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무무와 함께하는 양평 나들이

2024년 12월 26일

  • EDITOR 김진(프리랜서)
  • PHOTOGRAPHER 고승욱

반려견 가족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강아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것. 겨울도 예외일 수 없다. ‘오늘 안 나가?’ 아련한 눈빛을 보내는 강아지를 보면, 어느새 주섬주섬 패딩 코트를 꺼내 입게 된다. 댕댕이와 신나는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 경기도 양평행 KTX에 몸을 실었다.

강아지 친화 여행지, 양평

서울 도심을 벗어나 팔당 방면으로 접어드니 가슴이 확 트인다. 오른쪽으로 북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겨울 하늘은 시리도록 파랗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반려견 무무와 양평역에 도착했다. 가평과 더불어 수도권 사람들이 여행지로 즐겨 찾는 양평은 경기도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기초자치단체다. 큰 만큼이나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지닌 것도 양평의 매력. 천년 고찰 용문사와 수령 1000년이 넘은 은행나무를 품고 있는 용문산,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두물머리, 경기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등록된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 그리고 푸른 잔디밭에서 양과 교감할 수 있는 양평 양떼목장 등 산 좋고 물 맑은 양평엔 강아지와 갈 곳도 많다.

양평역에 내리면 바로 우측에 관광 안내소가 있다. 대부분 지나치고 말지만, 생각보다 유용한 정보가 많으니 잠시 시간을 내 들러 보길 추천한다. 사람보다 강아지를 더 반갑게 맞이하는 관광 안내소 직원들은 ‘댕이트엔 냥평(양평 댕이와 냥이의 핫 플레이스)’이라는 반려동물 동반 관광 안내 지도를 쓱 건네 주었다. 펜션·야영장·휴양림·캠핑장·리조트 등 반려동물 동반 숙소 28곳, 공원·관광지·시장 등 반려동물 동반 관광지 43곳, 동물병원 16곳의 정보까지 양평 지도에 반려견 동반 여행 정보가 가득하다. 그동안 반려견 친화 여행지를 꽤 많이 다녔는데, 양평처럼 강아지가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많은 곳은 보지 못했다. 단, 강아지 크기에 따라 제한을 두는 곳이 있으니 중·대형견 입장이 가능한지 미리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사람도 강아지도 행복한 두물머리

양평을 소개하는 여행 팸플릿은 두물머리를 첫 번째 관광지로 소개한다. 흙냄새, 물냄새가 가득한 두물머리는 강아지 산책 장소로도 제격이다. 어느 반려견 전문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강아지에게 자연의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찾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과 같다고. 그 정도로 짜릿한 일이라니, 무무에게 냄새 맡을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 “무무야, 너 지금 엄청 재미있는 유튜브 보는구나?” “킁킁!” 얼마나 재미있는지 불러도 응답이 없다.
두물머리.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 물과 강원도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두물머리는 과거 강원도에서부터 물길을 따라온 뗏목과 어부가 쉬어 가던 쉼터였으며, 한양의 뚝섬나루와 마포나루를 이어 주던 마지막 나루터로 번창했다. 물길의 역사와 문화가 가득한 두물머리는 안개 자욱한 아침 풍경이 압권이지만, 생명력이 느껴지는 낮 풍경도 더없이 눈부시다. 황금빛 갈대가 춤을 추고, 수면에 햇살이 부딪혀 반짝반짝 윤슬을 만들어 낸다. 강가에 서 있는 황포 돛배도 운치를 더한다. 두물머리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 배는 과거에 한강을 왕래하며 땔감이나 식량을 실어 날랐다. 지금 서 있는 배는 원형이 아니고, 장인이 과거의 모습을 복원한 것이다.

두물머리의 명물은 400년 넘은 느티나무인데, 강 쪽으로 툭 튀어나온 곳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나무 아래 고인돌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청동기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고인돌엔 북두칠성 등 별자리를 나타내는 구멍(성혈)이 뻥뻥 뚫려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두물머리가 기운 좋은 땅, 명당이었음을 알려주는 증거일 것이다. 그 앞에 서서 잠깐 소원을 빌었다. 2025년엔 느티나무 같은 사람이길. 가끔 흔들릴지라도 그 자리에 늘 서 있는.
강아지와 두물머리를 산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포토 스폿은 두 군데다. 강가에 커다란 액자 프레임이 있는데, 액자를 통해 바라보는 풍광은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보는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액자 프레임에 무무를 올려놓고 멋진 독(dog)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함께 걸터앉은 자세의 사진으로 추억을 또 하나 남겼다. 사람들은 액자 뒤에 서기도 하고, 점프도 하는 등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또 다른 포토 스폿은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비록 나무가 다섯 그루뿐이어서 길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앵글을 잘 맞춰 사진을 찍으면 여느 메타세쿼이아 길 못지않은 멋진 장면을 담을 수 있다. 나무 아래서 무무와 걷는 모습의 사진은 바로 SNS 프로필 사진이 되었다.

가는 방법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면 양평역까지 50분 정도 소요된다.

강아지와 즐거운 커피 타임

강아지 목줄을 잡은 손이 꽁꽁 얼기 시작하니 따뜻한 커피 한잔이 간절하다. ‘구벼울’은 배우 남상미가 운영하는 카페로 유명한 곳. 강물이 여울져 흐르는 모양이 말발굽 같다 하여 이 지역을 ‘굽여울’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구벼울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조선 시대 ‘사천장팔경도’라는 그림에도 등장하는 풍광은 구벼울의 야외 테라스에서 한눈에 담긴다. 카페 안에는 강아지가 들어갈 수 없지만, 구벼울은 훨씬 더 좋은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계단을 올라가면 나타나는 커다란 온실이 사람과 강아지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햇살이 구석구석 스며드는 온실은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인 실내보다 훨씬 더 따뜻해서 좀처럼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커피와 땅콩크림라테, 소금빵은 구벼울의 시그너처다. 양평에서 찾은 또 하나의 카페는 ‘하우스 베이커리’. ‘집빵’이라는 뜻의 하우스 베이커리에는 고소한 빵 내음이 가득하다. 한옥을 재해석해 서까래는 그대로 두고, 소반을 소품으로 전시하는 등 고즈넉한 한옥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강아지는 실내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풋살이라도 할 수 있을 만큼 너른 잔디밭이 있어 강아지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단, 목줄을 푸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하우스 베이커리는 많은 연예인이 극찬했을 정도로 빵 맛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과육이 통째로 올라간 망고 스무디와 크림이 가득 든 소복소복이 인기다.

하우스 베이커리
주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북한강로 684
영업시간 10:30~20:00
문의 031-772-8333


동물도 KTX에 탑승할 수 있어요

반려동물을 위한 승차권을 구입해 KTX를 함께 이용해 보자. 단, 반려동물은 이동장에 넣어야 한다. 간혹 강아지 좌석을 유아 승차권으로 구매하기도 하는데, 절대 안 된다. 강아지 역시 성인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어길 경우 기준 운임의 10배에 달하는 부과 운임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유아 좌석 승차권을 끊고 강아지를 태웠다가 부정 사용으로 벌금을 40만 원 넘게 낸 사례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KTX에 탑승할 수 있는 동물은 필수 예방접종을 마친 개, 고양이, 새 등으로 무게 10킬로그램 이내여야 한다. 또 길이 100센티미터(45×30×25센티미터) 이내 이동장에 넣어 동행하는 것이 규칙이다. 도사견·도베르만·셰퍼드·핏불테리어 등 투견과 맹금류·설치류·파충류 등 다른 승객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 동물은 탑승이 금지된다. 단, 시각·청각·지체장애인의 보조견은 이동장을 이용하지 않고 동반 승차할 수 있다.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