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노윤서의 첫 영화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 분)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분),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 분)의 청량한 진심을 담은 이야기다. 동명의 원작인 <청설>은 2010년 극장 개봉한 대만 영화로 첫사랑 영화의 바이블로 여겨져온 작품. 14년 만에 국내에서 리메이크되는 셈이다.
극 중 노윤서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생계를 꾸려가는 생활력 갑인 여름을 연 기했다. 수영 선수인 동생 가을의 뒷바라지를 도맡아 하며 반복되던 일상에 지쳐 갈 때쯤 우연히 용준이 등장하고, 점점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진다. 노윤서는 드라마와 OTT에서 활발히 활약하며 Z세대를 대표하는 라이징 스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20세기 소녀>,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일타 스캔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여왔다.
처음으로 스크린에 도전했다.
새로운 경험이라 신기한 게 많다. 즐기면서 하고 있다. 기분이 좋긴 하지만 너무 들떠 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차분히 잘해보자 싶다. 데뷔 2년 차에 스크린 주연을 맡았다. 데뷔 초부터 내로라하는 선배님들에게 배운 게 많다. 인복도 많았고 운이 좋았다. 그래서 소중하고 감사하다.
<창설>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뭔가?
시나리오를 보고 ‘예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용준이가 여름이를 향해 다가오는 순수하고 진심 어린 행동들과 그걸 천천히 받아들이는 여름이, 그리고 응원하는 가을이의 모습에 울림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울리는 대본의 힘이 컸다.
20대 배우로서 20대 로맨스를 연기한 소감도 궁금하다.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연기이지 않나.
말투를 바꾸거나 어려 보이게 하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 귀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정통 로맨스가 극장가에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여름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해석했나?
자기가 살아온 배경 외에는 관계에 있어 방어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진실되게 다가와주는 용준에게도 천천히 마음을 연다. 동생인 가을이와의 관계에서도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 반대로 어쩌면 자기 생각에 갇혀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여름이가 어떻게 살아왔을지 상상하며 연기했다.
여름이가 이해됐나?
여름이는 열심히 살지만 꿈이 명확하지는 않다. 동생인 가을이를 챙기다 보니 그게 자기 꿈 혹은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생각을 못 하는 것일 뿐이지 경험을 많이 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나역시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시기엔 꿈을 못 찾고 있는 청춘이 많다. 그래서 오히려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여름이와 나이 외에 비슷한 점이 있나?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웃음) 나도 내가해야 할 일은 열심히 하는 편이다. 근데 여름이만큼 부지런하지는 않다.(웃음) 여름이는 동생인 가을이까지 챙기기 바쁜데 나는 동생을 잘 챙기지 못했다. 미대 입시부터 연기자로 데뷔하기까지 나 챙기기도 바빴다. 요즘도 쉬는 날이면 집에 누워 있기 바쁘다. 그런 면에서 여름이는 너무 착한 친구다.
연기할 때 대화 없이 수화로 화면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어땠나?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배경으로 깔린 음악이 너무 기대가 됐다. 음악만큼이나 현장의 사운드도 중요했다. 물이 손에 닿는 소리,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영화에 잘 담겨 있다. 그런 부분을 관객 여러분도 느끼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노윤서 하면 미소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역할을 할 때도 내 본연의 미소를 그대로 보여주자 싶었다. 이런(정통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나? 영화 <클래식>도 네 번이나 봤다. 좋아한다.
홍경 배우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대화를 많이 했다. 그만큼 다양한 시도를 했다. 로맨스이니만큼 간질간질한 장면들도 잘 살려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대화를 많이 해서인지 현장에서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촬영했다.
사실 노윤서 하면 퍼스널 컬러가 ‘교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생 역할의 최강자였다. 최근 도전한 성인 연기도 어색함 없이 잘해내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보고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시더라. “새롭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실 나는 그런 반응이 오히려 낯설었다. 성인이 된 지도 꽤 됐고 내 모습을 알고 있어서인지 새롭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동안 학생 역할만 부각됐나 싶기도 하더라. 앞으로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러고 보면 최근 몇 년간 인생이 바뀌었다. 지금 어느 출발점에 서 있는지도, 앞으로의 포부도 궁금하다.
이번 영화의 키워드가 ‘처음’과 관련된 것이 많다. 첫사랑에 대한 스토리이고, 나의 첫 영화 출연이다. 그래서인지 앞으로도 이 작품이 끊임없이 생각날 것 같다. 다양하고 재미있게 일을 해보고 싶다. 좀 더 내공이 쌓이면 악역도 해보고 싶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20세기 소녀>로 데뷔했다. 그때와 달라진 것도 많을 것 같다.
그때 넷플릭스 시스템을 처음 알았다. 현장 애티튜드를 비롯해 배운 게 너무 많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때는 모든 게 다 처음이어서 카메라 용어조차 몰랐다. 그래서 스태프들이 많이 배려해주셨다. 이제 조금씩 시스템도 알게되고,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 것 같다. 그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첫사랑’ 계보를 잇는 영화들이 있다. 이 작품은 어떤 영화로 남았으면 하나?
음성 대사가 많이 없는 만큼 예쁜 소리를 들으며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로 인해 배우들의 표정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훗날 설렘 가득했던, 소리가 예쁜 첫사랑 영화로 두고두고 언급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