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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으로 돌아온 언니, 배우 전도연의 <리볼버>

전도연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마라맛’ 언니의 이야기.

On September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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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에게도 슬럼프가 있었을까

슬럼프 없이 전방위 활동을 이어가는 배우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로 올여름 극장가에 돌아왔다.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하수영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극 중 전도연은 모든 비리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다녀온 ‘하수영’을 연기하며, 고요하게 끓어오르는 분노와 목적을 위해 직진하는 독기를 무표정한 얼굴 위에 그려냈다. 지창욱, 임지연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 <무뢰한>(2015) 이후 전도연과 두 번째로 작업하게 된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은 장면에 대해 길게 논의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신(scene)의 주요점을 명확하게 짚어내는 베테랑이다. <리볼버>에는 지금까지 드러난 적 없던 전도연의 얼굴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전도연을 직접 만나 그의 연기관과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공백기에 누군가가 날 구해주길 기다렸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첫인상은 어땠나?
감독님과 예전에 이야기했을 때는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작품 하나 해봅시다” 하고 의기투합했는데 정작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여자 버전 <무뢰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이걸 하는 게 맞나?’, ‘<무뢰한>과 겹쳐 보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중복되는 건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4년 전에 한 약속이기도 했고, 오승욱 감독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다른 방식으로 다르게 보일까 하는 고민을 했다. 실제로 완성된 영화를 보고는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였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첫 느낌과는 달랐다.

이정재 배우가 특별 출연했다.
정재 씨는 한결같은 사람이다. 어느 장소에서 언제 봐도 늘 한결같은 게 쉽지 않은데 늘 젠틀하다. 정재 씨가 우리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고맙더라. 캐스팅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잘 모르겠지만, <무뢰한>에 이정재 씨가 출연하기로 했다가 무산됐다고 들었다. 감독님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으려고 도와준 게 아닌가 싶다.

도대체 오승욱 감독의 매력은 무엇인가? 4년을 기다려서 출연했다.
연출가로서 기교 없이 투박하다. 클래식하다. 예전에 우리가 봐왔던 영화의 고전적인 부분을 지닌 연출가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클로즈업에 대한 부담은 없나?
전혀 없다. 예쁘든 아니든, 차갑든 따뜻하든 내 모습이 어떻게 나오느냐보다 감정적인 부분이 잘 담기길 바랄 뿐이다.

<무뢰한>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촬영하는 동안 부딪힘은 없었나?
대본을 막 받았을 때는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말씀하신 그 대본이 맞습니까?”라고 물어봤다. 오히려 <무뢰한>을 찍을 때는 감독님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 글은 날카로운데 현장에서 타협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감독님이 쓰신 게 맞나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신뢰와 믿음이 없는 상태에서 촬영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시간이 흘렀고, 감독님을 겪어봤고 서로 신뢰가 쌓였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하기로 받아들이고 난 이후에는 감독님이 원하는 걸 다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티 나게 잘했다.(웃음) <무뢰한> 때는 ‘이 여자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지?’ 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면, 이번엔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

연기할 때 완벽주의 성향으로도 유명하다.
오히려 촬영할 때는 모든 걸 감독님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다. 당연히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

하고 싶은 영화가 있나?
영화가 많이 개봉되고 있지만 장르적으로 다양한 영화가 나오진 않는 것 같다. 나는 사랑 영화를 좋아한다. 나도 정통 멜로를 한 지 오래됐고, 극장에서 못 본 지도 오래됐다. 왜 멜로 영화가 안 만들어질까? 요즘 사람들이 사랑에 관심이 없나? 이런저런 생각도 든다. 사랑에도 유형이 많다. 가슴 아픈 사랑도 있고, 밝은 사랑도 있다. 하물며 사랑으로 인해 가슴 아픈 건 견뎌볼 만하지 않나. 그래서 멜로 영화를 해보고 싶다. 내가 나오든 안 나오든 극장에서 꼭 보고 싶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적은 없나? 연기에 임하는 자세나 루틴도 궁금하다.
생각해보면 빠질 만큼 대단한 걸 해본 적이 없다.(웃음) 한 가지 일을 오래 했다고 해서 빠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반복되는 걸 하는 것 같지만 매번 새로운 작품을 하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되지 않았어?’보다는 ‘뭘 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늘 한다. 해보지 않은 게 많아서 스스로를 괴롭힐 때도 있고, 내 욕심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길이 있어야 나아가지 않나. 길이 없는데 길을 찾는 건 욕심인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지나고 보니 마음을 비워두고 내려놓으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도 길이 될 수 있더라.

최근에 연극 무대에 서서 화제가 됐다.
나는 일하는 걸 좋아하고 현장을 즐기기는 하지만, 연기하는 게 힐링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 연극 <벚꽃동산>을 하면서 힐링을 받았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 무대를 하루하루 해나가면서 점점 시야가 넓어지고, 다른 배우들의 감정도 받아들여지게 되니까 매일 새로운 연기를 하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경험이었다.

한때 전도연 하면 ‘어렵고 무거운 이미지’였다. 이제는 장르적인 작품도 소화하는 배우가 됐다.
예전에는 영화만 찍으면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상도 타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영화 <밀양>으로 큰 상을 받고 ‘무겁고 어려운 배우’가 됐다. 그 공백이 꽤 길었다. 그 이미지를 깨고 싶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당시에는 누군가가 깨주길, 나를 여기서 구해주길 바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나니까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를 깬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공백기 동안 마인드가 변했다고 들었다.
젊은 감독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어느 순간 감독님들도 세대교체가 됐고, 나도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가 오더라. 젊은 감독들에게 내가 어려운 배우라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 갭을 어떻게 줄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볼까 싶더라. 그래서 변성현 감독을 만났을 때도 작은 역할이라도 좋으니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훗날 영화 <길복순>을 함께하게 됐다. 오승훈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무뢰한> 이후 안 풀리는 시나리오를 잡고 있느니 짧고 굵게 저예산 영화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자고 얘기했다. 그러고도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이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이제는 내가 많이 다가가려고 한다. 사람에, 작품에 다가가고 있는 시간인 것 같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2024년 09월호
2024년 09월호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