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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은 어떻게 만들어요? 주안이의 요즘

슈퍼맨인 줄 알았던 아빠가 슈퍼맨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주안이도 그 순간을 맞이했다.

On June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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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들이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데 물 떨어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분명 욕조가 없는 곳인데, 마치 욕조에 물을 받은 상태에서 샤워기를 틀어놓은 듯한 요란한 소리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노크를 하고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배수구가 막혀 한강이 돼 있다. 간단하게 배수구에 쌓인 이물질을 처리해주고 나왔다.

그런데 계속 소리가 요란하다. 아무래도 아래 악취를 막아주는 트랩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안방 욕실도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던지라 어렵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손보러 들어갔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트랩을 너무 세게 밀었는지 트랩이 나오지도 않는다. 주안이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긴장되고 당황스럽다. 고쳐야 한다는 집념이 더 강렬해졌다. 하지만 결국 원인을 찾지 못하고 뚜껑을 덮었다.

어렸을 때 나에게 아빠는 뭐든 다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슈퍼맨이었다. 그런데 내가 자라면서 아빠의 약한 모습도 보게 되고, 아빠가 슈퍼맨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더 자라면서 내가 아빠보다 힘이 세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때 여러 감정을 느꼈다.

오늘 주안이가 쩔쩔매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표정이었을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궁금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뭐든 다 할 수 있는 슈퍼맨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아빤 잘하잖아!”라는 칭찬을 늘 해주던 아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요즘 주안이가 팔근육에 관심이 많다. 할아버지와 아빠 팔에 핏줄이 보이고 주먹을 쥘 때 근육이 보이는 것을 유심히 바라본다. 최근엔 같이 길을 걷다가 내 팔을 만지작거리더니 “아빠, 팔에 힘을 꽉 줘봐!” 하는 거다. 아들의 요구에 열과 성의를 다해 팔에 근육을 만들어 보였더니 굉장히 좋아하며 운동법과 함께 이것저것 물어본다. 성장기에는 지나친 근력 운동보다 유산소운동과 하체 운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더니, 자기도 할아버지와 아빠처럼 팔근육과 핏줄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며칠 뒤 주안이와 함께 아파트 헬스장에 갔다. 주안이는 러닝머신이나 하체 운동기구보다 상체 운동기구와 아령, 턱걸이 기구에 관심을 보였다. 상체 운동기구를 한두 번씩 해보기도 하고,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열심히 구경하다가 따라 해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주안이는 나를 많이 닮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옷에 관심이 적었는데 주안이도 딱 그렇다. 중학생 때부터 원핸드 슛을 하고 싶어 팔과 손목의 힘을 기르려고 침대에 누워 아령을 수없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주안이도 지금 그 마음인 것 같다. 아무래도 조만간 이런 내 얘기를 들려주며 주안이에게 아령을 하나 선물해야겠다. 넌 나를 많이 닮은 내 아들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김소현 인스타그램
2024년 06월호
2024년 06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