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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혈관 건강을 신경 써야 하는 이유

모든 질환에서 사망 원인 1위는 암이지만 혈관 문제로 사망하는 사람 수가 암보다 많다. 암은 뚜렷한 예방법이 없지만 각종 혈관 질환은 예방법이 분명히 있다. 젊어서 혈관 건강을 챙겨야 할 이유다.

On April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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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초읽기… 혈관 건강 중요성 높아져

혈관 건강이 나빠져 발생하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심근경색증, 협심증, 심부전증 등 심장 질환과 뇌경색, 뇌출혈 등 뇌혈관 질환 그리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 심뇌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선행 질환까지 모두 혈관 질환에 해당한다.

통계청의 2022년 사망 원인 통계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심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5만 9,135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5.8%, 암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0대 주요 사망 원인 중 심장 질환(2위), 뇌혈관 질환(5위), 당뇨병(8위), 고혈압(9위) 4가지가 혈관 질환으로 이들을 모두 합하면 암 사망자를 능가한다.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세인 것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뇌졸중의 경우 진료 환자 수가 연평균 1.7%씩 늘고 있는 등 심뇌혈관 질환 발병률은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정부와 의료계의 우려가 크다. 젊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20대 고혈압 진료 환자는 1만 9,000여 명에서 3만 5,000여 명으로 1.8배, 당뇨병 진료 환자는 1만 7,000여 명에서 3만 8,000여 명으로 2.2배 증가했다. 각각 전 연령대 평균 증가율인 1.4배, 1.6배보다 외려 높다. 노년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젊어서부터 혈관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혈관 질환이 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를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임도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인구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빈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며 “고령일수록 노화로 인해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고 혈압과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약 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했다. 예상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25년 고령 인구 20.6%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측에 따르면 2030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여성 91세, 남성 84세에 달한다. 반가운 예측이지만 병들어 고생하면서 오래 사는 건 달갑지 않은 일. 노년을 괴롭히는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 더욱 신경 써야 할 이유다.

나빠진 혈관, 뇌졸중·심근경색 등 생명 위협

식습관과 생활 습관의 변화도 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주목된다. 임도선 교수는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정제된 곡물과 당분, 과도한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섭취하고 있는데 이는 혈관 내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게 해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며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자동차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운동량이 줄어드는 것,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발달로 야외 활동이 감소하는 것도 증가세의 한 원인이다”라고 했다.

심뇌혈관 질환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이지만 오랜 기간 서서히 나빠진 혈관이 어느 순간 갑자기 큰 병으로 이어지는 탓에 미리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한순간 쾅 하고 폭발하지만 도화선이 타들어가는 동안에는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는 거다. 눈에 보이는 별다른 이상이 없으니 ‘젊어서부터 혈관 건강을 관리해야지’라고 생각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생명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심뇌혈관 응급 질환으로는 뇌졸중이 꼽힌다. 뇌졸중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뇌에 있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이다. 전체 뇌졸중의 80%는 뇌경색인데 최대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 뇌혈관에 피가 흐르지 못하면 뇌세포가 망가져 생명이 위태롭거나 평생 장애가 남기 십상이다. 흔히 심장마비라고 부르는 심근경색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혀 심장근육이 죽어가는 질환이다. 혈전이라고 부르는 피떡이 혈관을 막아 발생한다. 일단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3분의 1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다. 제때 응급실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도 사망률이 5~10%에 달한다.

20세 이상 절반이 이상지질혈증, 식습관 개선해야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등을 아우르는 이상지질혈증도 경계해야 할 질환이다. 혈액에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과도한 상태를 말하는데, 20세 이상 성인 2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인지도가 낮아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질환으로 꼽힌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2016~2020년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이상지질혈증 평균 유병률은 48.2%,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이상지질혈증은 심근경색을 비롯해 협심증, 뇌졸중 등 여러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동맥경화증의 핵심 위험 인자로 꼽힌다. 동맥경화증은 노화로 동맥벽이 두꺼워지고 굳어져 탄력을 잃는 질환을 말한다. 혈관이 좁아지고, 심하면 막혀 혈류 장애를 일으킨다. 오래된 수도관에 녹이 슬고 이물질이 들러붙어 지름이 좁아지는 걸 생각하면 쉽다. 주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동맥과 경동맥에 이상을 불러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진다.

심근경색을 부르는, 관상동맥을 막는 피떡을 만드는 주원인은 혈관벽에 쌓이는 콜레스테롤이다. 콜레스테롤은 인체 곳곳에 존재하며 세포막을 비롯해 여러 호르몬과 담즙산, 비타민 D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이지만 과도할 경우 동맥경화증을 촉진한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과도할 경우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하는데, 문제는 이 질환 자체로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데 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심뇌혈관 질환이 발병한 뒤에야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이 원인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포화지방도 문제인데,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의 위험성에 비해 덜 알려져 주의가 필요하다. 과도하게 섭취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고 남은 포화지방은 혈관 속을 떠돌며 몸 구석구석에 쌓인다. 콜레스테롤보다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고, 콜레스테롤에 변형을 일으켜 혈관을 더 잘 뚫고 들어가게 만든다. 결국 동맥경화증을 유발해 심뇌혈관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CREDIT INFO
에디터
이경석(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도움말
임도선(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2024년 05월호
2024년 05월호
에디터
이경석(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도움말
임도선(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