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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의 중심' 김호중의 활동 루틴

트로트 가수는 많지만 클래식을 접목한 ‘트바로티’ 가수는 김호중이 유일하다.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서 발굴된 후 기존 가수들과는 다른 행보로 인기 절정을 찍고 있다. 아직 젊은 32살 청년인 틀을 깨고 대한민국 인기 팬덤의 중심에 선 활동 히스토리를 살펴본다.

On February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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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은 여느 트로트 가수보다 활동량이 적다.
덕분에 희소성과 신비함마저 더했다.

가수 김호중의 활동은 확연히 이색적이다. 김호중은 그동안 우리가 알던 가수들의 활동 패턴과 다른 스케줄로 흥미를 돋우는 매력이 있다. 보통의 가수들이 ‘앨범 발표-방송 출연-행사’ 세 방향의 활동 루트를 보여왔다면, 김호중은 그 관행을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김호중은 앨범 발표 직후라도 TV 음악 방송, 예능, 행사에 많이 노출되기보다 고유의 공연, 패키지여행 팬 미팅, 다큐 콘텐츠 영화화 등으로 ‘아리스(김호중 팬덤명)’를 만나왔다. 이러한 활동 방향이 어느덧 ‘김호중표 활동 루틴’으로 자리 잡았고, 그 희소성이 김호중의 가치를 자연스레 높였다. 시장경제의 원리처럼 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귀중한 이 루틴에서 팬들은 김호중의 음반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질 터. 김호중이 음반을 발매할 때면 그 판매량이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한다. 특히 김호중은 2020년 TV조선 예능 <미스터트롯> 이후 그해 바로 군 복무를 시작하면서 본의 아니게 2년 동안 팬심을 애타게 만들었고, 현재는 그 반등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중이다.

희소성으로 가치를 올리다

김호중은 트로트 시장에 이른바 ‘팬덤 문화’를 만들었고, 클래식 등 그 이상의 장르로 영향력을 뻗어나가고 있다. 이제 김호중은 트로트 가수라고만 정의할 수 없는 ‘특별한 가수’의 입지에 오른 느낌이다. 그 과정으론 김호중의 남다른 출발선부터 봐야 한다. 김호중은 트로트 가수로 도전하기 훨씬 이전, 중학교 시절부터 성악에 매력을 느꼈다. 고등학생 때부터 성악을 전공해 2009년 ‘고등학생 파바로티’로 SBS 예능 <스타킹>에 출연하며 비범한 인재임을 드러냈다. 그는 한양대학교 성악과에 합격하고 2년간 독일 유학을 떠났고, 이후 성악가로 활동하다가 대중에게 가까운 음악을 고민하고 <미스터트롯>에 참가했다. <미스터트롯> 당시 김호중은 압도적이고 웅장한 테너 보컬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고, 최종 4위의 톱 라인에 오를 수 있었다. 김호중처럼 성악가가 트로트 시장에 뛰어든 전례가 없었기에 그가 개척한 ‘트바로티(트로트+파바로티)’라는 장르는 김호중만의 고유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됐다. 김호중은 이전까지만 해도 이미지 저점에 있던 트로트를 고품격화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호중은 음악적 역량 외에도 특별한 인생 스토리로 많은 응원을 얻었다. 아직 32살로 젊은 나이이지만 학창 시절 여러 굴곡을 경험한 김호중의 ‘갱생 일대기’가 팬들의 마음을 울린 것. 김호중은 10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아버지 슬하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일탈을 잠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 시절 이종격투기 선수로 전국 대회에서 우승했던 김호중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조직으로부터 검은 유혹을 받고 안 좋은 길로 빠지는 듯했다. 그 무렵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던 김호중은 돈이 부족한 자신과 부잣집 아이들의 레슨 차이 등 간극을 느끼고 방황했으나 할머니가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하늘에서 지켜볼 테니 똑바로 살라”는 유언을 남겨 마음을 고쳐먹고 성악에 매진함으로써 지금의 가수의 길까지 올 수 있었다. 김호중의 이야기는 2013년 개봉한 영화 <파파로티>의 모티브로 다뤄졌고, 김호중 역은 배우 이제훈이 연기했다.

김호중은 클래식 성악을 해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었던 한편, 듬직한 외모와 어르신들에게 친근한 말솜씨로 ‘국민 사위’라는 별명까지 얻으면서 대중적인 이미지도 획득할 수 있었다. 요즘 트로트 신에서 젊은 남자 가수들이 아이돌처럼 마른 체형을 보이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는데, 김호중은 동생 같기도 하면서 아들 같은 푸근하고 듬직한 외모로 어르신들에게 금방 호감을 샀다. 어떻게 보면 ‘클래식’과 ‘친근함’ 두 이미지가 상충할 수 있지만, 김호중은 오히려 이 희소한 두 조건이 어우러진 매력으로 아리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김호중은 팬들을 범접하기 어려워 보이는 클래식의 세계로 이끌며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김호중은 약간의 ‘신비주의’를 지킨다.
그 갈증은 브랜드화된 ‘김호중 고유 콘텐츠’가 대신 충족시킨다.

임영웅과 쌍벽, 아이돌 부럽지 않은 ‘몸값’

김호중의 인기는 그가 가요계 안에서 손에 꼽히는 몸값을 자랑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김호중의 행사비는 1회당 4,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미스터트롯> 4위 출신임에도 2위 영탁, 3위 이찬원을 제치고 우승자 임영웅의 행사비 1억원 다음으로 몸값이 높다. 이 밖에 김호중은 광고 모델비가 1편당 2억원 수준이어서 지난해엔 10편의 광고 촬영만으로 2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음원 수익은 10억원 이상, 콘서트 3개월간 수익은 13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몸값이다.

김호중의 몸값이 높아진 것은 그가 이미지 소비를 과하게 하지 않은 이유가 크다. 대부분의 트로트 가수가 최대한 많은 방송과 행사에 출연하며 얼굴을 노출시키려고 하는 반면, 김호중은 소수의 행사와 예능에 고정도 아닌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며 활동해왔다. 김호중은 대중에게 언제 봐도 계속 궁금해지는 약간의 ‘신비주의’를 지킨 거다. 아리스가 가질 갈증은 브랜드화된 ‘김호중 고유 콘텐츠’가 대신 충족시켰다.

김호중은 지난해 10월 첫 전국 투어 콘서트 <2022 KIM HO JOONG CONCERT TOUR ARISTRA> 공연 실황과 군산 여행기를 담아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 따라 만나리 : 김호중의 계절>을 추가로 제작해 한국과 미국 LA CGV에서 스크린X로 개봉했다. 김호중은 또 지난해 6월 크루즈 여행 <선상(船上)의 아리아>를 기획해 팬들과 6박 7일 일본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 대만 지룽을 여행하며 가깝게 소통하고 프라이빗한 공연을 펼쳤다. 이 여행기 역시 SBS FiL, SBS M 공동 제작으로 <김호중의 산타크루즈>란 제목을 달고 지난해 12월 일본 TBS를 통해 전 지역에 방영됐다. 김호중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합친 최첨단 확장현실 기술을 적용시킨 XR 콘서트 <트래블러(TRAVELER)>를 온라인으로 선보이며 파격적인 콘텐츠에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트래블러> 콘서트는 국내 최초 오브젝트 트래킹(Object Tracking) 기술을 적용해 관객들에게 우주 공간, 대한민국, 미국,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그리스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그래서 김호중의 팬들은 이런 특별한 콘텐츠에 기꺼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거다. 김호중은 늘 단순한 무대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팬들에게 몸소 체험하게끔 만들기에 팬들은 ‘특별한 경험’을 산다고 생각한다. 특히 김호중의 팬덤은 기본적으로 소비력이 큰 클래식 팬들이 대다수라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음반과 공연에는 소비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김호중의 음반 수입 또한 공연 수입 못지않게 알짜라는 후문이다. 아리스는 김호중과 자신들의 ‘고품격 이미지’를 스스로 사랑하며 다른 가수, 팬덤과 또 다른 색깔을 가졌다고 자부하는데, 요즘 한국인에게 필요하다는 ‘자존감’을 스스로 채울 줄 아는, 새로운 방식의 건강한 팬덤 문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32살, 일상의 김호중

뜨거운 인기만큼이나 김호중의 프로필, 취향, 사생활 등은 꾸준히 대중의 이목을 끄는 부분. 김호중은 1991년 10월 2일 울산 중구 출생으로, 지금까지 그의 말투에서 울산 사투리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그가 여러 지역인, 어르신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김호중은 현재 듬직한 외모로도 푸근함을 풍기며 어르신들에게 사랑받는데, 그가 태어날 당시 4.2kg의 우량아였다는 과거도 흥미롭다. 김호중은 사투리가 섞인 한국말로는 토종미를 드러내면서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해 지적인 매력을 뽐낸다.

김호중은 과묵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팬들에게 다정하고 순수하며 애교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 ‘반전 매력’으로 팬들을 홀리기도 한다. 외둥이로 자란 김호중은 친한 형들에게도 애교를 부리는 동생으로 유명한데, 영탁이 오죽하면 그에게 ‘졸귀탱’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MBC 시사·교양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제작진도 김호중에 대해 “처음에는 무뚝뚝하게 보였지만 촬영하며 친해지니 장난기 가득한 남동생이 돼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고 후일담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김호중은 무대 위에선 폭발적인 성량의 ‘성악 발성’으로 ‘상남자’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니 팬심을 꽉 붙잡는 것이겠다.

김호중은 자신의 매력으로 꼽을 정도로 ‘착한 심성’의 소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8살 때, 학급에서 짝꿍을 정하는 시간에 뇌성마비가 있는 친구와 먼저 짝꿍을 하겠다고 나섰고, 친구를 많이 살펴줬다는 미담이 있다. 친구가 물감 통을 쏟았을 때도 잘 대처해줬다는 이야기를 그 친구의 동생이 온라인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영화 <파파로티> 속 한석규가 분한 실존 인물인 고등학교 선생님의 헌신적인 지도로 김호중은 당시 마음을 다잡고 성악에 매진했는데, 데뷔 후에도 김호중은 짬을 내 선생님을 만나러 가고 후배들에게 강연하는 모습으로 훈훈한 감동을 자아냈다. 김호중은 <미스터트롯> 결승전 나의 인생곡 미션에서 선생님을 위한 헌정곡으로 ‘고맙소’를 부를 정도였다. 김호중은 또 결손 가정과 불우한 아이들에게 노래로 봉사를 다녀 2017년 글로벌 기부문화공헌대상을 받은 바 있다.

김호중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강한 성취욕을 지녀 모범이 되기도 한다. 그의 좌우명은 ‘하면 된다’인데, 학창 시절 쉽지 않은 가정환경 등으로 꿈이 좌절될 뻔했지만 2008년 세종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하고, 2009년 전국수리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성악 인재로 주목받았다. 김호중은 2009년 대한민국인재상 수상 이후에도 2020년 멜론뮤직어워드 톱10, 2021년 골든디스크어워즈 신인상, 2023년 서울가요대상 본상 등을 거머쥐며 꾸준히 트로피를 늘리고 있다. 복싱, 축구 등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하는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이종격투기를 배우고 처음 나간 전국 대회에서 중학교 3학년 형을 이기고 우승하기도 했는데, 여러 곳에서 수상하며 ‘아, 인생은 무엇이든 하려고 마음먹으면 다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 콩쿠르 예선에서 떨어지자 며칠 동안 집과 학교를 안 갔던 일화, 과거엔 애연가였지만 현재는 금연에 성공한 일화 역시 김호중의 뚜렷한 성취욕을 보여준다.

김호중이 MZ세대인 나이에 비해 ‘디지털 문맹인’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그의 개인 SNS 활동으로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지만 게시물을 자주 업로드하지 않으며, 유튜브 채널 <김호중 공식채널 Kim Hojoong>에 제작팀이 만든 뮤직비디오나 활동 비하인드 영상이 꾸준히 공개되고 있는 정도다.

김호중의 2024년 활동 계획에 대해 생각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023년 김호중이 방송부터 영화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팬들을 만났다면, 올해는 조금 더 팬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귀띔했다. 새해 첫 방송 활동은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1월 28일 방송)이고, 첫 공연은 3월 중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되는 KBS교향악단과의 클래식 단독 쇼다.


김호중의 힘 ‘성악가로서의 역량’

가수 김호중에 홀릭된 이들은 그의 폭발적이고 압도적이며 웅장한, 심금을 울리는 보컬 실력에 가장 먼저 귀가 트였을 터다. 중학교 3학년 때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에 처음 마음을 빼앗겼던 김호중은 예술고등학교 때부터 전문 성악을 공부했고, 독일 유학 시절을 거쳐 정통 성악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김호중이 과거 SBS 예능 <스타킹>에 출연했을 당시 3옥타브 고음의 고난도 곡 ‘카루소(Caruso)’를 선보이자 성악가 김동규는 “전 세계에서 저렇게 소리를 내는 18살 학생은 찾기 힘들 것”이라며 일찍부터 떡잎을 알아봤다. 김호중의 예고 스승 역시 학창 시절 김호중에 대해 “‘네순 도르마’를 부르는데, 당시 고등학생이 부르기엔 불가능에 가까웠던 곡을 3개월 정도 만에 해냈다”라고 극찬했다.

김호중은 TV조선 예능 <미스터트롯> 출연 전 클래식의 대중성에 대해 고민하며 자신만의 ‘크로스오버’ 창법을 개발했는데, 덕분에 성악 발성 외에도 발라드, 트로트까지 아우르는 만능형 가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어떤 노래든 성악 베이스인 그가 부르면 또 다른 느낌의 ‘김호중화’가 되는 것이 특징이며, 더 큰 울림을 선사하는 힘이 생긴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한해선(스타뉴스 기자)
사진
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년 02월호
2024년 02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한해선(스타뉴스 기자)
사진
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