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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 날의 올림픽, 펜싱 간판스타 오상욱 인터뷰

48년 만의 최소 인원 출전으로 기적의 성과를 이뤘다. MZ세대의 맹활약으로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8위를 기록했다.

On August 29, 2024

# 메달보다 빛난 팀 코리아 # 파리 올림픽 종합 8위

무더웠던 여름, 시원한 올림픽과 함께 날려버렸다

21개 종목 144명의 팀 코리아 한국 선수단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12년 만에 메달 32개 고지를 밟았다.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최대 성과다. 대회 전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의 집단 부진으로 선수단은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래 48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로 출전했다. 금메달 목표치도 5개로,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의 금메달 6개보다도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 선수단은 특유의 저력을 발휘해 대회 기간 내내 거의 쉼 없이 메달을 획득하며 목표치를 일찌감치 초과 달성했다. 개회식 다음 날인 7월 27일 박하준(KT)과 금지현(경기도청)이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팀 코리아에 첫 메달을 안겼다. 다음 날에는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에서 우승해 첫 금메달을 선사했고,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진(임실군청)이 공기권총 10m 여자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메달 행진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순위 8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목표였던 금메달 5개, 종합 순위 15위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 역대 올림픽을 통틀어도 두드러지는 성적이다. 금메달 13개는 2008 베이징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에 이어 한국의 올림픽 최다 금메달 기록이고, 전체 메달 32개는 1988 서울 올림픽 33개(금 12, 은 10, 동 1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또 우리나라가 하계 올림픽 메달 순위 10위 안에 든 것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위(금 9, 은 3, 동 9) 이후 8년 만이다. 뜨거웠던 올여름을 더 뜨겁게 달구고 금의환향한 팀 코리아의 이야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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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간판스타 오상욱

‘펜싱 괴물’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올림픽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2cm 장신에 긴 팔다리, 유연함과 순발력을 갖춘 오상욱은 펜싱 선수에게 필요한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이번 올림픽 대회에서 그는 펜싱 괴물다운 명장면을 여러 번 만들었다. 특히 개인전 결승에서 긴 다리를 앞뒤로 찢으며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의 공격을 피하는 모습은 외신들도 “최고의 장면”으로 꼽으며 극찬했다.

“당시엔 공격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사실 그때가 실점한 순간이라 화제가 된 게 쑥스러워요. 추격당하는 상황이라서 압박감이 컸습니다. 상대 선수였던 페르자니는 피지컬은 저보다 좋지 않지만 뇌지컬(뇌+피지컬)이 뛰어나거든요.”

그 순간 오상욱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원우영 코치였다. “너를 믿어라. 너는 최고다”라는 말에 자신감이 생겼고, 동작에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1점을 추가로 따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첫 금메달이라서 정말 뿌듯합니다. 그랑팔레에서 애국가가 울릴 때 관중이 모두 기립하는 모습을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태극기가 정말 많았는데, 저를 믿어주셨던 관객에게 정말 감사했죠.”

오상욱은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올림픽 개인전까지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올림픽 단체전 3연패도 달성했다.

“경기가 끝나고 아시아 최초 그랜드슬램이라는 걸 알았는데 영광스러웠어요. 성과를 생각하지 않고 꾸역꾸역 걸어온 시간이었습니다. 단체전 금메달을 땄을 땐 숙소 분위기가 후끈했어요. 12년 동안 1등 자리를 지켰으니까요. 개인전은 도전이었지만 단체전은 지키는 입장에서 게임을 뛰었기 때문에 애정이 더 깊어요.”

금메달 2관왕으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2022년 12월 연습 도중 상대 선수의 발을 밟아 발목이 꺾이면서 발목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았고, 올 초에는 손목 부상을 당했다.

“2023년 한 해를 한 단어로 정리하면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어요. 상대 선수와 부딪힐 때마다 부상과 수술이 생각나면서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발 앞에 장애물을 놓고 주변을 빨리 밟는 훈련을 계속했어요. 그러다 보니 두려움이 줄었죠.”

고교 시절 유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운동선수로서 탄탄대로를 걸어왔을 것 같은 그이지만 선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어려웠던 가정형편으로 펜싱 장비를 물려받아 사용했다.

오상욱이 펜싱을 계속할 수 있게 도운 건 대전의 ‘운사모’다. ‘운동을 사랑하는 모임’의 줄임말로 대전의 체육 꿈나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오상욱을 비롯해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도 운사모의 지원을 받았다.

“운사모 덕분에 시합 때 새 도복을 입고 나가기도 했어요. 운사모가 없었으면 펜싱을 일찍 그만뒀을 거예요. 그래서 저도 운사모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어요. 메이저 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무조건 기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꿈나무가 풍족하게 훈련할 수 있게요.”

마지막으로 오상욱은 국가대표에 대한 프라이드를 밝혔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뛰는 건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져요. 상대 선수가 ‘한국에 졌어’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마음속 울림이) 차원이 다르죠. 앞으로 계속 달리겠습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재이(프리랜서)
사진
파리 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paris2024), 대한체육회 인스타그램(@ksoc_official)
2024년 09월호
2024년 09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유재이(프리랜서)
사진
파리 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paris2024), 대한체육회 인스타그램(@ksoc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