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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3인이 말하는 경력 단절 주부들의 리얼 극한 생존기

육아와 가사를 위해 직장을 떠난 주부들의 고민은 더 이상 ‘경력 단절’이 아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고수익을 창출하느냐에 더 관심이 많다. 직장에서 미처 발휘하지 못했던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는 주부들의 찐 알바 이야기.

On January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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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로서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3명의 주부를 만났다. 퇴사 3년 만에 공모전 마스터가 된 주부 김명은 씨(가명, 38세), 진로 취업 전문가 자격증 취득 후 학교 강사로 활동 중인 이연주 씨(가명, 39세), 그리고 AI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박지혜 씨(가명, 38세)가 그 주인공이다. 세 사람은 하나같이 “직장에 다닐 때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더 많은 수입을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면서도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고, 무엇보다 수익도 높아 만족도가 큰 세 주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직장 퇴사 후 경력 단절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요?
김명은(이하 ‘김’)
왜 없었겠어요.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아이와 가정이 우선이라 회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퇴사 우울증’과 ‘육아 우울증’이 동시에 와서 6개월 정도는 집에서 아이와 함께 방황했던 것 같아요.
박지혜(이하 ‘박’) 저도 그랬어요. ‘내가 아이나 키우려고 그 어려운 공부를 했나?’ 싶은 생각에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공을 살려 AI로 영상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죠. 지금은 경력이 단절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경력은 쭈욱 이어지고 있습니다.

Q 가사와 육아, 일을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수익은 어떻습니까?
이연주(이하 ‘이’)
쉽지 않지만 직장에 얽매여 출퇴근해야 하는 때보다는 낫습니다. 저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진로 강사로 활동하는데 강의가 없는 날엔 가사에 집중할 수 있고, 강의 스케줄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합니다. 시간당 5만원 정도의 페이를 받는데, 하루에 보통 4시간 정도 강의하니까 한 달이면 적어도 300만원 이상 벌고 있습니다. 시간 투자 대비 수익이 높은 편이라 만족합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공모전 사이트에서 제가 도전할 만한 공모전을 발견하면 바로 도전합니다. 직장에서 디자인 일을 했었기 때문에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할 수 있죠. 한 달에 3~4개의 공모전에 지원하는데 그중 1~2개는 당선되는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받았던 상금이 300만원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가정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출퇴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집에서 2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영상 10개 정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영상 10개를 업로드하면 적어도 하루에 10만원 이상은 벌 수 있죠. 이렇게 번 돈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왔어요. 지금은 오히려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Q 하루 루틴이 궁금합니다.
모든 업무는 아이를 등원시킨 후부터 시작해 아이의 하원 시간 전에 마칩니다. 하루 2시간은 집중 업무 시간으로 정해두고 일하고 있어요. 점심시간 전에 모든 영상을 다 만들어두고, 점심 식사 후 유튜브에 업로드하죠. 그리고 살림을 조금 한 후에 아이를 데리러 갑니다. 처음엔 주말에도 일했었는데,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난 후부터는 주말은 쉬고 있어요.
저는 공모전 일정에 따라 스케줄이 유동적입니다. 공모전 제출 기한에 임박해서는 초집중 모드가 되죠. 평소에는 아이가 오후 4시쯤 하원하는데, 출품 직전에는 오후 5시쯤 하원합니다. 공모전 출품 기간 후에는 조금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죠.
학교 강의는 대부분 오전에 진행됩니다. 오전 8시 30분까지 배정받은 학교에 출근해 점심 전까지 강의하고 퇴근하는 식이죠. 그래서 아이 등원시키는 일은 주로 남편이 하는 편입니다. 저는 강의 후 집에 돌아와 살림을 마치고 아이를 데리러 가죠. 강의가 없는 날엔 운동을 하기도 하고, 더 좋은 강의를 위해 공부를 하기도 해요. 직장에 다닐 때보다 여유로워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Q 다시 회사에 복직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얼마 전 다니던 회사에서 복직 제안을 받았어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원하는 보직이라 고민했지만 고사했습니다. 지금의 일상에 많이 적응했는데, 다시 회사로 돌아가 짜인 틀 안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없었어요. 무엇보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에 다시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제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AI 프로그래밍은 경력 개발의 일환이죠. 저는 지금 커리어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 복직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학교 강의에서 얻는 즐거움과 보람이 큽니다. 무엇보다 주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지금은 초·중·고등학교에서 강의하지만, 점차적으로 대학교 강의에도 도전할 계획이에요. 저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만족합니다.

Q 가족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미안하고 고마워요. 때때로 엄마와 아내 노릇을 다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저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줘 감사합니다.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힘내려고 해요.
이제는 남편이 제게 고맙다고 합니다.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남편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내로서, 엄마로서 멋진 여자가 되겠습니다.
왜 나만 포기해야 하나 싶어서 미웠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다 괜찮아졌습니다. 오히려 당당한 여성이 됐죠. 남편과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게요. 응원해줘서 고맙습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이예지(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01월호
2024년 01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이예지(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