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가는 곳에 슬픔도 가야지.”
“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
“난 널 알아, 슬픔아. 넌 강해.”
“지금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가 중요해.”
- <인사이드 아웃 2> 대사 중
‘불안’의 재발견, 어른을 울린 <인사이드 아웃 2>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는 국내 누적 관객 수 800만 명을 넘어서며 여전히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인사이드 아웃 2>는 13살이 된 주인공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매일 바쁘게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를 운영하는 다양한 감정의 에피소드로 전개된다. 라일리의 감정 원정 멤버인 ‘기쁨’, ‘슬픔’, ‘까칠’, ‘소심’ 외에 청소년기를 맞으며 느끼게 되는 낯선 감정인 ‘불안’, ‘따분’, ‘당황’, ‘부럽’의 새로운 감정 등장으로 주인공이 겪는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가 이번 시즌 관전 포인트. 특히 새로 생긴 감정 중 주목 할 만한 감정이 있는데, 바로 ‘불안’이다. 극 중 라일리로 하여금 초조, 슬픔은 물론 더 나아가 무리한 선택까지 하게 만드는 감정으로 작용하지만, ‘불안이’를 마냥 미워만 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존재한다. 혹시 몰라서 여러 상황을 대비하는 모습, 그저 잘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한 시도를 하며 일을 그르치는 모습, 무력한 현실 앞에서 버거워하는 모습, 또 불안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 미소 짓고 있는 불안이의 모습 속에서 뜻밖의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 불안이라는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내 안의 감정들을 오롯이 인정하는 뜻밖의 성숙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감정은 유의미하다
우리는 평소 내 안의 ‘감정’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표현하며 살고 있을까? 감정을 크게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등 좋고 싫고 정도로만 뭉뚱그려 표현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자. 우리에게는 기쁨과 슬픔은 물론 불안과 초조, 설렘, 행복, 부럽, 당황, 따분 등 수많은 감정이 실타래처럼 오고 간다.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뒀던 ‘불안’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 안쓰럽고 미안해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오고 가는 감정들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내면 깊은 곳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감정’을 통해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아냈을 때 라일리처럼 좀 더 성숙한 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 <감정 어휘>를 쓴 유선경 작가는 “제대로 사는 삶이란 긍정적인 감정만 골라서 느끼는 게 아니라 모든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며 그에 대한 반응이 이전보다 성숙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으며 모든 감정은 유의미하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오랫동안 ‘감정’을 깊숙이 파묻고 ‘이성’이라는 널빤지로 못을 쳐놓고 살았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버려야 한다고까지 세뇌받았다. 감정은 숨기고 다스리고 제어해야 할 작은 악마 같은 취급을 받았다. 이러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자기 삶의 나침반이다. 자신의 감정을 ‘좋다’, ‘싫다’, ‘나쁘다’ 정도로 뭉뚱그리지 않고 기쁨, 슬픔, 분노, 증오, 불안, 기대, 신뢰, 놀람 등으로 구별하고 그에 알맞은 어휘를 붙여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후련해진다. 각각의 감정은 내 인생의 징후이며 각기 다른 해석과 해결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 <감정 어휘>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