 바다 전망 카페에서 오징어 모양 빵을 먹고, 옥색 바다 위에서 인생 사진을 찍는 시간. 경북 포항을 특별하게 여행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1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걷기
포항의 겨울 바다를 가장 생생하게 감상하는 방법은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을 걷는 것이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동해면과 구룡포, 호미곶, 장기면까지 해안선을 연결하는 트레킹 로드. 1코스 연오랑세오녀길, 2코스 선바우길, 3코스 구룡소길, 4코스 호미길로 이루어졌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걷다 보면 도구해수욕장과 하선대, 구룡소, 독수리 바위, 그리고 거대한 ‘상생의 손’이 동해의 아침을 맞는 호미곶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2코스 선바우길이다. 동해면 해안가에 우뚝 선 높이 6미터의 선바우에서 시작하는 이 길은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드는 나무 덱을 따라 힌디기, 하선대, 흥환간이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한편엔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다른 한편엔 폭포 바위, 아기발 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위가 흰색을 띠는 것도 재미있다. 호미반도는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독특한 지형으로, 화산 성분인 백토가 굳어서 흰색을 띠는 바위가 되었다. 흰 언덕, 흰덕을 거쳐 지금은
‘힌디기’로 불린다. 힌디기 안내판 근처에는 동굴이 하나 숨어 있다.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바다를 향해 난 커다란 타원형 입구 너머로 나무 덱과 해변이 한 장면에 잡혀 선바우길의 포토 존으로 사랑받는다.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 2790번길 20-18

2 죽도어시장 구경하고 제철 별미 맛보기
겨울 포항의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 죽도어시장으로 향하자. 영일만과 형산강이 만나는 곳, 포항운하를 따라 안으로 깊숙이 자리한 포항수협활어위판장에 가면 매일 아침 일찌감치 열리는 수산물 경매의 진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투명한 갈색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오징어와 주둥이가 뾰족한 은빛 학꽁치, 통통하게 살이 오른 삼치와 참치까지, 평상시 보기 어려운 광경에 눈이 번쩍 뜨인다. 위판장 어디선가 딸랑딸랑 종소리가 울린다면 이제 곧 경매가 시작된다는 뜻. 트럭에 실려 온 오징어와 참치가 보기 좋게 진열되면 번호가 적힌 모자를 쓴 중매인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순식간에 경매가 마감된다. 여기까진 경매사와 중매인의 무대. 경매가 끝난 수산물은 죽도어시장 소매상들의 손에 넘어간다. 제철 맞은 동해 수산물의 신선도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고 싶다면 죽도어시장 안쪽에 자리한 죽도시장으로 발길을 옮기자. 죽도시장은 점포 수가 1500여 개에 달하는 동해안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 횟집만 무려 200곳이 넘는 먹거리 천국이다. 대게찜과 문어숙회, 과메기, 전복죽은 물론, 단돈 몇천 원에 속을 든든히 채울 수 있는 보리밥 백반과 수제비도 있다. 겨울철에 꼭 먹어야 하는 과메기는 죽도시장 대표 메뉴다. 먹기 좋게 손질한 과메기에 채소와 초고추장을 곁들인 과메기 세트 하나면 포항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죽도시장에선 꽁치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말린 통과메기도 쉽게 볼 수 있다.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길 13-3

3 롤러코스터보다 짜릿한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걷기
영일대해수욕장 끝 뒷동산에 자리한 환호공원은 포항 시민의 쉼터이자 놀이터다. 포항시립미술관과 야외 공연장, 어린이 도서관 등이 들어서 있다. 평범했던 환호공원이 포항을 넘어 전국구 명소로 떠오른 것은 롤러코스터를 닮은 예술 작품, 스페이스워크가 들어선 후다. 2021년 포스코가 기획·제작·설치해 포항 시민에게 기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이다.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는 환경과 테크놀로지, 인간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독일 예술가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의 작품이다. 높이 24.5미터, 트랙 길이 333미터, 계단 수 717개인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두 다리로 계단을 올라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것.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로 녹아들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빛과 철의 예술품이다. 줄이 길게 늘어선 입구를 지나 몇 걸음만 가면 두 갈래 길이 나오고, 이내 아슬아슬한 떨림을 안겨 주는 가파른 계단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다.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의 별칭은 클라우드(Cloud). 말 그대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에 순간순간 아찔해진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페이스워크를 한발 두 발 걷다 보면 드넓은 모래사장과 윤슬이 반짝이는 영일대해수욕장이 한눈에 담긴다. 참고로 스페이스워크의 정중앙을 차지한 360도 회전 구간은 조형미를 극대화한 작품의 일부일 뿐 실제로 사람이 오를 수는 없다.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30

4 바다 전망 카페에서 유유자적하기
창밖으로 펼쳐진 동해 바다를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바다 전망 카페로 향하자. 호미곶면과 영일만, 이가리항으로 이어지는 해안 도로를 따라 개성 넘치는 카페가 늘어서 있다. 바다 전망 카페를 테마로 포항 여행을 해도 2박 3일이 모자랄 정도. 그중 가장 박력 넘치는 겨울 바다를 보고 싶다면 ‘오딘’을 추천한다. 화진해수욕장에서 영덕으로 향하는 동해대로에 자리한 오딘 앞에는 검은색 몽돌해변이 비밀스럽게 자리해 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포효하는 듯한 호랑이 바위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촬영 장소. 호랑이 바위 아래에 서면 빨간색 등대가 한 화면에 들어와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바다를 향해 계단식으로 난 좌석도 매력적이다. 대형 스크린이 걸린 극장에 온 기분으로 무한히 상영하는 ‘바다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몽돌을 꼭 닮은 ‘몽돌 흑임자’와 버터의 풍미가 일품인 ‘잠봉뵈르’가 인기 메뉴다. 여기서 도보 1분 거리에는 일출 명소이자 인기 베이커리 카페인 ‘러블랑’이 있다. 통유리창 밖으로 동해의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수십 종의 빵과 케이크가 식욕을 자극한다. 그중 소시지빵 ‘동해 오징어 한마리’와 큐브 모양 페이스트리 ‘큐블랑’은 꼭 먹어야 하는 시그너처 메뉴다. 구룡포에 있는 오이아 카페도 추천한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는 이곳에는 테라스, 계단, 구름다리 등 이색적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장소가 숨어 있다. 에이드, 스무디, 라테 등 음료는 물론 파스타, 피자 등 식사 메뉴도 훌륭하다.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동해대로 3320(오딘),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동해안로 4266(오이아 카페)

5 해상 전망대에서 인생 사진 찍기
겨울철 동해 바다는 유독 색이 짙푸르다. 또 바람이 거셀수록 파도는 더 드라마틱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시간대에 따라 바다가 영롱한 옥색을 띠기도 하고, 검은색에 가까운 코발트블루를 띠기도 한다. 신비롭게 변주되는 바다 색을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하는 방법은 해상 전망대로 가는 것이다. 그중 제일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은 이가리 닻 전망대. 포항에서 영덕으로 가는 해안 길, 이가리간이해변 옆에 높이 10미터, 길이 102미터 규모의 이가리 닻 전망대가 자리해 있다. 바다를 향해 놓인 나무 덱을 따라 걸어가면 빨간색의 등대 모양 설치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대 난간 아래로는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한 바닷물이 일렁일렁 춤을 춘다. 이가리닻 전망대가 유명해진 건 배의 닻을 꼭 닮은 모양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닻 하나를 툭 던져 놓은 모습이다. 전망대에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가면 나무 덱을 받치고 있는 흰색 기둥과 함께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를 볼 수 있다. 환호공원에서 해안 도로를 따라 여남동 방향으로 가면 바다를 향해 구불구불 이어진 포항 해상 스카이워크가 나온다. 높이 7미터에 길이 463미터로 전국에서 가장 길다. 스카이워크 중앙에는 인공 암석으로 조성한 깊이 1.2미터의 해수풀이 있는데, 여름철 해수욕장이 개장하면 수영장으로 이용한다.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서면 건너편으로 죽도시장과 포스코, 호미곶해맞이공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 산67-3(이가리 닻 전망대), 경북 포항시 북구 해안로 518(포항 해상 스카이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