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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가 전하는 1%의 다른 말, 쉬운 단어를 선택하라

‘끌리는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렵지 않다. 듣기 편하다. 아무리 복잡한 내용이라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같은 말도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단어들로 표현한다.

On August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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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것은 싫어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한 것 이외의 에너지를 쓰는 걸 싫어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물가 상승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고 가정해보자. “소비자물가지수가 10% 상승했습니다”라는 말과 “요즘 사과가 금값이야. 1개에 5,000원이래”라는 말 중 어떤 표현이 더 끌리는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왜? 어렵지 않으니까 대화에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에 전자는 쉽게 들리지 않는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어떤 지표이지?’, ‘10% 올랐다면 물가가 어느 정도 오른 거지?’라고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 에너지를 쓰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대화가 이어지면 우리의 뇌는 신호를 보낸다. ‘힘들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어. 더 듣고 싶지 않다’라고 인지하는 것이다. 이를 ‘인지적 구두쇠’ 상태라고 한다. ‘머리를 더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기는 것. 이와 달리 “요즘 사과가 1개에 5,000원이야”처럼 듣는 대로 그냥 이해가 다 돼버리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부담이 없다. 그러니 우리가 쉽게 말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공영방송의 시청 연령 기준이 12세로 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가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라면, 어른이 듣기에는 너무나 쉽게 들릴 테니 말이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은 절대 어렵지 않다. 이해하기 쉽고 편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듣는 사람이 ‘무엇을 기억하는가’이다. 기억하기 쉬운 말일수록 사람들은 끌린다.

쉽게 말하기! ‘단어’부터 바꿔보자

내가 자주 쓰는 단어가 상대방이 듣기에 어려운 단어는 아닌지 살펴보자. 혹시 나에게만 익숙한 전문용어나 한자어는 아닌가? 아니면, 내가 좀 더 똑똑하고 멋있어 보이기 위한 단어들을 선택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하기 편한 단어’가 아닌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선택하는 것부터가 ‘끌리는 말하기’의 시작이다.

“요즘 사과가 금값이야. 1개에 5,000원이래”라는 표현을 다시 살펴보자. 이 말을 듣자마자 이해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과 1개에 5,000원’이라는 구체적인 단어를 통해 상황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구매하던 사과값이 1,000원이라면, 5배로 값이 올랐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렇게 구체적인 예시나 단어의 선택은 이해의 수준을 확 높여준다. 반면에 “소비자물가지수가 10% 상승했습니다”라는 말은 어떤가? 같은 말이라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즉 듣는 사람이 ‘유추해야’ 하는 단어보다 ‘상황을 직접 그려볼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쉽다.

전문용어보다 일상어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물가지수’라는 말보다 ‘사과가 금값’이라는 말이 더 쉽게 들리지 않는가. 전문용어와 한자어를 아예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듣는 사람에 따라 이해도가 다르므로 전문용어나 한자어를 꼭 써야 한다면 개념을 정리해주는 설명이 동반되는 것이 좋다.

‘아이에게 설명’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젓가락질하는 법을 설명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준비할까? ‘이 말이 어떻게 들릴까?’,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라며 분명 더 쉬운 표현을 고민할 것이다. 그 마음을 기억하자. ‘어떻게 말할지’보다 ‘어떻게 들릴지’를 고민하자.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야지’라는 마음만 가져도 내가 선택하는 단어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말하기도 기술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연습하면 말을 더 잘할 수 있다. 쉬운 말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아나운서 김미영 (@___myana)

아나운서 김미영 (@___myana)

JTBC Golf 출신의 14년 차 프리랜스 아나운서이자 주주총회 전문 사회자.
(사)한국프레젠터협회 이사.

CREDIT INFO
에디터
서지아
김미영(아나운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미영 제공
2024년 08월호
2024년 08월호
에디터
서지아
김미영(아나운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미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