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그리고 19년이 흘렀다 드라마에서 예능까지 보편화된 ‘연상 연하’ 커플
2005년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은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김선아 분)은 맞선 시장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은 뒤 비빔밥에 소주를 마시며 ‘30살 노처녀’임을 신세 한탄했지만, 3살 연하 벤츠남 ‘현진헌’(현빈 분)과 로맨스를 완성했다. 당시 김삼순을 부러워하는 여성이 상당했다. 잘생기고, 집안 좋고, 능력이 있는데 ‘츤데레’ 매력도 있는 3살 연하남을 꿰찼기 때문. 2000년대 초반 연상 연하 커플이 흔하지 않았기에 3살 나이 차이는 더더욱 특별한 것으로 통했다.
그로부터 19년이 흐른 2024년, 김삼순·현진헌 커플은 여전히 스페셜한 연상 연하 커플로 통할까? 아니다. 연상 연하 커플이 보편화되면서 10살 내외로 나이 차이가 있는 커플도 빈번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해외 유명 여성 스타들에게 국한됐다면 이제는 국내 여성 스타들의 사례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당연히 이런 흐름은 TV 속 드라마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필두로 ‘연상 연하 러브스토리 계보’라고 일컬어질만큼 나이를 초월한 누나와의 러브스토리는대체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JTBC 드라마 <밀회>(2014년)에서 ‘오혜원’(김희애 분)과 ‘이선재’(유아인 분)의 나이 차는 20살이었다. 그 당시 20살 나이 차는 파격 설정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안판석 PD는섬세한 연출로 두 사람의 로맨스를 시청자에게 납득시켰고, 이후 나이 차가 상당한 연상 연하 커플은 더 이상 특별한 케이스로 다뤄지지 않게 됐다.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에서 ‘윤진아’(손예진 분)와 ‘서준희’(정해인 분)는 4살 차이 연상 연하 커플의 애틋하고 진중한 로맨스를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연상 연하 커플은 성숙한 여자와 철부지 남자의 로맨스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19년 방영된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성공을 목표로 쉴 틈 없이 달리는 커리어 우먼 ‘배타미’(임수정 분)와 거침없고 솔직한 10살 연하의 천재 작곡가 ‘박모건’(장기용 분)의 로맨스를 통해 연상 연하 커플의 실재와 고민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송혜교는 여러 드라마에서 연상 연하 커플을 연기했다. tvN 드라마 <남자친구>(2018)에서는 12살 연하의 박보검(‘김진혁’ 역)과 운명적인 사랑을 그렸고,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2021)에서는 11살 연하의 장기용(‘윤재국’ 역)과, <더 글로리>(2022)에서는 14살 연하의 이도현(‘주여정’ 역)과 호흡을 맞췄다. 그 밖에 tvN <손해 보기 싫어서 >(2024)에서 신민아(‘손해영’ 역)는 7살 연하의 김영대(‘김지욱’ 역)와의 로맨스로, 채널A<새벽 2시의 신데렐라>(2024)에서 신현빈(‘윤서’ 역)은 14살 연하의 문상민(‘주원’ 역)과의 로맨스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연상 연하 커플 트렌드는 연애 리얼리티로 옮겨갔다. TV조선 예능 <공개연애-여배우의 사생활>에서 예지원은 7살 연하의 무용가 겸 예술감독 이동준과 커플이 됐다. 방송에서 이동준은 예지원의 마음을 궁금해했다. 그는 바닷가에서 모래성 게임을 하던 중 예지원에게 “내가 여러 가지로 네게 어필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이 궁금하다”며 “말하기 어려우면 이 돌을 나라고 생각하라. 지나치면 떠나고 멈추면 곁에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예지원은 돌 주위를 맴돌며 그를 약 올리다가 곁에 남는 것을 택했다. 이를 본 이동준은 “되게 귀엽다”며 예지원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를 본 시청자의 반응은 “정말 설렌다. 최근 본 예능 중 가장 설렌다. 드라마보다 더 재밌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연애하는 기분을 느꼈다. 실제로 예쁜 연애를 하길 응원한다” 등이 다수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보다 로맨스에 집중한 것. 연인의 나이 차이는 더 이상 큰 장벽이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현실 속 연상 연하 커플도 어느덧 놀라운 일이 아닌 시대가 됐다. 최근 화제가 됐던 한지민·잔나비 최정훈 커플도 10살 차이다. 그 어느 때보다 대중의 응원을 받고 있는 안티 없는 커플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