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내음 가득한 하슬라아트월드, 솔향과 대나무 향이 은은한 오죽헌, 고소한 초당순두부 냄새가 퍼지는 이색 맛집과 카페까지. 감각을 깨우는 향이 겹겹이 스민 도시, 강원도 강릉을 찾았다.
1. 동해 바다 품은 예술의 광장
하슬라아트월드


정동진역으로 향하는 해안 도로를 달리다 보면 푸른색 철골과 알록달록한 창이 인상적인 건물을 만난다. 미술관과 호텔, 레스토랑, 카페, 공원을 아우르는 약 33만 제곱미터 규모의 복합 문화 공간. 정동진 인근 등명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하슬라아트월드다. 강릉 출신 조각가 최옥영·박신정 부부가 2003년에 설립한 곳으로, 실내 미술관과 야외 조각 공원을 중심으로 전시가 펼쳐진다. 실내에 들어서면 조각, 회화, 설치미술 등 독창적인 작품들이 연달아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테이플러 심으로 만든 양태근 작가의 ‘하마’, 푹신해 보이는 소파 같지만 단단한 철판으로 제작한 김경한 작가의 ‘흔적’ 등 일상 소재를 재해석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묘한 인상을 남긴다. 각 공간을 이동할 때는 털실로 엮은 설치 작품 사이를 지나거나, 동화 <피노키오>의 고래 뱃속을 연상시키는 터널을 통과하는 등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도 든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발밑에 은색 파이프가 좍 깔린 대지 미술 ‘오션스퀘어’가 나타난다. 최옥영 작가가 1만 개 이상의 철골과 파이프로 만든 대작으로 한쪽에는 동일 작가의 ‘은색 파도’가 기다리고 있다. 생동감 있게 뻗은 은색 파이프들이 탁 트인 동해 바다와 어우러지며 자연과 예술이 서로 맞물린 풍경이 완성된다. 오션스퀘어를 나서면 하슬라아트월드의 하이라이트인 야외 조각 공원에 닿는다. 앞으로는 정동진 바다가, 뒤로는 괘방산이 감싸는 파노라마 뷰가 두 눈 가득 밀려든다. 떠오르는 해를 손에 쥔 조각상과 수평선을 기준으로 자전거 두 대가 반영을 이루는 듯한 모습까지 이 겨울,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문의 033-644-9411
2. 선현의 숨결 깃든 자리
오죽헌


경포 바다로 접어드는 초입, 까마귀처럼 검게 번진 대나무 숲이 바람에 잔잔히 흔들린다. 빼곡한 대나무 숲이 세찬 겨울바람을 막아 주어 고요함이 감도는 고택. 이곳이 바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이다. 조선 초기에 지은 별당 오죽헌을 중심으로 사랑채와 안채, 어제각 등이 자리한다. 대문을 들어서면 왼편에 오죽헌이, 정면에는 문성사가 보인다. 두 건물 안엔 인자한 눈매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사임당과 율곡의 영정이 각각 걸려 있다. ‘도덕과 학문을 널리 들어 막힘이 없이 통했으며 백성의 안정된 삶을 위해 정사의 근본을 세웠다’는 뜻의 시호 ‘문성’은 1624년 인조가 율곡에게 내린 것으로 그의 올곧은 심성을 짐작케 한다. 건물을 지은 1400년경에 심었다는 율곡매와 배롱나무는 오죽헌의 오랜 역사를 묵묵히 증언한다. 자연을 사랑한 사임당은 매화를 각별히 여겨 여러 작품에 남겼는데, 그중 ‘고매도’와 ‘묵매도’는 오죽헌 뒤뜰에서 자라는 율곡매를 보고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사랑채와 안채를 지나 가장 안쪽으로 향하면 정조의 명으로 지은 작은 누각, 어제각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율곡이 지은 아동 학습서 <격몽요결>과 그가 어린 시절 사용한 벼루가 보관되어 있다. 벼루 뒷면에 새겨진 정조의 글귀에서 율곡의 학문과 덕을 향한 깊은 존경심이 읽힌다. 율곡과 사임당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근처의 율곡기념관과 강릉화폐전시관을 들러 보자. 율곡기념관에서는 율곡 일가의 그림과 서예, 시화를 통해 조선 가문의 학문적 깊이를 느껴 보고, 강릉화폐전시관에서는 세계 최초 모자(母子) 화폐의 주인공인 두 사람의 일화와 화폐 도안의 변천사 및 과학적 가치를 살펴볼 수 있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율곡로3139번길 24
문의 033-660-3301
3. 초당순두부의 참신한 변신
코스탈로 & 강릉초당두부티라미수


마을 초입부터 고소한 초당순두부 냄새가 발걸음을 이끈다. 강문해변 안쪽 초당순두부 마을에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맛집이 여럿 있는데, 최근에는 초당순두부를 색다르게 풀어내는 식당도 생겼다. 대표적인 곳이 코스탈로와 강릉초당두부티라미수다. 코스탈로는 강원도의 제철 식재료와 동해의 해산물을 중심으로 지중해식 요리를 낸다. 시그너처는 ‘비프 피타 플래터’. 그리스 발효 빵 피타 반죽에 초당두부를 더해 촉촉하고 쫀득한 식감을 살렸다. 여기에 숯 향을 머금은 고기 완자와 신선한 토마토 살사, 싱그러운 차지키 소스를 곁들이면 풍미가 한층 더 깊어진다. 조개 모양 그릇, 산호 모양을 새긴 물컵 등 바다 이미지를 입힌 도자기 식기까지 더해져 식탁 위에 작은 해변이 펼쳐진 듯하다. 강릉초당두부티라미수는 초당순두부로 강릉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디저트를 선보인다. 문을 여는 순간 들리는 파도 소리는 마치 강릉 앞바다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 ‘오션 두부티라미수’는 에스프레소에 적신 빵 위에 초당두부 크림을 층층이 쌓고, 잘게 부순 통밀 쿠키로 모래사장을, 화이트 초콜릿으로 불가사리와 조개를 표현했다. 한 입 맛보면 비릿함 없이 은근하게 퍼지는 고소함이 매력적이다. 새로운 맛의 조합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두부오션드링크’가 제격이다. 파도에서 영감을 받은 음료로, 바다를 닮은 푸른 색감이 먼저 시선을 끈다. 순두부의 부드러움과 코코넛 젤리의 오독한 식감이 독특한 대비를 이루고, 코끝에 스치는 은은한 후추 향이 알싸한 해풍을 떠올리게 해 한번 맛보면 잊기 어려운 여운을 남긴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초당원길54번길 20(코스탈로), 난설헌로 178(강릉초당두부티라미수)
문의 0507-1393-5664(코스탈로), 0507-1430-0673(강릉초당두부티라미수)
2026~2027
강릉 방문의 해
강원도 강릉시는 올해 국내 관광객 5000만 명, 외국인 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국제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강릉을 찾은 여행객은 국내 3200만 명, 해외 30만 명으로 2018년 이후 매년 3000만 명 이상 꾸준히 방문해 강릉은 이미 인기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강릉시는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2024년부터 국제 관광도시 시민실천운동 추진위원회와 함께 글로벌 관광 범시민 캠페인을 이어 왔다. 36개 기관 및 단체와 협약을 맺으며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강릉역 일대에서 관광객 환영 캠페인과 서울·부산·동대구 등 주요 도시에서 지속적인 홍보 활동을 병행했다. 올해는 관광 종사자와 시민 대상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 축제와 주요 행사장에서 캠페인을 펼쳐 국제 관광도시로서의 서비스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라모노그램 강릉을 비롯한 숙박 인프라 확충, 대관령 북부권 케이블카·파크골프장 등 관광 시설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 외에도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와 강릉 ITS 세계총회를 연계한 관광 상품부터 월별 테마 여행 프로그램, 인바운드 상품까지 폭넓게 운영하는 ‘2026~2027 강릉 방문의 해’를 본격 추진한다.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
세계 최대 규모의 생활체육 탁구 대회인 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가 올여름 강릉에서 열린다. 국제탁구연맹(ITTF)이 주관하는 비엘리트 공식 국제 대회로, 올해는 약 100개국에서 4000명 이상의 선수가 출전한다. 남녀 단식, 남녀 복식, 혼합 복식 등 총 5종목으로 구성되며 만 40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다. 특히 한국 탁구의 전설인 현정화가 1호 선수로 등록하며 전현직 선수와 동호인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대회는 전 세계 탁구인이 만나는 교류의 장이자 한국 전통문화와 강릉의 자연을 함께 즐기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기간 6월 5일~12일
장소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 일원
문의 070-4130-2074

2026 강릉 ITS 세계총회
‘교통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S 행사인 ITS 세계총회가 10월 19일부터 닷새간 강릉에서 개최된다. 올해 주제는 ‘Beyond Mobility, Connected World(이동성을 넘어 하나 되는 세계)’.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 차량, AI 기반 교통관리센터 등 첨단 모빌리티 기술을 통해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교통 환경을 모색한다. 세계 각국의 ITS 리더와 산업 전문가, 학계 연구자가 한자리에 모여 C-ITS, 자율 주행, MaaS(Mobility as a Service), UAM, 스마트 시티 등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논의한다. 고위급 회담과 학술 세션, 첨단 기술 시연, 현장 체험은 물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전시와 체험형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기간 10월 19일~23일
장소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 일원
문의 02-6918-2582
축제로 만나는 강릉의 사계
사계절 다른 결의 풍경을 선사하는 강원도 강릉. 계절의 정취와 지역의 매력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 강릉의 축제를 소개한다.

봄, 벚꽃과 함께 열리는 축제의 서막
경포호수로 접어드는 길부터 경포대 정자까지 분홍빛이 가득 번지면 경포 벚꽃 축제가 방문객을 맞는다.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에서 한가롭게 피크닉을 즐기고 인증 사진을 남기는 것은 기본이다. 벚꽃 다도와 벚꽃 타투 스티커 체험 등 계절의 감성이 깃든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강릉에서 가장 이른 벚꽃을 만나고 싶다면 솔올지구 일대에서 열리는 솔올블라썸을 추천한다. 도심에서 진행해 이동이 편하고 주변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밤이 되면 축제 분위기가 한층 더 살아난다. 거리마다 늘어선 팝업 스토어를 구경하며 청명한 봄밤을 누려 보자. 강릉의 봄이 특별한 데에는 강릉단오제가 한몫을 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닷새 동안 시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여러 신을 차례로 모시는 단오굿이다. 여기에 조선 시대 관청 노비들의 놀이에서 비롯된 관노가면극이 더해져 풍자와 해학이 담긴 국내 유일의 무언 가면극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문의 033-640-5130(경포 벚꽃 축제), 033-641-1593(강릉단오제)

여름, 파도 위에 넘실대는 낭만
강릉에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 축제는 단연 강릉비치비어페스티벌이다. 전국 곳곳의 개성 넘치는 수제 맥주와 강릉 로컬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보며 여름밤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백사장을 병풍처럼 둘러싼 송림에서는 지역 작가들의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이 열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라이브 밴드 무대와 디제잉 파티는 여름 감성을 극대화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경포 썸머 페스티벌이 정답이다. 록부터 힙합, 발라드, EDM까지 다채로운 음악 공연이 이어지며 경포의 밤을 화려하게 물들인다. 수중 씨름, 비치 발리볼, 물총 싸움 같은 프로그램도 무더위를 잊게 한다. 전국의 실력파 뮤지션들이 모여 재능을 겨루는 강릉 버스킹 전국대회도 놓치지 말자. 팀마다 색다른 무대를 선보여 매주 대회를 찾는 마니아층이 생길 만큼 호응이 뜨겁다.
문의 033-640-5130

가을, 커피와 면발의 도시
강릉의 커피 문화는 선구적인 바리스타들이 이곳에 정착해 카페를 열면서 시작됐다. ‘커피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강릉커피축제도 개최했다. 안목해변을 따라 자리한 강릉커피거리는 축제의 중심 무대다. 강릉커피축제는 단순히 시음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로스터와 함께 커피를 내리거나 나만의 드립백을 만들며 커피 한 잔이 완성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본다. 커피와 찰떡궁합인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강릉에는 커피만큼이나 맛깔난 면 요리도 많다. 월화거리 일대에서 진행되는 강릉누들축제에서는 장칼국수·막국수·감자옹심이칼국수 같은 지역 대표 메뉴는 물론 마라국수·완탕면·팟타이 등 세계 각국의 면 요리와 창작 메뉴까지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라면 브랜드 맞히기나 전통 방식의 면 뽑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축제의 열기를 더한다.
문의 033-640-5049(강릉커피축제), 033-640-5130(강릉누들축제)

겨울, 한 해의 끝과 시작
강릉커피거리와 월화거리가 형형색색 불빛으로 환하게 빛나면 강릉 크리스마스 축제의 막이 올랐다는 뜻이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크리스마스 거리 점등식’을 통해 도심은 순식간에 빛의 거리로 변하고, 크리스마스 마켓과 회전목마, 캐럴 버스킹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은 행사가 곳곳에서 진행된다. 한 해가 저물면 새로운 시작이 다가온다. 그 설렘을 안고 해맞이 축제를 즐기러 발걸음을 옮긴다. 탁 트인 수평선과 긴 백사장이 인상적인 정동진해변은 시시각각 바뀌는 일출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배 모양의 썬크루즈 리조트 위로 붉은 태양이 걸쳐지면 사람들은 일제히 탄식을 터뜨린다.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를 들어 사진과 영상을 남기고, 새로운 한 해의 소망을 마음속 깊이 새긴다.
문의 033-640-5130(강릉 해맞이 축제)
여기도 가 보세요
평창송어축제 강원도 평창군의 해발 700미터 지점, 청정 오대천에서 자란 송어는 유난히 크고 살이 차져 맛이 좋다. 평창 송어의 맛과 매력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매년 1월에 열리는 평창송어축제를 기억하자. 축제의 핵심은 단연 송어 잡기 체험이다. 맨손 잡기, 얼음 낚시, 텐트 낚시 등 방식도 다양하다. 직접 잡은 송어는 축제장 옆 먹거리촌에서 회, 구이, 매운탕 등 원하는 방식으로 맛볼 수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만큼 썰매, 스노 래프팅, 얼음 카트 같은 겨울 레포츠도 풍성하게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