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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들의 천국,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모티브

건축과 가구,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빠지지 않는 곳. 권혜리 대혜건축 사장이 디자이너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투어 후기를 공개한다.

On November 13, 2024

Fire Station by Zaha Hadid

위기를 창조의 기회로

스위스 출신뿐만 아니라 동서양 건축가의 다양한 건축물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 바야흐로 1981년으로 거슬러간 대형 화재다. 만약에 비트라 공장이 불에 타지 않았더라면, 주변에 소방서가 가까이 있었더라면 아마도 이런 혁신적인 시도는 좀 더 느리게 행동으로 옮겨졌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비트라 공장 자체적으로 직접 진화 작업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소방서를 짓기 위해 멀리 중동에서 온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을 담당하게 됐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보이는 동글동글한 형태의 부드러우면서도 우주선 같기도 한 최근 형태와는 사뭇 다르게 자하 하디드의 초기 작품인 비트라 소방서는 날카로운 각도의 콘크리트 조각이 모여 마치 대서양 항해를 떠나는 대형 선박을 연상시키는 건물이 완성됐다.

내부 공간은 화장실에만 문이 있고 다른 곳엔 문이 없는 오픈 공간을 구성해 사건 발생 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최소화한 평면 계획이 인상적이었다. 8시간씩 교대 인력이 출퇴근하며 근무하는 조건 때문에 별도의 숙직실이나 간이침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소방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형 식탁이 있는 공용 공간은 2층에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이 소방서가 완공되고 1년 뒤 비트라 공장이 속해 있는 마을에 주민이 많아져 도시 전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큰 소방서가 새로 생기면서 이 건물은 화재 진압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하지만 지금도 전시회나 큰 행사가 있을 때 소방차를 세워두던 주차장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3 / 10

 

Schaudepot by herzogdemeuron

컬렉터의 고집과 가치 투자

엄청난 컬렉션으로 대규모 가구 수장고였던 샤우데포에서는 감탄을 계속하며 전시장을 돌아봤다. 비비드한 색감을 지닌 화려한 가구들의 조화로운 전시도 부러웠지만, 가구 작가별로 작품을 선별해놓은 걸 보면서 컬렉터의 한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 있는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컬렉션도 부러웠다. 지하 공간도 오픈형 수장고로,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컬렉터의 끈기 있는 수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건축도 인상적이었는데, 기존 건물의 재료인 브릭을 그대로 사용하되 단면을 오픈하고 각도를 돌려 컬러는 같지만 전혀 새로운 질감의 건물을 증축했다. 역시 헤르조그&드 뫼롱은 생각의 전환으로 익숙한 듯 새로운 형태를 구현하는 천재임에 분명하다는 확신이 드는 지점이었다.

Factory Building by Alvaro Siza

사용자에 대한 배려

1994년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벽돌 건물은 다른 건물들에 비해 튀지 않는다. 하지만 이 건물이 특별한 이유는 물류 이동 시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배려한 곡선형 브리지 지붕 때문이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옆 건물인 자하 하디드의 소방서에서도 충분히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높이인데, 비나 눈이 오면 자동으로 높이가 낮아져 완성된 제품이 이동할 때 비를 맞지 않도록 물류 차량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아르텍 전시의 모티브가 됐던 의자 탑을 지나 사무실로 들어서니 나타나는
높은 층고의 쾌적한 공간이 가장 부럽게 느껴졌다.
고객의 입장이 돼 연구하는 사무실은 바로 이런 곳이구나 싶었다.”

Factory Building by Nicholas Grimshaw

시간을 디자인하는 건축

1981년 니콜라스 그림쇼가 비트라 캠퍼스에 처음 지은 건물은 공장이었다. 조립식 패널을 사용해 빠르게 건축 공사를 진행시킬 수 있었는데, 대화재 이후 6개월 만에 완성했다. 알루미늄 패널로 만든 수평 줄무늬의 건물은 2개의 쇼룸과 36개의 생산 라인을 품고 있다.

Factory Building by SANNA

소재에 대한 탐구 / SANAA

2010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SANAA는 일본의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와 니시자와 류에의 건축사무소로 비트라 캠퍼스였던 공장 건물의 설계를 의뢰받았다. 이 건물은 겉으로 보기엔 원형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서로 연결된 2개의 반원형 구조를 가지고 있어 공사하는 중에도 다른 반원 안에서는 생산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 또한 전 세계로 수출하는 비트라 제품들을 보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 2가지 숙제를 해결하고자 신소재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면서 미관상으로도 뒤처지지 않도록 외관을 마치 공연장 무대를 커튼으로 둘러싸는 것 같은 형태로 완성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권혜리

인테리어 디자이너 권혜리

@hyeree_kwon
대혜건축 신사업개발본부 사장.
6년간 이탈리아에서 건축&가구 디자인을 공부하고, 16년째 인테리어 전문 회사 대혜건축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끌며 맹활약 중이다. 대혜건축은 2010년부터 삼성 래미안 설계사로 등록돼 아파트 설계에 특화된 팀이 별도로 있고, 에테르노 청담 등 고급 주거 공간에 탁월한 노하우를 가진 대표 기업. 홍익대, 건국대 등 현장 실습과 특강을 통해 학생들의 실무 경험을 쌓는 일에 힘쓰고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서지아
권혜리(인테리어 디자이너)
사진
권혜리
2024년 11월호
2024년 11월호
에디터
서지아
권혜리(인테리어 디자이너)
사진
권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