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축제에서 내 손으로 청자를 빚어 보고, 전라병영성을 걸으며 5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 ‘백금포 문화곳간 1933’에서 인생 사진을 찍고, 여행 경비의 절반을 돌려받는 뿌듯함. 올봄, 특별한 여행을 계획한다면 전남 강진으로 향하자.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나주역까지 2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비취옥의 영롱한 푸른빛
고려청자에 반하다


월출산과 녹차, 다산 정약용과 백련사, 마량항과 강진만 갯벌. 강진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이미지는 대구면과 고려청자다. 봄날의 투명한 호수 같은 청록색에 날아갈 듯 유려한 봉황의 자태. 고려청자의 아름다움과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강진군 대구면에 있는 고려청자박물관으로 향해야 한다. 고려청자박물관에는 청자 운반선과 상감청자 제작 방법, 고려청자 생산 과정이 미니어처로 전시되어 있고, 대표 소장 유물을 시대별로 전시해 놓아 고려청자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고려청자박물관에서 10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는 고려청자와 과학 기술의 융합으로 탄생한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이 있다. 반응형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꾸민 이곳에서는 손으로 만지고 발로 밟으며 놀이하듯 고려청자에 대해 배운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인피니티 미러 존(Infinity Mirror Zone). 바닥과 네 면의 벽, 천장으로 이루어진 여섯 면이 모두 거울로 되어 있고, 청자 조형물이 중심을 차지한다. 가느다란 실 커튼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서면 원색의 화려한 LED 조명이 사방을 비춰 무한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박물관 2층에는 고려청자를 주제로 한 실내 놀이터, ‘플레이! 셀라돈’이 있다.
주소 전남 강진군 대구면 청자촌길 33


제53회 강진청자축제
2월 22일부터 3월 3일까지 10일간 강진군 대구면 고려청자 요지 일원에서 제53회 강진청자축제가 열린다. 청자 빚기, 화목 가마 불 지피기 등이 펼쳐져 고려청자 제작 과정을 체험하고 만족스러운 가격에 청자를 구매할 수도 있다. 이 밖에 놀이 요소가 가미된 어린이 싱어롱 쇼, 봄 내음 가득한 나물 캐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www.gangjin.go.kr
전라병영성 따라
500년 전으로 시간 여행


금강천을 건너 성자산 쪽으로 가다 보면 잎을 떨군 은행나무 너머로 다부지게 쌓은 성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성곽길. 안으로 들어가 돌로 쌓은 계단을 오르면 마을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도 남을 크기의 공간이 나타난다. 총면적 9만 3139제곱미터, 총길이 1060미터, 높이 3.5미터.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 성곽은 바로 전라병영성이다. 조선 태종 17년(1417년)에 설치되어 고종 32년(1895년)까지 조선조 500년 동안 전라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 총지휘부다. 병마절도사가 머무는 조선 시대 서남부 지역의 군사 본부였던 것. 전국적으로 병영과 관련된 성곽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양호한 전라병영성은 도성, 읍성과 달리 성 내부에 군사시설만 있는 군영성이다. 그 역사적 의미와 쓰임에 걸맞게 성곽의 위용은 놀라움 그 자체. 성곽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동서남북으로 거대한 문이 설치되어 있고, 북문과 동문 사이에는 활터가 자리한다. 1998년부터 복원 작업이 시작되어 남문과 동문은 완료되었고, 서문은 진행 중이다. 동문 건너편에는 우리나라를 서양에 최초로 알린 ‘헨드릭 헤멜’을 기리는 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이 있다.
주소 전남 강진군 병영성로 180


제28회 전라병영성축제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전라병영성 내에서 제28회 전라병영성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조선조 500년 역사를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축제. 호패 만들기 체험, 옛날 감옥 체험, 짚신 신고 성곽 둘러보기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www.gangjin.go.kr
옛 양곡 창고의 화려한 변신
백금포 문화곳간 1933


2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휴게 공간.
탐진강 물줄기가 강진만으로 흘러드는 백금포는 일제강점기에 육지의 산물을 실어 나르는 포구였다. 당시 쌀 집산지였던 강진, 백금포에는 자연스럽게 벼를 쌓아 보관하는 대규모 양곡 창고가 들어섰다. 그로부터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백금포에 설치된 양곡 창고는 쓰임을 잃은 채 텅 빈 건물로 남았다. 바로 이곳이 깜짝 놀랄 문화 놀이터로 변모했다. ‘백금포 문화곳간 1933’은 총 3개의 미디어아트 체험 공간으로 꾸며진다. 그중 첫 번째 방은 ‘황금 들녘’. 볍씨 한 알이 황금 들녘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시작으로 강진의 자연을 상상 속 판타지의 세계로 재해석했다. 쌀 폭포와 동백꽃 호수, 환상의 숲과 바다,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데, 발로 밟고 손으로 만지면 폭죽이 터지고 볍씨가 모아지기도 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두 번째 방은 ‘강진 오솔길’. 사방이 거울이고 하늘하늘한 천이 길게 늘어진 방에 들어서면, 순간 아찔한 낯섦과 함께 마치 무릉도원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세 번째 방은 ‘강진 만찬’. 싱그러운 과일과 색색의 쌈채소가 어우러진 물길 등 자연의 선물로 차린 강진의 만찬이 거울로 둘러싸인 만화경 안에 펼쳐진다. 백금포 문화곳간 1933은 올봄에 문을 열 예정. SNS의 핫 스폿으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주소 전남 강진군 백금포길 28


4 ‘백금포문화곳간 1933’ 옆 창고에선 지금도 쌀 수매가 이루어진다.
진짜? 진짜!
누구라도 반값 강진여행


2 은빛 윤슬이 반짝이는 마량항의 오후.
1인분에 5만 원인 한정식은 부담스럽지만, 2만 5000원이라면 결정이 빨라진다. 1박에 10만 원짜리 숙박 시설은 망설여지지만, 5만 원이라면 주저하는 사이 예약이 차버릴까 봐 마음이 급해진다. 강진군에서 기획한 ‘누구라도 반값 강진여행’은 여행자의 이런 마음을 십분 헤아린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강진을 여행하며 최대 20만 원까지, 여행비의 절반을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강진에 있는 숙소, 음식점, 카페, 기념품 숍, 박물관 등에서 쓴 비용의 절반을 여행이 끝난 후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는 것이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여행 당일까지 ‘강진반값’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여행 후에는 강진을 여행하며 찍은 관광지 인증 사진과 5만 원 이상 소비한 영수증을 홈페이지를 통해 제출하면, 당일 바로 정산해 준다. 강진사랑상품권은 강진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어 맛있는 음식을 사 먹거나 여행하며 눈여겨봐 둔 물건을 살 때도 유용하다. 강진군의 온라인 쇼핑몰 ‘초록믿음강진’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사용처는 지역 상품권 애플리케이션 ‘착(chak)’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 ‘강진 푸소’ 팻말이 달린 집에서 한옥 민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 병영마을의 명물, 병영돼지불고기.
누구라도 반값 강진여행, 어떻게 이용할까?
‘강진반값’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참여할 수 있다. 지원 내용과 조건 등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고, 사전 신청·정산도 이 사이트를 통해 가능하다. 강진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강진군 직거래 쇼핑몰 ‘초록믿음강진’으로 바로 연결된다. 사용처는 지역 상품권 애플리케이션 ‘착(chak)’에 안내되어 있다.
홈페이지 www.gangjintour.com
여행의 질을 높이고, 마음의 거리를 좁히다

누구라도 반값 강진여행을 알았으니 마음의 부담을 절반은 덜어 낸 셈. 이제 강진으로 출발할 일만 남았다. 이 계절에 강진에서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강진만생태공원. 탐진강의 열린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강진만은 갈대 군락지가 펼쳐지고, 청정 갯벌이 살아 숨 쉬어 매년 멸종위기종 2급 큰고니 2500여 마리가 찾아든다.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에 맞춰 가면 큰고니와 저어새, 청둥오리 등이 구름처럼 몰려와 갯벌에서 노니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전라병영성과 병영마을 돌담길 산책도 필수 코스. 이 동네에서 출출해진 배를 채우려면 야들야들한 돼지고기를 연탄불에 구워 주는 병영돼지불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 해가 진 후엔 달빛한옥마을로 향할 것. 아름다운 한옥 숙소 10여 곳에서 숙박 프로그램 ‘푸소(FUSO)’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이 띄였다면 마량항에 가 볼 것을 추천한다. 강진군수협 위판장에서 매일 아침 경매가 열리는데, 경매사가 중얼중얼 주문을 외듯 낙지며 문어를 경매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주변 식당에서 싱싱한 회를 먹고, 가게 주인이 직접 널어 말린 건어물을 구매하는 것도 좋다. 월출산을 바라보며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이한영차문화원 백운차실로 향하자. 다산 정약용의 제자 이시헌 선생의 후손이자 한국 최초의 차 브랜드 ‘백운옥판차’를 만든 이한영의 고손녀 이현정 원장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백운옥판차 한 잔에 수제 약과와 양갱을 곁들이면 강진에 하루 더 묵고 싶어진다.




4 백운차실의 백운옥판차. 5 백운옥판차에 수제 디저트를 곁들인 한 상 차림.
INTERVIEW

백경자 과장
‘누구라도 반값 강진여행’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여행객의 경비 부담을 줄이고, 생활 인구를 유입해 지방 소멸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전국 최초로 여행비 반값 지원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반값여행의 성과가 궁금해요.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여행객이 25퍼센트 증가하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반값여행 참여자가 사용한 정산금(강진사랑상품권) 총액은 58억 5000만 원에 이릅니다. 이를 통해 강진 관내 1812개 업체 모두 반값여행의 혜택을 누렸습니다.
덕분에 축제를 즐기신 분이 많았겠습니다. 맞습니다. ‘강진청자축제’ ‘전라병영성축제’ ‘강진수국길축제’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 등 강진의 주요 축제에 오신 분이 65만여 명에 이릅니다. 지역 축제와 연계를 강화해 생활 인구 확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결과입니다.
1월에 강진을 찾는 분들에게 여행 팁을 부탁드려요. 다산초당과 백련사에서 사색을 즐기고, 강진만생태공원에선 겨울 철새들의 군무를 감상하세요. 가우도 정상, 높이 25미터의 청자타워에 오르면 강진만이 한눈에 들어오는데요, 이곳에서 집트랙을 타면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강진의 대표 음식인 한정식은 어딜 가나 만족하실 겁니다. 마량항에서 참돔·광어·숭어 등 싱싱한 겨울 생선을 맛보고, 부드러우면서 기름기가 적은 병영돼지불고기도 꼭 먹어 보시길 바랍니다.
Four Joyful
Experiences in Gangjin
Gangjin Celadon Festival, Jeolla Naval Fortress Festival, Baekgeumpo Culture Warehouse 1933, and even half-priced trips—here’s why Gangjin should be on your travel list this year.
The 53rd Gangjin Celadon Festival

Gangjin is home to Goryeo celadon with a 500-year legacy. Over 80% of Korea’s national treasures and relic-grade celadon originate from here, and of the 400 ancient kiln sites discovered nationwide, more than 200 are in Gangjin. To explore this rich history, head to the Goryeo Celadon Museum in Daegu-myeon. The museum offers miniatures depicting celadon production, exhibits on transport ships, and inlaid celadon-making techniques. Key artifacts are displayed by era, giving visitors a comprehensive understanding of this traditional craft. Nearby, the Goryeo Celadon Digital Museum combines celadon heritage with cutting-edge technology. The media art space offers interactive learning experiences, while its second floor features Play! Celadon, a celadon-themed indoor playground. From February 22 to March 3, the 53rd Gangjin Celadon Festival will take place near the historic kiln sites of Daegu-myeon. Visitors can try their hand at celadon crafting, firing traditional wood kilns, and participating in half-price celadon auctions. Other fun activities include a children’s singalong show, foraging for spring greens, and admiring the fields of blooming rapeseed flowers.
Homepage www.gangjin.go.kr
Baekgeumpo Culture Warehouse 1933
A new cultural space in Gangjin, Baekgeumpo Culture Warehouse 1933, is set to open this spring.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Baekgeumpo served as an ideal port for transporting goods from the mainland. Gangjin, a major rice collection site at the time, naturally became home to large-scale grain depots, including those at Baekgeumpo. Nearly a century later, these depots have lost their original purpose, standing empty and unused—until now. This location has been transformed into an exciting cultural playground. Baekgeumpo Culture Warehouse 1933 features three exhibition halls brought to life with media art. The first hall, titled Golden Fields, is an interactive media experience reinterpreting Gangjin’s natural landscapes through the lens of fantasy. It begins with a single grain of rice transforming into a golden field. The second hall, Gangjin Forest Trail, is an enchanting mirrored room draped with delicate, flowing fabric. Visitors stepping into this space are greeted with a dizzying sense of unfamiliarity, as if transported to a mythical utopia. The third hall, Gangjin Banquet, presents a feast of Gangjin’s natural bounty within a kaleidoscope of mirrors. Baekgeumpo Culture Warehouse 1933 is sure to become the next Instagram hotspot once it opens in March.



The 28th Jeolla Naval Fortress Festival

The Jeolla Naval Fortress was established in the 17th year of King Taejong’s reign (1417) and served as the supreme headquarters of the Joseon Dynasty’s army for 500 years, overseeing 53 provinces and six outposts, including Jeolla-do and Jeju Island, until the 32nd year of King Gojong’s reign (1895). It was the military headquarters for the southwestern region during the Joseon era, where the commander-in-chief resided. Among the nation’s fortress walls associated with military camps, the Jeolla Naval Fortress is the best-preserved. Walking along its rectangular fortress path, you’ll encounter massive gates on all four sides—east, west, south, and north—and even see an archery range between the northern and eastern gates. Although the original buildings and relics have been lost, the fortress walls remain remarkably intact. Restoration efforts began in 1998, with the southern gate (Jinnamru) and eastern gate completed, while restoration of the western gate is still ongoing. From March 28 to 30, the 28th Jeolla Naval Fortress Festival invites visitors to experience this historic landmark. Activities include making traditional ID tags (hopae), visiting a recreated historical prison, and exploring the fortress in straw sandals. The highlight is a guided fortress tour led by cultural interpreters, who bring the site’s 500-year history to life.
Homepage www.gangjin.go.kr
Gangjin Half-Price Travel Program
Perhaps the most enticing reason to visit Gangjin is the Gangjin Half-Price Travel Program. This initiative reimburses 50% of your travel expenses in Gangjin in the form of Gangjin Sarang Gift Certificates, which can be used as cash within the region. Accommodations, restaurants, cafes, souvenir shops, museums, and activity programs are all eligible for this benefit. For example, if you spend KRW 100,000 on your trip, you’ll receive KRW 50,000 back in gift certificates. Participation is simple. Visit the Half-Price Travel website before your trip and register by entering your travel dates, personal details, and proof of residency outside Gangjin (e.g., an ID or resident registration certificate). After your trip, submit your receipts, spending details, and photos of the places you visited for reimbursement. Check the regional gift certificate app Chak for more information on participating locations, or visit Gangjin’s online shopping mall, Green Trust Gangjin.
Homepage Gangjin Half-Price Travel | www.gangjintour.com / Green Trust Gangjin | greeng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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