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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과 핵심, LG가(家) 상속 전쟁

LG가(家)를 둘러싼 내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재벌가의 ‘장자 계승 원칙’이 우선인지, 합의했어도 유언장이 없다면 무효인지를 놓고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세 모녀(고 구본무 전 회장의 아내와 두 딸) 간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재판부는 조정을 제안했지만, 구광모 회장 측은 “재판에서 판단을 받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양측의 입장과 재판의 쟁점을 정리해봤다.

On January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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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측은 “여성이라도 경영 참여를 희망하면 참여할 수 있는 게 원칙이고,
실제로 범LG가에서 경영에 참여한 오너 일가도 있다”며 승계 원칙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2013년 5월 22일 서울적십자 여성특별자문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를
방문한 김영식 여사. 사진 LG그룹 제공

2013년 5월 22일 서울적십자 여성특별자문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를 방문한 김영식 여사. 사진 LG그룹 제공

2013년 5월 22일 서울적십자 여성특별자문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를 방문한 김영식 여사. 사진 LG그룹 제공

 쟁점 4  세 모녀 ‘경영권’ 놓고 말 바뀐 배경
재판이 진행되면서 다른 배경이 등장하고 있다. 세 모녀 측은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가족 간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발췌해 제출했는데 대화 중 ‘경영권’을 희망하는 대화가 담겨 있었기 때문.

2023년 11월 16일,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LG가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 기일에서는 2022년 구연경 씨를 포함한 원고 측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분할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김영식 여사가 구광모 회장에게 “내가 주식을 확실히 준다고 했다”고 말하며 가족 간 합의 내용을 언급한다. 그러면서도 “연경이가 잘할 수 있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고 구광모 대표에게 말한다. 원고 측이 소송 제기 당시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과 다른 입장이 드러난 셈이다.

재판 중 세 모녀 측은 ‘장자 승계 원칙’에 결함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구자경 명예회장이 말년에 치매 병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구 명예회장의 치매 병력은 LG그룹 오너가의 암묵적 비밀이었으나 여성도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를 얻어내고자 이를 꺼내 들었다는 평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상속 지분 다투는 소송에서 재판의 목적이 바뀌는 것 자체가 재판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소송 목적이 거짓이었다면 재판부 입장에서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해 ‘신뢰하지 않게 되는 점’은 세 모녀 측에 다소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쟁점 5  조정 가능성?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 측이 더 이상의 갈등 없이 재판부의 조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재판부는 2023년 11월 16일 재판 끝 무렵, 양측에 “법원 인사를 앞두고 있어 그 전에 재판을 마무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조정 절차를 거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법적 판단 대신 재판부가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 ‘조정안’을 만들어보자고 한 것.

민사재판에서 ‘한쪽 손’을 들어주기 모호할 때 재판부가 많이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앞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내가 재판부라면 양쪽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조정안을 제안해볼 것”이라며 “조정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진행하기 때문에 재판부 입장에서 덜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 측의 반응은 어떨까? 조정안 제안에 세 모녀 측 변호사는 “조정에 회부해 쌍방 절충점을 찾는다면, 원고(세 모녀)에게 가급적 절차 진행에 협조하면 좋겠다고 할 생각”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구 회장 측 변호사는 “원고의 의사는 상속재산 분할보다 LG 경영에 관여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구 회장은) 법원 판결을 통해 본인의 경영권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고 잘라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구광모 회장이 조정 절차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결국 원고 입증이 이번 재판의 핵심 포인트

그렇다면 경험 많은 법조인들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판사 출신 변호사와 현직 판사들에게 물어봤더니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원고가 입증해야 하는데, LG 경영권이 달려 있어 재판부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판사 출신의 앞선 A 변호사는 “여성에게 상속권이 있느냐를 판단하는 의미 있는 재판일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경영권을 욕심내는 자녀의 ‘뒤집기’를 노리는 분쟁일 수도 있다”며 “문제는 해당 재산이 몇억원 수준이 아니라 수천억~수조원에 달하고 LG그룹 경영권이 달려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마냥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기는 부담스러울 것이고 지금까지 나온 원고 측의 근거들만 봐서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역시 “원고가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세 모녀가 ‘유언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알았으면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과거 이뤄진 대화 녹취 등으로 입증해야만 소가 성립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보통의 아무개 사건이 아니라 LG그룹의 경영권이 달린 사건이기에 재판장의 판단이 가져올 후폭풍이 크지 않냐. 그럴수록 재판부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원고 측의 입증이 더 탄탄해야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소송에 휩싸인 구본무 회장 사위가 재판의 변수?

재판이 진행되면서 장녀 구연경 씨의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의 존재가 주목받고 있다. 재판에 제출된 가족 간 대화 녹취 당시에 구연경 대표의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도 배석하는 등 이번 사건에 깊숙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윤관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블루런벤처스를 이끌고 있다. 주요 투자 기업으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직방, 오늘의집, 번개장터, 쓱닷컴 등이 있다. 윤 대표는 고 윤태수 전 대영알프스리조트 회장의 차남으로, 2006년 구연경 씨와 화촉을 밝히면서 LG가의 맏사위가 됐다.

하지만 여러 가지 논란이 자연스레 불거지고 있다.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것. 고 조남원 전 삼부토건 부회장의 아들인 조창연 씨가 윤관 대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오너가(家) 사람 간 민사소송이고, 최근 LG그룹 지분 상속 분쟁으로 주목받는 윤 대표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라 이목이 쏠렸다. 조창연 씨 측은 언론에 “2016년 9월경 윤관이 현금 2억원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돈이 없으니까 빌려서라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며 “친구니까 도와야 하고, 윤관한테 받을 것도 많고 일하는 입장이니까 빌려서 (2억원을) 만들어 5만원권으로 줬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표 개인으로는 세무 당국과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0년 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윤 대표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 윤 대표에게 귀속될 배당소득 221억원(2016~2020)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강남세무서는 2021년 12월 윤 대표에게 2016~2020년 귀속 종합소득세 약 123억원 부과를 결정했다.

이 결정에 불복한 윤 대표는 조세심판원에 종합소득세 관련 불복 심판 청구를 제기했지만, 조세심판원은 2022년 12월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2023년 3월 서울행정법원에 강남세무서를 상대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국적으로 한국에 생활 근거가 없고 근무하는 회사도 미국에 있고 미국에서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게 윤 대표 측의 주장이다.

이 행정소송 과정에서 윤관 대표가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사실도 언론에 밝혀졌다. 윤 대표가 과거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한 것이 병역 면탈을 위한 시도였고, 면제를 받은 이후에는 정작 국내 기업에 투자하고 이사직을 맡는 등 적극적인 경영 활동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대표는 자신이 미국 시민으로 미국에서 주로 활동해 한국에는 생활 근거가 없고, 구체적인 사업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대목이다.

자연스레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 간 상속 분쟁 과정에도 윤 대표가 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셈이 빠른 사위가 그동안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는 세 모녀 측에 많은 조언을 해주지 않았겠느냐”고 추론했다. 다만 윤관 대표의 존재가 재판 결과에 미칠 영향은 없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판단이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
2024년 01월호
2024년 01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