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변화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알레르기 증상을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화상을 입으면 피부에 옷깃만 스쳐도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과 비슷해요.
알레르기질환은 국민병이라고 할 정도로 환자가 많다. 작년 한 해 동안 알레르기비염으로 약 740만 명이 병원을 찾았다. 여기에 알레르기피부염(420만여 명), 아토피피부염(97만여 명), 천식(102만여 명) 등을 포함하면 1,3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알레르기는 해롭지 않은 물질(알레르겐)에 대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부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잘못된 면역반응으로 몸의 여러 부위에서 발생하는 병이 알레르기질환이다. 알레르기비염, 기관지천식, 아토피피부염, 두드러기, 전신에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가 대표적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은 음식물, 운동, 곤충, 약물 등 다양하다.
박흥우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질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면역관용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말했다. 우리 몸은 면역반응을 통해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해로운 병원체로부터 스스로를 지킨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먹고, 흡입하고, 접촉하는 해롭지 않은 물질에 대해서는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를 면역관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환경이나 유전적 이유 등으로 해롭지 않은 물질에까지 면역반응을 일으키면 알레르기가 된다. 박 교수는 가장 흔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집먼지진드기를 예로 들어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호흡을 통해 집먼지진드기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대식세포가 이를 포획해 T세포에게 일부를 보여줘요. 보통 T세포는 집먼지진드기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아요. 흔하게 접하는 해롭지 않은 물질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유전적 이유나 환경적 특수성에 의해 집먼지진드기에 반응하는 T세포가 만들어지면 면역관용이 깨지고 알레르기 반응이 시작됩니다. T세포는 B세포에게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겐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게 하는 등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다양한 역할을 해요. 이렇게 만들어진 항체는 비만세포와 같은 작동세포(면역 활동을 실행하는 세포)의 표면에 붙어 있다가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겐이 또 들어오면 히스타민 등 다양한 매개물을 분비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박 교수는 알레르기질환을 두루 진료하는데 특히 중증 천식과 호산구성 질환 환자를 많이 진료한다. 호산구는 알레르겐과 싸우지만 우리 몸을 공격하기도 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로, 많은 알레르기 전문가가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박 교수는 호산구 연구를 비롯해 150여편의 연구 논문을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해왔다.
초겨울에 알레르기가 심해지는 이유
찬 바람과 바이러스 등이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켜
요즘 같은 환절기 급격한 온도 변화가 비염이나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질환 발생을 증가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온도 변화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알레르기 증상을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화상을 입으면 피부에 옷깃만 스쳐도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과 비슷해요. 예를 들어 천식 환자는 알레르기 염증이 심한 기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찬 바람에 자극을 받으면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질 수 있죠.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이 호흡기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해요. 만성 두드러기 환자도 더워지거나 추워지는 환절기에 증상이 심해집니다.
알레르기비염은 일반 감기와 무엇이 다른가요?
감기는 드물게 통증과 열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알레르기비염은 통증과 열이 없어요. 또 감기 증상은 4~7일 짧게 나타나지만 알레르기비염은 몇 주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재채기가 잦고 코나 눈이 가려운 것도 알레르기비염의 특징이에요.
알레르기비염의 주범인 집먼지진드기는 여름에 많은데, 집먼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비염은 왜 겨울에 더 많은가요?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은 집먼지진드기 몸과 분변에 많이 포함돼 있어요. 그래서 집먼지진드기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여름보다 사체와 분변이 쌓여 있는 겨울에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겐 농도가 가장 높아요. 겨울에 환기를 잘하지 않는 것도 실내 알레르겐 농도를 높입니다. 게다가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겐은 무거워서 쉽게 바닥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공기정화기를 사용해도 쉽게 제거되지 않죠.
집먼지진드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집먼지진드기 노출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불, 담요 등 침구류를 55~60℃ 물로 매주 세탁하고, 거실 바닥에 깔아 놓은 카펫을 치우고 모노륨으로 바꾸면 도움이 돼요. 천 소파보다 합성피혁이나 가죽 소파가 좋고, 헤파(HEPA) 필터나 이중 처리된 먼지 주머니가 달린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 알레르기 환자가 왜 많을까
여성호르몬이 알레르기 증가와 감소에 작용
알레르기질환은 알레르기비염, 두드러기, 아토피피부염 등 다양한데 발생 원리와 과정은 모두 비슷한가요?
발병 기전은 비슷하지만 발생하는 장기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의 종류가 달라 질병의 진행에는 차이가 있어요. 최근에는 세균감염, 대기오염 같은 알레르기와 다른 이유로 발생하지만 증상은 알레르기질환과 유사한 비알레르기질환이 증가하고 있어요.
알레르기질환과 비알레르기질환은 증상과 치료법이 서로 다른가요?
증상이 비슷해 구분하기가 어려워요. 매연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자극으로도 집먼지 진드기나 꽃가루 같은 알레르겐에 의한 알레르기질환과 똑같은 염증이 생깁니다. 둘 다 면역반응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같은 면역반응 억제제를 치료에 사용합니다.
정부 통계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알레르기질환을 20~30%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신체적 구조와 호르몬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여성은 세기관지(기관지 끝의 가는 부분)가 남성보다 좁아 쉽게 호흡기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여성호르몬이 알레르기 질환에도 영향을 주는군요.
생리나 임신 중에는 혈액 속 에스트로겐 수치가 증가해 심한 코막힘과 콧물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생리 전후에만 두드러기가 심해지는 환자를 만난 적도 있어요. 반면에 폐경 후에는 에스트로겐이 감소해 여성이 남성보다 알레르기비염에 더 많이 걸려요.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코점막이 말라 자극에 예민해지고 병원체가 침범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또 천식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2배나 많은 이유는 여성에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적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