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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칼럼니스트 조용헌 교수가 전하는 말하는 '내공'

크고 작은 고통이 연속되는 삶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막막한 현실에 직언을 날리는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조용헌 교수의 조언.

On August 16, 2024

피, 땀, 눈물을 흘려라

내공은 인생의 풍파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단단하게 견뎌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공을 쌓아 뚝심 있는 존재로 거듭나길 바란다. 자기 계발 서적은 물론 심신을 주제로 하는 힐링 서적에도 내공은 단골 키워드로 등장한다. 내공은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 같은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마음이 단련된 상태라면 골몰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반면, 유약한 마음가짐으론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는 마음의 힘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온 이가 있다. 20년 이상 조선일보에 칼럼 ‘조용헌 살롱’을 연재하며 분야를 막론하고 직언, 직필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조용헌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다. 조용헌 교수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철학, 종교 등을 망라하는 키워드에 남다른 통찰력을 얹어 ‘시대의 지성인’으로 불리는 주인공이다. 유불선을 비롯한 동양 사상, 동서양 고전과 역사서 등을 섭렵한 이야기꾼이자 저술가로 불리는 조용헌 교수는 촌철살인 화법으로 일침을 가해 ‘괴짜 도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정계와 재계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도 조용헌이라는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20살부터 지금까지 약 40년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궁구해온 조용헌 교수에게 내공을 쌓는 지혜와 잘 사는 방법을 물었다.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선 내공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내공이란 고생을 견디는 힘을 말합니다. 인생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풍파를 견디고 버텨낼 수 있는 힘이죠. 인간사의 시련을 분해해보면 쉬운 말로 감방, 부도, 이혼, 암까지 4대 과목이 있어요. 보통 장기간 재판을 받으면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져요. 그 과정에서 병을 얻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내공이 힘을 발휘합니다.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체득하긴 어려운 거 같아요.
환경적인 변화 때문입니다. 특히 현시대에선 자연과 사회를 직접적으로 체험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우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메시지, 채팅으로 인간관계를 맺어요. 실질적으로 내공을 쌓는 데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에요.

일상에서 내공을 쌓는 방법을 전하면요?
피, 땀, 눈물. 이 3가지 액체를 바가지로 흘리면 자연스럽게 내공이 쌓여요. 고통을 겪고 인생이 완전한 제로베이스가 되면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이 생겨요. 예수의 삶이 그래요. 마구간에서 태어났다는 건 완전한 밑바닥 출신임을 의미해요. 공자도,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 선생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피와 살을 에는 각고를 겪은 뒤에 성인으로 거듭납니다. 아이비리그가 생긴 이후 성인이 탄생하지 않아요. 세상이 정해준 루틴에 따라 안정적으로 살기 때문이에요. 그냥 배워지는 것은 없습니다. 특히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내공은 그 값을 치러야 해요.

이 밖에도 신간 <조용헌의 내공>을 통해 ‘독만권서 행만리로(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하는 것)’가 내공 단련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1만 권의 책을 읽는 건 2,000년 이상 전해 내려오는 마음 수련법이에요. 과거의 현인들이 쓴 역사책은 판례집이에요. 과거에 어떤 일이 발생했고, 그 일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세세하게 나와 있어요. 이를 통해 간접적 경험과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즉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현재 내 인생에 드리운 문제를 상담받는 것이 ‘독만권서’예요. ‘행만리로’는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얻는 경험치를 의미해요.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광경, 상황과 직면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음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내공이 생겨요. 여행은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인생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그만큼 마음이 단단해져요.

‘소금’과 ‘충고’는 상대가 요청하기 전에 건네지 마세요.
물어보지 않는 말을 하는 것,
물어보지 않고 마음대로 말하는 것 모두 경계해야 합니다.

인간사에 공짜는 없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삶과 고통을 떼어놓을 수 없는 이유는 뭘까요?
색계에 대한 집착이 고통을 불러일으켜요.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갖고 있지만, 욕망을 주도할 줄 알아야 해요. 여기에 함몰되거나 사로잡혀 끌려다니면 인생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돼요. 욕망은 눈, 귀, 코, 입 등 모든 감각기관으로 들어와요. 대표적으로 인간은 사회적 인정 욕구와 생물학적 욕구를 가지고 있어요. 사회적 인정 욕구는 명품으로 자신을 치장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에요. 생물학적 욕구는 식과 색을 향한 욕망입니다. 누구나 음식과 이성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요. 어떤 욕구든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욕망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해요.
삶의 지혜가 필요해요. 역사적인 장소에서의 여행이 효과적입니다. 과거 인도에 갔던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중국에서 도사 지망생이 거쳐야 하는 커리큘럼 가운데 ‘표주’라는 과목이 있어요. 3년가량 돈을 지니지 않고 빈손으로 천하를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겁니다.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여행하면 유람이 되지만, 돈 없이 여행하면 공부가 돼요. 보다 다양한 사람과 섞여 생활해보고, 얻어먹고 빌어먹는 경험을 해보는 거죠. 눈에 보이는 것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공부가 됩니다.

고통에 골몰하지 않기 위해선 어떤 덕목을 길러야 할까요?
내 사람이 필요해요.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나를 껴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고통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어요. 고로 평소에 덕을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사에 공짜는 없어요.(웃음) 타인에게 베푼 만큼 돌아오게 돼 있어요. 덕을 쌓아 곁에 사람을 두는 게 재산이에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조언해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해요. 50대에 접어들었을 때 일종의 미니 결산서를 확인할 수 있어요. 자신이 50세 이전까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인생이 달라져요. 물질적·심리적으로 베풀고 산 사람은 주변이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베풀 줄 아는 사람의 특징을 꼽으면요?
아끼지 않고 성의를 표현합니다. 돈이 많다고 돈을 잘 쓰는 게 아니고, 마음이 넓다고 마음을 잘 쓰는 게 아니에요. 아끼는 방법은 배우는 데 정작 쓰는 방법은 교육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크기에 상관없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손에 쥐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언젠가는 다 돌아오게 돼 있어요. 그게 세상 이치입니다.


따로따로 둘인 것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둘이 아니라는 뜻의 ‘불이문(不二門)’. 탄생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은 알고 보면 상반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탄생이 있으면 곧 죽음이 있으며, 아름다움과 추함은 한 끗 차이다. 마치 오른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왼손에 무리가 생기듯 상대적이고 차별적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은 결국 평등한 진리를 가진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조용헌 교수는 불이문을 바탕으로 실패와 고통, 풍파 등 각종 고난을 공포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 성숙해지는 발판으로 삼는 게 인생에 이롭다는 것이다. 작은 실패조차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사회에 필요한 직언이다.

취업 대신 귀농을 하는 등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회가 숙성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경쟁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에너지원이 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개개인의 입장에서 경쟁은 평화와는 먼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이렇다 보니 경쟁에서 벗어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청년층이 증가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더 이상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인 거죠.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아생연후살타’라는 바둑 용어가 있어요. 내 말이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후 상대방 말을 잡을 궁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삶에 대입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타인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맥락에서 청년들의 선택을 게으르다거나 회피하는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일부 기성세대는 청년층의 이탈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게 현실이죠.
어른으로서 그런 마음을 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웃음) 소금과 충고는 상대가 요청하기 전에 건네면 안 돼요. 물어보지 않는 말을 하는 것, 물어보지 않고 마음대로 말하는 것 모두 경계해야 합니다.

인간은 언제 성장한다고 생각하나요?
큰 기쁨과 슬픔, 고통 등 감정이 극대화될 때요. 무엇이 됐든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한 발자국 나아가면 성장한 거예요. 거창하게 생각할 게 아닙니다.(웃음)

조용헌 교수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뭔가요?
성공 자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국 사회에서 출세했다는 사람 가운데 행복한 이가 몇이나 됩니까? 비싼 땅에 건물 짓고 사는 사람 중에 수면제를 복용해야 잠드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삶이 무슨 의미겠어요.

3 / 10

조용헌 교수는…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교수 역임, 현재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 겸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40년간 스승, 도사, 고수들과 교류하며 유불선을 비롯해 동양 사상, 동서양 고전과 영사서 등을 섭렵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현대인의 고민을 간파, 그에 맞는 해결법을 제시하는 저술가로 통한다. 저서로는 <조용헌의 인생독법> <조용헌의 도사열전> <조용헌의 고수기행> <조용헌의 휴휴명당>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 <조용헌의 내공> 등이 있다.

조용헌 교수는…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교수 역임, 현재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 겸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40년간 스승, 도사, 고수들과 교류하며 유불선을 비롯해 동양 사상, 동서양 고전과 영사서 등을 섭렵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현대인의 고민을 간파, 그에 맞는 해결법을 제시하는 저술가로 통한다. 저서로는 <조용헌의 인생독법> <조용헌의 도사열전> <조용헌의 고수기행> <조용헌의 휴휴명당>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 <조용헌의 내공> 등이 있다.

예수도 부처도 삶이 팍팍했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따뜻한 차 한잔하세요.
인생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팔자 도망 못 간다

사주, 풍수, 주역 등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을 연구해온 조용헌 교수는 눈에 보이는 세계는 물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미신으로 여겨지는 영역이지만, 동양 사회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학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음양오행에 따라 이름을 짓고, 명당을 찾아 주거지를 택하고, 팔자를 점치고, 큰일을 치르기 전에 삼재와 액땜을 계산하는 행위는 익숙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팔자를 고칠 수 있나요?
옛말에 “팔자 도망 못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웃음) 운명에 저항하면 질질 끌려가고, 순응하면 업혀가는 법이에요. 인생은 방향이 난 곳으로 흘러가게 돼 있습니다. 어차피 흘러가는 인생, 어떻게 가느냐의 차이인 거죠. 정리하면 자신에게 닥친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게 없다는 겁니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요.

재물 또한 운명에 맡겨야 하는 영역인가요?(웃음)
큰 틀에서 보면 팔자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재물을 좇아 살아가는 건 무용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불교식으로 말하면 뒤로 넘어져도 돈이 있는 곳으로 넘어지는 팔자가 있습니다. 보통 선대가 많이 베풀면 후손에게 재물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재물이라는 것은 덕을 쌓고, 베풀어야 따라옵니다.

풍수와 관련해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을 꼽으면요?
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명당입니다. 통상 인간은 머리를 쓰면서 살아가는 동물인데, 물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식혀요. 그래서 명당을 꼽을 때마다 물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부동산 명당이라 불리는 한남동, 압구정동 모두 물길이 동네를 휘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다방면으로 이야기꾼이십니다.(웃음) ‘도사’라는 본인의 수식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사이비 도사예요. 금강불괴의 몸을 가지지 못했으니 진짜 도사라고 할 수 없죠.(웃음) 저는 문필가입니다. 30년 전 꿈에서 수염이 길게 늘어진 노인들이 제게 큰 붓을 쥐어줬어요. 그때부터 글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기독교로 말하면 계시, 샤머니즘으론 접신, 불교적으론 전생부터 글을 업으로 살았던 게 아닐까 싶어요.

분야를 막론하고 유명 인사들이 조용헌 교수를 찾아간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고민으로 찾아오나요?
빈부귀천에 관계없이 돈과 이성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하곤 해요. 어떤 고민이든 고(go)와 스톱(stop)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하냐고 묻습니다. 고민을 들으면서 삶은 평등하다는 생각을 해요. 각자 사는 대로 고민이 많으니 누군가를 부러워하거나 내 인생이 가장 고달프다고 여길 게 없습니다.

조용헌 교수의 고민은 뭔가요?
젊은 날 욕심대로 섭취해봐서 고민이나 더 바라는 게 없어요. 그토록 먹고 싶었던 수박도 원 없이 먹으면, 언제 원했냐는 듯 생각이 나지 않는 법이지요. 우여곡절을 겪으며 정도를 배웠습니다. 무엇이든 일정 수준 이상을 원하는 건, 문젯거리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슬럼프를 겪었던 때가 있나요?
저도 수업료를 내고 내공을 배운 겁니다.(웃음) 40대 초반에 공황장애로 고생했어요. 높은 데만 올라서면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들곤 했죠. 그때 30년 넘게 요가를 수련한 제주도의 석명 선생을 만났어요. 선생의 숙연한 태도를 배웠습니다. 모든 걸 꿰뚫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사시는 분이에요. 석명 선생에게 요가를 배우면서 기나긴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몸을 통제함으로써 마음을 통제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마음의 평화에 도달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도 요가로 마음을 수련하는지요?
요가 대신 하루에 1시간 30분씩 산책을 해요. 어떤 상태이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걸으면서 하는 것이 가장 건전하다는 저만의 해답을 찾았습니다. 1시간쯤 걸었을 때부터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해요. 그리고 1시간 30분에 달하기까지, 30분 사이에 생각의 기승전결을 모두 완성합니다.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요?
평화요. 내면과 외면, 즉 존재 자체가 평화로운 상태에 도달해야 잘 사는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 애쓰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요? “네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동방교의 좌우명이에요.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어요. 언젠가 내가 죽을 것을 염두에 두고 버킷 리스트를 써 내려간다면 내용이 달라질 겁니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이루는 것에 뜻이 사라지게 돼요.

결국 불필요한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60대에 접어들면서 젊은 날 세웠던 목표가 부질없음을 깨달았어요. 인간사에 죽자 사자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배운 거죠. 결국 저는 목표를 없애기 위해 공부했던 거 같아요. 그저 굶지 않고,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건강에 큰 문제가 없으면 행복한 인생 아니겠어요?

끝으로 인생에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이들에게 한마디 전하면요?
예수도 부처도 삶이 팍팍했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따뜻한 차 한잔하시면 좋겠습니다. 시끄러운 마음을 누르고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니까요.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취재
김태이(프리랜서)
사진
이대원
장소제공
인사동찻집
2024년 08월호
202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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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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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이(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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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찻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