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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가족도 한 세트

정치인들이 사생활 때문에 떨고 있다. 조국 장관을 비롯해 나경원, 장제원 등 소위 ‘힘 있는 부모’인 국회의원들의 자녀 문제가 여의도를 덮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이 유죄로 확정되면서 사실상 정치 인생이 끝나게 됐다.

On October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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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이어 장제원까지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논문 특혜 의혹에서 자유한국당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도 소위 '논문 품앗이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 평소 SNS로 '정의'를 부르짖다가 언행 불일치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조 장관과 같은 모양새다.

나 원내대표 아들에 대한 의혹은 조국 장관 딸과 똑같은 '연구 결과물 제1저자 게재 정당성' 의혹이다. 나 원내대표의 아들인 김 모 군은 해외 고교 재학 시절인 2014년 서울대 의대 윤 모 교수의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리고 이듬해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의공학 포스터(연구 내용 요약 인쇄물)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 그는 2016년 미국 예일대 화학과에 진학했는데, 문제는 윤 교수와 나 대표가 평소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평소 친분이 있던 나 원내대표의 부탁으로 김 군을 지도하게 됐다"고 다수 언론에 밝혔는데, 이 때문에 '품앗이 인턴'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나 원내대표는 "과학 경시대회에 나가고 포스터를 작성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 저희 아이가 실험하고 작성했다"며 "아들이 미국 고등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했다"고 해명했지만,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조국 딸과 나경원 아들 모두 기득권 세력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들 장용준(래퍼, 활동명 '노엘')의 음주 운전이 발목을 잡았다. 아버지 장제원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국회 청문회에서 열을 올리며 조국 당시 후보자의 딸과 관련된 의혹을 비난하던 때, 장용준은 음주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장용준은 지난 9월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는데,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 이상으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사고 이후 장용준은 지인이 운전했다며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다고 시인했다. 장용준은 경찰조사에서 "지인 A씨에게 대신 운전한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장용준이 아는 형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3,500만원이라는, 비교적 거액의 합의금으로 피해자와 합의했지만 운전자 바꿔치기(범인도피교사 혐의) 등은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 경찰은 지난 9월 12일에는 관련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장용준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는 등 적극 수사를 펼치고 있다.

장용준은 스스로 구매했다고 밝혔지만, 그가 타고 다닌 차량이 3억원 조금 안 되는 가격의 메르세데스 벤츠 스포츠카 AGM GT인 점, 또 장 의원이 경찰에 대해 "장용준 관련 영상 유출 등 피의 사실 공표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점을 감안할 때, 힘 있는 기득권 부모의 영향력이 없으면 안 되는 '사건'임이 드러났다는 얘기다. 장 의원은 "아들은 잘못한 것에 대해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일부 네티즌은 "장 의원도 사퇴하라"며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양극화, 교육 양극화 등 우리 사회가 여러 부분에서 양극화되면서 기득권층에 속하는 국회의원들의 '언행 불일치'가 일반 대중에게 더 큰 분노를 일으키는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성폭행' 안희정 정치 인생 사실상 끝

그런가 하면,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사실상 정치 인생이 끝나게 됐다. 대법원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9월 9일,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성인지(性認知) 감수성, 일명 피해자다움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국내 및 해외 호텔 등에서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을 동원해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3월, 김 씨가 JTBC 뉴스에 출연해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검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법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간음 사건 이후 김 씨가 안 전 지사와 동행해 와인바에 가고, 지인과의 대화에서 안 전 지사를 적극 지지하는 맥락의 대화가 오고간 점을 감안할 때 김 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의 태도가 '피해자답지 않았음'을 문제 삼아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심은 달랐다. 서울고법 2심 재판부는 "(성폭행 사건 후에도) 김 씨가 범행을 폭로하거나 수행비서로서의 업무를 중단하지 않고 그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해서 그러한 행동이 실제 피해자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는 할 수 없다"며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보편적인 피해자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폭넓게 봐야 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사건마다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통상의 성폭행 피해자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서 '성폭행 유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이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2심 재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피해자 등의 진술은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며 "간음 행위 또는 추행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그 직전과 직후 두 사람의 태도 등을 종합해보면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으로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원래 검찰 진술 때부터 일관되게, 또 상세하게 내용을 진술했기 때문에 보통의 성폭행 피해자와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 검찰 내에 있었고 이게 재판에서도 입증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안 전 지사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징역 3년 6개월 집행이 종료된 후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선거에 나갈 수 없게 되는데 피선거권 박탈 여부가 아니더라도, 아내가 있음에도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탓에 안 전 지사의 정치적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앞서 말한 정치권 관계자는 "불륜이나 성 관련 문제는 유권자의 50%를 상대로 '스스로 표를 포기하는 셈'"이라면서 "유죄 확정으로 출마 여부를 떠나, 정치 생명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불륜 의혹 당사자와 재혼한 사연

정치 동지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유죄 확정을 선고받은 지난 9월 9일. 불륜 의혹과 함께 지난해 충남지사 선거에서 낙마해야 했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자신의 재혼 사실을 알렸다.

박수현 전 대변인은 2007년 12월 부인이 생활고를 이유로 집을 나간 후 10년 넘게 별거하다 2017년 합의이혼을 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충남지사 선거 과정에서 전 부인은 박 전 대변인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 당시 시의원이었던 김영미 씨와 박 전 대변인이 오랜 기간 불륜 관계였다고 주장한 것. 이에 박 전 대변인은 허위 사실이라며 이를 언론에 알린 민주당원 오영환 씨를 검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지만, 불륜 폭로 논란 속에 선거를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1년 6개월여가 지난 올해 9월 9일,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혼자였던 12년의 삶에 둘의 삶을 새롭게 쌓으려 한다"며 지난해 불륜 상대방으로 지목됐던 김영미 전 시의원과의 사진을 올렸다. 같은 날 공주시청 민원실에서 혼인 신고한 박 전 대변인은 별도의 결혼식은 하지 않았다.

박 전 대변인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오랜 기간 맘고생이 심했는데 이제 결혼해서 훌훌 털고 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같은 충남에서 자란 정치인으로서 박 전 대변인이 안희정 전 지사를 면회 갈 만큼 가까운 관계였던 점, 그리고 같은 날 엇갈린 결과를 받아 들게 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생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말 몇 년 뒤를 내다볼 수 없는 곳이 정치판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
2019년 10월호
2019년 10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