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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배우 최민식의 첫 오컬트 영화 <파묘>

‘국대 배우’ 최민식을 만났다.

On April 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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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가장 외로운 순간

그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열정도 많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데뷔 햇수를 세거나 자신의 과거 히트작을 운운하는 일이 싫다 했다. “되돌아보지 않는다”는 짧은 말은 강렬했다. 그의 연기관이 그랬다. 그에게 연기 외의 환경들은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일상을 살 듯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영화 <파묘>는 개봉 7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 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영화 <사바하> <검은 사제들>에서 견고한 세계관을 완성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은 장재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데뷔 이후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배우 최민식은 극 중 조선 팔도 땅을 찾고 땅을 파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 역을 맡았다.


풍수사 ‘상덕’ 캐릭터는 어떻게 파고들었나?
대본을 읽으면서 한번 표현해봐야겠다고 느꼈던 포인트가 있다. 이 사람은 평생을 자연을 보며 살았다. 흙을 만지고 냄새를 맡는 사람이다. 나무 한 그루를 보더라도 깊게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 태도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말하고 보니 거창한데, 거창하게 한 건 없다.(웃음)

실제로 평범함 속에서 상덕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했다. 주안점을 둔 것은 뭔가?
상갓집이라 해도 다 울지 않는다. 슬픔 속에서도 유머는 있다. 그게 상덕이라는 인물인 것 같다.

극 중 비현실적인 상황도 현실적인 연기 덕분에 공감이 갔다. 최민식만의 연기 노하우가 궁금하다.
그건 영업 비밀이다.(웃음) 농담이고, 그게 배우의 일 아닌가. 허구의 삶을 현실에 있을 법하게 그리는 것 말이다. 그래서 외로운 일이기도 하다. 골백번 고민한 뒤에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그 인물이 돼 있어야 한다. 결국 배우가 해내야 한다. 안 그러면 돈값을 못 하는 배우가 된다. 그 과정이 어쩌면 배우가 가장 외로운 순간이다. 절벽 끝에 서 있는 절박함이랄까. 끊임없이 상상하고 내가 만든 무형의 인물에 내가 다가가서 밀착된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

배우가 외로운 순간에 대해 언급했는데, 부연 설명을 듣고 싶다.
이 인물을 예로 들어보면, 상덕은 풍수사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누군가가 “저게 무슨 풍수사냐 배 나온 아저씨지” 하는 반응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스타트가 되면 더 이상 좌우를 보지 않는다. 흔들림 없이 끝까지 간다. 그러지 않으면 캐릭터가 망가진다. 그때부터는 몰입감을 즐긴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그 인물과 내가 더욱 견고하게 붙어버리는 거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열정도 많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데뷔 햇수를 세거나 자신의 과거 히트작을 운운하는 일이 싫다 했다.
“되돌아보지 않는다”는 짧은 말은 강렬했다.

장재현 감독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는데, 장 감독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제 상업영화를 세 번째 하는데도 그렇게 촘촘할 수가 없다. 빌드업시키는 과정이 보통이 아니더라. 영화 작업이라는 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지치기도 하고, 때로는 “과학기술은 어디 액세서리냐, 왜 그리 고생을 해?”라고 해도 기어코 자신이 원하는 걸 수작업으로라도 다 만들어내더라.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대충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 모습을 볼 때 흐뭇하기도 하고, 믿음도 갔다.

그동안 굵직한 영화에 출연하며 명실상부 톱 배우로서 견고하게 작품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어떤가?
과거를 되돌아보고 싶지 않다. 얼마 전에 신구 선생님이 출연 중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는데, 대단하시더라. 선생님도 그렇게 작품을 하시는데, 내가 내 연기 경력을 되돌아본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데뷔 햇수나 내 지나온 작품 수를 세고 있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 말은 뒤로 주저앉으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난 아직 할 게 많다. 욕심도 많고 의욕도 넘친다. 뒷방 늙은이 흉내 내고 싶지 않다. ‘내가 왕년에 이랬지’ 하는 것은 창작을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태도가 아니다. 어느 분야든 거장은 늘 청년이다.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는데, 부연 설명을 듣고 싶다.
결국 허구의 스토리고 허구의 인물이다. 내가 아직 만져보지 못한 세상이 분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작품에 출연했다고 해서 이 세상을 다 알겠나? 한정돼 있다. 내 인생도 내 작품도 한정돼 있다. 내가 겪어봐야 할 영화적 세상, 지금까지 내가 한 작품은 빙산의 일각도 안 된다. 못 해보고 죽는 게 아쉽다. 일단 멜로도 못 했지 않았냐.(웃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영화 <파이란>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는데, (상대 배우와 극 중에서) 얼굴도 못 본 멜로가 무슨 멜로냐. 얼굴도 보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는 게 멜로다.(웃음) 제대로 된 멜로를 하고 싶다.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 많다”고 했는데, 그 호기심의 원천은 뭔가?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다. 수백만 갈래의 인간 감정을 어떻게 다 표현하겠나. 멜로라고 치면, ‘과연 사랑이 뭐냐’, ‘이게 진짜 사랑이냐’부터 사랑의 정의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보고 싶다. 꼭 선남선녀의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그 자체가 사랑이다. 사랑의 형태는 사람마다 교감하는 냄새와 모양새가 다 다를 거다. 나는 아직도 궁금한 게 너무 많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주)쇼박스
2024년 04월호
2024년 04월호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주)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